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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일상을 찾아온 아름답고 놀라운 손님, 발레

청주대학교 개교 70주년 <와우청대 2017 여름호> 원고 기고



본 글은 청주대학교 소식지 <와우청대>에 실린 것입니다. <와우청대>는 계간지로 청주대학교 동문 및 각 공공기관에 배포되는 공익성을 지닌 문화예술계 소식을 전하는 잡지입니다. 이번호에 소개될 예술분야는 발레로 취미발레 윤여사의 브런치를 통해 발레에 관심을 가지게 된 와우청대 기자의 의뢰로 원고를 싣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일상을

찾아온

아름답고 놀라운 손님,

발레




발레에 대한 불필요한 편견과 거부감을 거둬라


요즘 사회는 모든 것이 오픈되어 있고, 솔직한 듯 하지만 많은 부분을 가면 뒤에 숨기고 산다. 수많은 SNS 채널에서는 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이 멋진 삶을 영위하고 있고, 그 시류에 편승하지 않은 나만 도태되어 있고 힘든 삶을 사는 것 같다. 이쯤에서 우리 좀 솔직해지자. 각자의 삶은 그리 녹록지 않고, 좋고 행복한 면보다는 고통스럽고 괴로운 면이 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사는 모양새도 팍팍한데 예술을 즐길 여유가 있을까? 팔자 좋은 사람들의 취미생활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발레라는 예술 분야는 잘 알지 못하면 공연 관람 자체가 참 꺼려질 수밖에 없다. 시종일관 말 한마디 안 하고 마른 몸의 비현실적 비율을 지닌 무용수들이 나와서 몸으로 모든 것을 설명한다.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내뱉는 언어의 종류가 지극히 제한적이지만 그것조차 없이 하루를 보내라고 하면 참 갑갑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_無言의 몸짓 언어로 일관된 발레 공연을 한 번쯤 봐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평소에 알게 모르게 음성으로 말하는 언어 이외에도 몸짓으로 많은 감정을 표현한다. 때로는 상대방의 표정 하나만으로도 그 사람의 감정을 읽어낼 수 있다. 수많은 음성, 문자 언어의 홍수 속에 지친 피로를 조용한 묵언 상태로 돌입하게 되면 일상의 피로감을 어느 정도 회복하기도 한다. 발레는 무언의 예술이다. 그래서 오히려 쉽기도 하고 동시에 어렵기도 하다. 필자는 우연히 발레 예술을 접하면서 감정의 힐링을 얻게 되었다. 사전에 열공모드로 예습을 하고 공연을 보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간단한 스토리라인만 파악한 채 그저 편안하게 나를 대신해서 무대 위에서 시원시원하게 춤을 추는 무용수를 바라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발레가 막연히 어렵다는 편견을 깨라고 말하고 싶다.




갈라 공연, 유튜브, 영화 등의 채널을 통해 발레와 친숙해지자

음악, 미술 등 타 예술 분야가 주는 기쁨도 상당하지만, 발레 공연에는 그만의 에너지가 넘친다. 우선 음악이 기본으로 들어가고 무대 디자인, 무용수가 입은 의상 등으로 시각적 즐거움도 선사한다. 게다가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무대 위의 무용수들은 움직인다. 춤이라는 몸짓은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묘한 감정 분출의 방법을 대신한다. 본인이 춤을 잘 추지 못해도 춤 잘 추는 사람들의 몸짓을 보면 함께 희열을 느낀다. 이쯤에서 만약 발레 공연을 볼 기회가 생긴다면 가장 먼저 버려야 할 마음은 어렵고 재미없다는 선입견이다.

발레 공연 관람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흔히 묻는 질문은 공연을 볼 때 어떤 작품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발레 공연은 장르의 범주가 너무 넓고 다양해서 선택에 어려움이 있다. 우선 장르로는 클래식 발레, 네오클래식 발레, 모던 댄스, 컨템포러리 댄스 등이 있다. 전막 발레 작품 중에는 테크닉보다 전체적인 스토리의 흐름에 따르는 드라마 위주의 발레가 있고, 간단한 전형적 스토리에 발레리나, 발레리노 솔리스트, 코르 드 발레(군무)의 기량이 유난히 돋보이는 작품도 있다.

개인의 취향이 각자 다르기에 발레의 공연을 보고자 하는 새내기 관객이 어떤 작품을 보는 것이 좋을지 조언을 해주기는 참 어렵지만, 장르를 막론하고 첫 작품으로는 어렵지 않고, 쉽고 재미있는 작품을 보라고 권장하고 싶다. 발레의 테크닉을 쉽고 강렬하게 접할 수 있는 좋은 방법으로는 갈라 공연을 선택하는 것이다. 갈라 공연은 전막 작품의 중요 바리에이션을 짧게 보여주기도 하고, 간단한 창작 작품을 선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갈라 공연의 단점은 작품 전체의 맥락을 읽어내기가 어렵고, 무대장치가 없는 마치 발레 콩쿠르 무대 같은 곳에서 작품의 하이라이트 부분만 보여주므로 전막 작품에서의 스토리나 소소한 재미를 찾기가 어렵다. 어쨌든 이렇게라도 갈라 공연을 접해보면 자신이 어떤 장르의 춤을 좋아하는지 막연하게나마 알 수 있다. 그러고 나서 인터넷을 통해서 여러 발레 작품에 대해 검색을 해보는 것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유튜브에 본인이 아는 발레 작품을 찾아서 보도록 한다. 누구나 아는 백조의 호수_Swan Lake, 호두까기 인형_Nut Cracker, 돈키호테_Don Quixote 만 검색해보더라도 정통 버전의 안무가 있는가 하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안무가 있다. 이런 동영상을 보다 보면 의외로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익숙한 음악이 많이 흘러나올 것이다. 자신이 이전부터 들었던 음악에 어떤 춤이 입혀져 있는지 시각적으로 확인하는 것도 꽤나 쏠쏠한 재미가 있다. 이런 방법조차도 좀 낯설다면 발레에 관련된 영화를 보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다. 발레 관련 유명한 영화로는 백야_White Nights, 블랙스완_Black Swan, 빌리 엘리어트_Billy Elliot 등이 있다.




춤 이외에도 무용수의 섬세한 감정과 이야기를 따라가라


필자가 이렇게까지 발레 공연 관람에 관해서 우회적인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발레 공연을 보기 위해서 직접 공연장에 찾아오는 관객은 예상외로 적다. 그나마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은 원래부터 발레 애호가였거나 발레 전공 관련자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발레는 특정한 집단의 특정한 취미 여가활동으로 여기는 추세다. 하지만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발레를 보다 보면 그 안에 많은 암호 같은 언어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발레 작품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신기에 가까운 테크닉을 보여주는 춤이 있지만, 그 외에도 무용수가 간단한 동작으로 그들의 감정과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도 한다. 발레에서는 이것을 마임_mime이라고 한다. 사실 필자도 전막 발레 공연을 처음으로 보러 가기 전에는 발레 공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현란한 춤 동작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발레 공연에는 춤 이외의 마임으로 말없이도 이야기를 전달해준다. 발레 전문 용어를 잘 몰라도 마임의 기본 요소만 조금 알고 공연을 본다면 이해하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솔직히 대부분의 발레 작품 스토리는 그다지 복잡하지 않고 간단한 편이다. 클래식 작품의 내용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민담에 근거하고 있고, 기존에 없던 창작 작품이라도 스토리를 꼬거나 커다란 반전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결말을 미리 아는 스포일러를 파악하고 가도 작품을 보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오히려 내용을 미리 알고 각 캐스팅에 따라서 작품이 어떻게 표현되는지 구분해서 보는 것이 발레 관람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발레 작품의 특성이 이렇게 때문에 무용수의 화려한 춤 기량인 발레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드라마 요소를 잘 표현하는 연기력을 겸비하는 것이 훌륭한 무용수의 필수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도 발레가 머나먼 나라의 비현실적 이야기라고 생각하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 거의 비슷한 일상을 반복하며 지내게 된다. 그 일상이 매우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런 반복적인 일상이 어느 순간 익숙해져 있고, 많은 사람들은 그런 각자의 일상에서 조금 벗어나는 것에 약간의 거부감과 두려움을 지니고 있다. 매일 겪는 당연한 일상에 조금 다른 세계를 가미해보자. 당신의 일상에는 발레 예술이라는 놀랍고 신기한 손님이 찾아갈 것이고, 연습이라는 일상이 대부분인 무용수에게는 공연과 관객이라는 반가운 손님이 찾아갈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일상과 타인의 일상을 소통함으로써 인생에 예술을 가미할 수 있다. 예술은 그리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인생 자체에 다양한 형태로 예술은 이미 포함되어 있다. 당신의 일상에 예상치 않은 발레 예술이라는 멋진 손님으로 좀 더 다채롭고 깊이 있는 경험을 하기를 바란다.





*글 : 취미발레 윤여사
*사진 : 김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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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발레 윤여사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yoonballet_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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