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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 바트망 제테_Grand Battement Jete

터보 엔진 버튼으로 모드 전환


취미발레인은 이미 알고 있다. 바워크를 할 때 막바지인 그랑 바트망 제테 순서가 되면 온 몸의 남아 있는 힘을 최대한 쥐어짜내서 에너지를 폭발하듯이 동작을 해야 한다는 것을… 그렇지만 현실은 프로 무용수들이 쉽고 시원시원하게 다리를 차내는 동작을 상상하다가 거울에 비친 내가 하는 그랑 바트망 제테는 어딘지 모르게 조금 조잡하고, 비굴해 보이고, 좀 짧아 보이는 <같은 동작, 확 다른 느낌>의 기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유가 뭘까? 오늘은 그랑 바트망 제테에 대해 아주 속 시원히 분석해 보려고 한다.




그랑 바트망 제테(Grand Battement jete) 단어 그대로의 해석으로는 grand=큰, battement=두드리다, 부딪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발레에서 바트망 제테는 제5 포지션에서 한쪽 발을 앞, 뒤, 옆으로 들었다가 내리는 동작을 의미한다. 그랑이 붙었으니 당연히 어떻게 해야겠나? 그렇다. 아주 힘껏 차야 한다. 생각해보면 다리를 힘껏 차는 상황은 여러 스포츠에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태권도, 우슈, 킥복싱(니킥은 무릎을 굽히긴 한다), 그리고 필자 어릴 때 잘하지도 못하면서 죽기 살기로 했던 고무줄놀이… 이것이야 말로 말도 안 되게 다리를 높게 들어서 머리 꼭대기에 있는 고무줄을 발끝으로 낚아채곤 했다. 물론 발레에서는 좀 더 우아하고 근사한 다리라인을 뽐내면서 시원하게 차 줘야 한다.



그랑 바트망 제테(이하 그랑 바트망)는 바워크의 순서상 림바링을 제외하곤 마지막 순서다. 그 이유는 이 동작을 하기 위해서는 몸의 가장 굵고 큰 근육을 아주 조화롭게 사용해야 가능한 동작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몸이 충분히 스트레칭이 되어 있고, 특히 고관절이 부드럽게 풀려있어야 부상 없이 수행할 수 있는 동작이다, 우선 그랑 바트망을 할 때 초보 취미발레인이 가장 범하기 쉬운 오류는 다리를 높게 들려고 상체를 숙이고 허공 적정한 곳에서 다리와 상체의 어설픈 접점을 찾으려는 것이다. 그랑 바트망을 할 때 ‘절대’ 키가 작아져서는 안 된다. 목을 길게 빼고, 어깨 내리고, 허리를 반듯하게 세우고, 복부에 힘을 단단히 주고, (여기까지는 발레 바워크에 단골로 등장하는 공식이니 몸에 아예 각인을 시키자) 다리가 꼿꼿하게 서있는 상체 쪽으로 가까이 와야 한다. 물론 유연하지 못한 성인들은 이게 쉽지 않다. 그럴 땐 데가제, 데벨로페 동작에서도 언급했듯이 다리를 높게 드는데 집중하지 말고 길고 곧게 뻗는데 집중하도록 하자. 그리고 그랑 바트망을 할 때 최대한 스탠딩 레그(또는 서포팅 레그) 즉, 서있는 쪽 다리에 중심을 이동하고 단단히 지면에 고정시켜야 차올리는 다리가 좀 더 가볍게 느껴진다. 여기서 또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차올리는 다리의 발 끝에다가 먼저 힘을 주면 실력 향상이 되질 않는다. 자… 여기서 기억을 더듬어 잘 생각해보자.(이것도 물론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중년들만 공감할 이야기다) 어릴 때 하던 고무줄놀이에서 발 끝으로 고무줄을 낚아챌 때 물론 높이도 중요하지만 고무줄을 발 끝으로 살짝 걸어서 다음 동작과 곧바로 연결을 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고무줄놀이를 할 때는 발끝 힘만 잘 조절해서 스피디하게 고무줄을 낚아채면 프로 고무줄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점이 발레의 그랑 바트망과 가장 큰 차이점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랑 바트망은 다리를 높고 힘차게 차올려야 하기 때문에 발 끝 쪽에다 힘을 먼저 주게 되면 차올리는 다리 자체가 상당히 무겁게 느껴진다. 가장 먼저 복부에 힘을 주고 그다음에는 엉덩이와 다리가 연결된 고관절의 굵은 근육에서 폭발적인 힘이 나와야 한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그랑 바트망은 다리를 들어 올리는 동작이 아니라 차는 동작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바 워크 순서처럼 뭔가를 늘이고, 버티고, 기다리지 않고, 순간적으로 추진력을 가동해야 한다. 마치 운전하다가 터보 주행 버튼 하나 누르면 순식간에 엔진에 폭발력이 가해지면서 추진력 있게 차가 쓩~~하고 나가는 원리와 같다. 그랑 바트망 음악이 시작되면 내 다리에 터보 엔진 버튼을 가동한다는 이미지 메이킹을 해보면 조금 도움이 될 것이다.


 다리를 차 올리는 순간 폭발하는 에너지 / 모델 : 안재용(몬테카를로 발레단) / 사진 : 김윤식 (copyright.2017 김윤식)


다리를 내리는 동작은 ‘빨라도 릴랙스!!’

여기서 중급 이상의 취미발레인을 위한 팁을 하나 더 공유하려고 한다. 그랑 바트망이 워낙 빠르고 순간적인 힘을 분출시키는 동작이다 보니 실제로 하다 보면 마냥 ‘아~ 씐나~!!’ 하면서 나도 모르게 몸을 움찔움찔하며 음악에 심취해서 열심히 다리만 뻥뻥 차기 쉽다. 그.러.나!!! 이 빠른 동작 안에도 아주 중요한 것이 감춰져 있다. 아무리 음악이 빠르고 순간적으로 다리를 앞, 옆, 뒤로 찰 때 차 올리는 동작은 순간적으로, 그리고 공중에서 단 0.2초라도 버티고 나서 다리를 내리는 동작은 '빨라도 릴랙스'다. 이게 참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일 수 있는데, 취미발레인들이 열심히 차 올리는 것에만 집중을 하면 내릴 때도 빛의 속도로 쿵! 내려오기 쉽다는 것. 당연하지. 중력이 존재하니 올린 다리는 빛의 속도로 땅에 내려오려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코어 복부를 좀 더 강하게 컨트롤한다면 차고 난 다음에 살짝 여유 있게 내려와야 한다. 박자로 표현하자면 찰 때는 ‘딴!’, 공중에서는 잠깐이라도 멈추며 ‘흡!’, 내릴 때는 ‘따~안!’ 하는 느낌으로 하면 바디 컨트롤을 하는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발레를 할 때 최대한 견디고 맞서야 하는 존재는 바로 중력이다. 찰나의 체공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려보고 싶다면 호흡은 계속 들고, 복부에는 힘을 주고, 지면에서 떨어진 순간 내 몸의 모든 부위를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취미발레인으로서는 쉽지 않은 요구사항이라는 것도 안다. 그리고 바워크에서 그랑 바트망 순서 정도에 도달하면 호흡을 들고 조금이라도 체공 시간을 늘리려고 해도 체력이 이미 바닥이 나서 동작을 홀드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업 전에는 든든히 먹고, 바 워크를 하면서 칼로리 소모를 깔끔히 해놔야 센터 워크에서는 좀 더 가뿐하게 힘을 빼고 진정 춤다운 춤을 출 수 있게 된다.



바워크의 순서를 차근차근 되짚어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발레가 뭔지 1도 모르는 초보 시절엔 그저 앞사람 발만 보고 따라 하기 바빠서 이 순서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볼 겨를도 없었다. 발레를 좀 하다 보니까 일반적으로 비슷한 순서로 이루어진 바워크의 흐름은 상당히 지능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센터워크에서 춤을 추기 위한 철저한 준비 단계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느끼기에는 바워크의 흐름은 내 몸에 텐션과 릴랙스를 번갈아가며 계속적인 자극을 주는 과정이다. 자극이라고 하면 꼭 격렬하고 빠른 템포에서만 준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것은 오산이다. 오히려 느린 템포에서 몸은 마치 영화 <주토피아>에 나오는 나무늘보처럼 천~천~히~ 움직이지만 신체 내부에서는 상당한 운동 에너지가 생성된다. 예를 들면 어떤 동작이든지 폴 드 브라로 팔 하나를 뻗고 고정하고 있어도 손끝으로 에너지가 계속 발산되는 기분을 느끼면 된다. 이렇게 느리든 빠르든지 몸 안의 모든 근육을 깨우면서 체온도 상승을 시켜야 어떤 춤을 추든지 자연스러운 동작과 더불어 부상도 방지할 수 있다. 적당한 비유일지 모르지만 바워크는 내 몸과 끊임없이 밀당을 하는 존재라고 생각을 하면 될 것 같다. 그랑 바트망 제테에 도달하면 그 밀당의 터널을 지나서 다른 차원의 춤을 추기 위한 출구 직전이라고 여겨도 좋을 듯하다.


로미오와 줄리엣 스튜디오 리허설 / 모델 : Gabriele Corrado, Anna blackwel(몬테카를로 발레단) / 사진 : 김윤식 (copyright.2017 김윤식)


사견이지만 가끔 그랑 바트망을 하면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고, 활화산 폭발 씬이 떠오르기도 하고, 운전하다가 또는 진공청소기 돌리다가 장착된 터보 버튼을 누르고 있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동작을 하더라도 기쁘고 즐겁게 내 몸이 이전보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하길 바란다. 물론 몸을 꼼꼼하게 풀지 않고 갑작스러운 그랑 바트망 동작으로 실력을 뽐내다가는 부상의 지름길이니 반드시 준비운동은 필수 사항이다. (참고로 취미발레인들이 고관절 부상의 잦은 원인이 무리한, 잘못된 자세의 그랑 바트망이다.) 모든 사람들이 즐겁고 길게 오랫동안 발레를 하려면 자신의 몸을 섬세하게 진단하길 바라는 취미발레 윤여사의 작은 소망이자 조언이기도 하다.


글 : 취미발레 윤여사 @대한민국

사진 : 김윤식 작가 @체코

(첨부된 사진의 저작권 및 사용권은 김윤식에게 있으므로 무단복제나 사용을 금지합니다)



취미발레 윤여사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yoonballet_writer/


김윤식 작가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yoon6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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