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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위클리 매거진>이 내게 준 교훈

작가로서 이전과 다른 차원의 세계로 데려다준 우주선



<브런치 위클리 매거진>이 내게 준 교훈

작가로서 이전과 다른 차원의 세계로 데려다준 우주선



2016년 가을에 출간을 하고 대대적인 활동을 한 것에 비해 작년인 2017년은 개인 사정으로 집중하며 글 쓰는 작업을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가장 큰 것은 작년 봄에 있었던 수술로 인해 육체적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모든 것에 침체기에 빠지고 거기서 헤어 나오질 못했다. 몇 달 동안 그럭저럭 시간이 흐르고 가을 즈음에 실로 아주 오랜만에 브런치를 열었는데 내 시선을 한 번에 잡은 것은 <브런치 위클리 매거진> 연재 작가 신청이었다. 그 전에도 그 배너를 봐왔지만 마음이 없었던지라 건성으로 봤을지도 모른다. 뭔지 이걸 꼭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속에 다시 한번 꾸준히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전 연재에서 써놓은 글과 앞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의 목록을 잘 정리해서 정성을 다해 연재 신청을 하게 됐다.



그리고 한 달이 채 되지 않아서 브런치 위클리 매거진의 연재 작가가 되었다. 나는 왠지 수요일이 좋아서 수요 매거진으로 하겠다고 했는데, 내 글의 성격상 토요일이 좋을 것 같다면서 주말에 어울리는 토요 매거진 작가로 선정이 되었다. 그리고 기억하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위클리 매거진 선정 전에 이미 출간 계약 미팅이 바로 연결이 돼서, '아... 일이 되려면 이렇게 한 번에 되는구나'싶을 정도였다. 어쨌거나 위클리 매거진도 좋았지만, 사실 이걸 신청할 때 가장 큰 장점은 출판사의 출간 심사가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나도 아마 이 점 때문에 더욱이 도전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연재가 시작됐다.

막상 연재 시작 날짜가 예상보다 빨리 잡혀서 오히려 내가 약간 시기를 늦춰달라고 했다. 당시 아이가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 공연에 다시 갑작스레 캐스팅이 됐고, 연말의 호두까기 인형 공연까지 리허설에 연습에 스케줄이 널뛰듯 맞물리는 돼서, 도저히 집중해서 글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초반의 작업은 다행히 예전에 써놓았던 글을 다시 수정하고, 글의 분량을 좀 더 늘이고, 체코에서 윤식 씨(김윤식 작가)가 콘셉트에 맞는 사진을 보내서 편집 위주로 글을 올렸다. 그리고 2017년 연말까지 아이 공연 뒷바라지에 매주 미친 듯이 글을 써서 올리는 시간을 보냈다.

연재를 한다는 것이 뭘 뜻하는 건지 언어의 뜻으로만 이해했지 실질적으로 몸으로 깨닫지는 못했을 거다. 이전 필자가 연재한 <웰컴 투 발레월드_'어쩌다 마주친 발레' 책의 원본이다>도 일주일에 한 개 정도의 글을 올리는 연재 형식을 빌었지만, 이건 스스로 한 약속에 불과했다. 하지만 위클리 매거진의 경우는 요일이 정해지고, 내 경우는 토요일이기 때문에 금요일 오전까지 예약 발행을 걸지 않으면 아래와 같은 무시무시한 알림 글이 여지없이 날아온다. 


빚쟁이 빚독촉보다 더 혹독한 알림문자 ㅋㅋ


이때서야 느끼기 시작했다. 연재는 독자와의 약속이요, 나와의 고독한 싸움이구나. 그리고 '작가로서의 책임감'을 누가 잔소리하지 않아도 몸으로 뼈저리게 체득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연재가 회를 거듭할수록 마음의 부담도 있었지만, 내가 올린 글에 독자들이 호응하고, 격려 댓글을 써주고, 같이 공감할 수 있는 그 자체가 너무나 행복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에피소드는 연재가 진행되는데 먼저 연락하기로 한 그 대형 출판사에서 연락이 통 없었다. 중간에 다른 잡지사들과 인터뷰 작업, 원고 의뢰로 부수적 작업을 진행했는데 막상 나와 작업하기로 한 출판사는 연락이 없어서 출판사 담당자에게 연락을 해보니 출판사 사정상 출간 미팅을 하기로 한 그 부서 전체가 잠정적으로 그 일을 못하게 되고, 내 담당자도 다른 부서로 이미 옮긴 상황이 벌어진 거다. 출판사 담당자는 미리 연락 주지 못한 것을 굉장히 미안해했다. 국내 출판사의 사정을 누구보다 이해하는지라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오히려 먼저 나와 일을 하고 싶다고 연락해 온 출판사 측에서 일이  잘 안돼서 중단되자 약간 속상한 마음도 없지 않았다. (출판 심사는 완결이 된 시점에서 다시 시작된다고 하니 지금으로써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연재작가의 숙명은?

그렇다... 써야 한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진짜 손가락을 까딱할 수 없는 코마 상태가 아니라면 휴재를 할 수 없다. 명절은 기본이요, 가족 휴가 갈 때도 내 사랑(?) 애물단지 맥북을 들고 가서 호텔방에서 글 써서 올렸던 적도 있다.


마지막 예약 발행 누르던 순간 많은 것을 깨닫다

그렇게 17주를 마치고, 드디어 마지막 18주 차의 글을 생각날 때마다 써서 노트해놓았다. 이때까지는 '아... 이제 드디어 마지막화를 올리면 연재 끝이다!'란 생각만 가득 차 있었다. 대망의 금요일 저녁, 아이 학원 레슨에 데려다주고, 근처 던킨도너츠에서 커피 한잔을 시켜 놓고, 마지막 예약 발행을 위한 마무리 작업을 했다. 써놓은 글을 다시금 교정 보면서, 윤식 씨와도 계속 조율을 하면서(마지막 화는 김윤식 작가의 이야기도 들어가서 1주일 내내 서로 컨펌 작업을 했다) 드디어 마지막 예약 발행을 걸려고 키보드를 누르려는 순간...

이건 뭘까? 그렇게 숱하게 봐왔던 장면이고, 매일 보던 맥북인데 가슴 저 아래서 뜨거운 게 치밀어 올랐다.



그때까지는 그게 뭔지 몰랐다.

그저 감동, 대견함, 힘듦... 뭐 이런 단어가 아니라, 그냥 뜨거운 무언가가 가슴 저 아래 묵직한 데서 올라온다.

눈물이 흐를까 봐 정말이지 눈물을 흘리기는 너무나 민망한 장소(던킨도너츠 -_-)여서 황급히 커피를 들이키고 감정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재빨리 예약 발행을 걸고, 집으로 돌아왔다.

늘 그랬듯이 토요일 자정 정각에 글이 성공적으로 올라가면 또 이와 같은 친절한(?) 알림이 날아온다. (그래그래 나 글 잘 올렸다고? 알았다~~~)

예약글이 정상 발행되면, 이번에는 잘 올렸다고 칭찬조의 알림이 온다.

그리고 관련 SNS에 링크를 걸고, 오타나 오류가 없는지 다시 한번 작업을 한다. 마지막화라서 더욱 꼼꼼히 봤던 것 같다. 역시나 여태까지 그런 적이 없었는데 뜨거운 무언가가 다시금 올라오길래 이번에는 집이라서 맘 놓고 그냥 울었다. 많이 울었다. (필자는 평소에 잘 울지 않는 사람이다)



가끔 눈물에는 이유가 없다. 나 자신에 대한 대견함도 아니요, 출판사 일이 살짝 어긋나서 속상함도 아니다. 끝나서 후련함에 우는 것도 아닌데 그냥 눈물이 계속 흐른다. 잘 생각해보니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을 경험한 거다. 브런치에서 작가 선정이 돼서 타인이 나를 강제로 시키든 독자와의 약속이든, 어쨌든 18주 동안 나는 무엇인가를 꾸준히 했다. 언어의 표현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굳이 표현하자면 감히 글 쓰는 작가로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을 경험했다. 책 낼때와는 또 다른 이야기다. 단순히 성장의 차원과는 다른 무언가... 글 쓰는 것에 있어서 다른 세계의 문을 연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것은 내가 무엇을 해도 무엇을 봐도 내 몸을 통과한 나만의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세계를 맛본 것이다. 뭐 이렇게 썼다고 앞으로 내 글을 볼 때 '얼마나 잘 쓰나 보자!!'이런 이야기가 아니다. 하하하 그 다른 세계를 알게 되었기에 놀랍기도 하고, 기대도 되고, 신기하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그래서 흘린 눈물이었던 것 같다.



작가로서의 책임감. 글에 내 모든 인성을 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내가 쓰는 글에 책임을 가지고, 애정을 가지고, 좀 더 나다운 글을 쓸 수 있게 됐다. 뭔지 모르고 들어간 터널이었는데 나오고 보니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고 해야 하나... 아님 좀 더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예상치 않았던 자아성찰의 시기였을지도 모른다.

<브런치 위클리 매거진>은 이전의 윤지영 작가와는 다른 차원의 세계로 나를 데려다준 우주선 같은 존재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우주선에 함께 탑승한 멀리 있는 윤식씨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지금까지의 글쓰기도 즐거웠지만, 앞으로는 좀 더 즐겁고 설렐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위클리 매거진을 하고자 하는 예비 작가분들... 꼭 도전해서 여러분만의 멋진 경험이 되길 바랍니다.



글 : 취미발레 윤여사 @대한민국

사진 : 김윤식 작가 @체코



나를 다른 차원의 그 세계로 인도한 계기가 된 위클리 매거진

https://brunch.co.kr/magazine/readtheballet


위클리 매거진 마지막 화... 많은 깨달음의 시간이 훅 밀려오다.

https://brunch.co.kr/@yoonballet/133




취미발레 윤여사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yoonballet_writer/


김윤식 작가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yoon6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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