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그렇지 않다면 세밀하고 집요하게 고민하고 공부하라
*김윤식 작가의 코멘트 : 반복
-만약 그렇지 않다면 세밀하고 집요하게 고민하고 공부하라
건축은 참으로 매력 있는 분야다. 건축가란 직업도 마찬가지다. 건축가는 지적인 동시에 예술성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래야 한다. 그러면 건축가가 지은 훌륭한 건축물을 떠올려보자. 작품처럼 보이는 멋진 스케치로만 건물이 세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건물이 실질적인 건물로 완성되기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는 바로 기술적인 ‘구조(構造)’다. 예술과 기술이 양립되어야 건축물로써의 기능과 예술의 양면 요소가 충족될 수 있다. 그래서 외형적으로 보이는 건축에 있어서 건축가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은 하는 사람들이 구조를 담당하는 건축구조기술사다.
취미발레를 이야기하면서 갑작스럽게 건축에 비유를 하는 이유를 물을지 모른다. 뭐 내가 가장 잘 아는 분야이다 보니 비유를 하기 가장 편하다. 작년 무릎 수술로 인해 꽤 많은 시기를 날린 셈이긴 해도 올해는 내가 취미발레를 한 지 7년 차가 되는 해이다. 내가 발레를 처음 했을 때에 비하면 현재 취미발레인들의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그래도 여전히 발레는 처음 배우는 일반인 입장에서는 낯선 분야다.
여기서부터는 내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를 풀어가고 싶다. 처음 발레를 배우는 사람은 이것저것 따라 하기에 바쁘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면 뭔지 비슷하게 대충은 하지만 유난히 안 되는 동작들이 있다. 그래도 발레가 재밌어서 계속한다. 스스로 몇 년차가 되었으니 나는 운동삼아 잘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간단한 질문을 해보겠다. 본인이 3년 차에도 안된 동작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한다면 5년 차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 답은 “아니오”다. 아마 취미발레라 해도 만 2년 이상 꾸준히 해온 사람이라면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한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사실 내 경우 안 되는 동작은 이번 생애에는 그냥 안 되는 동작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취미발레니까 한계가 있다고 스스로를 위안해왔다. 그러다가 작년 수술 이후 재활을 하면서 내 신체의 구조에 대해 아주 진지하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신체 메커니즘에 집중하고 고민을 한 이후부터 운동으로써 발레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초급 시절에 턴아웃, 풀업, 상체 박스를 지키고 등등… 발레를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 본 이야기다.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어가서 중급 정도가 되었을 때 당신 신체의 메커니즘에 고민을 해보았는지 묻고 싶다. 아니면 현재 배우고 있는 선생님께 집요하게 질문했는지도 묻고 싶다. 안타깝게도 발레가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지고 대중화된 것에 비해 신체 메커니즘의 근본에 대해 학습할 수 있는 자료나 채널은 너무나 부족하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것은 발레 메소드(바가노바, 체케티, RAD 등)를 비교하며 체계적으로 익히자는 것이 아니다. 취미발레를 하면서 교습법까지 타파하며 파고들 필요는 없다. 오히려 단순한 동작 또는 어려운 동작 하나에도 그 순간 내 몸의 구조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변화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신체의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않으면 마치 매뉴얼 없이 복잡한 기계를 일단 작동시키고 보는 상황과 비슷하다. 운 좋게 되는 것도 있고, 그냥저냥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으니 그 정도로 사용하는 것이고, 더 뛰어난 기능이 있어도 사용할 줄도 모르는 채 그냥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용법의 부작용은? 기계는 잔고장이지만 사람에게 적용하면 바로 부상이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잘못된 습관이 몸에 고착되기 쉽다. 발레를 오래 한 사람이라면 취미, 전공을 불문하고 어느 정도 공감을 하게 될 것이다. 내 경우 무릎 부상의 시작은 다른 일상생활에서 발병됐지만, 그동안 발레를 열심히 한 시간에 비해서 신체의 구조에 상당히 무관심했다. 여기서 논의하는 것은 단순히 체중이 얼마나 빠지고, 라인이 얼마나 예뻐지고 하는 논점이 아니다. 발레 동작은 움직임의 연속이다. 신체의 메커니즘은 그 동작에 맞게 유기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즉, 매뉴얼을 정확하게 숙지해야 몸을 건강하게 사용할 수 있다.
발레를 하면서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애나 어른이나 부상은 당연하고, 무용수의 뼈 구조는 일반인과 다르게 변화해서 정형외과에 가면 담당 의사들은 발레는 그만두라고 말하기 일쑤다. 그리고 일부 가르치는 사람 중에서 아이들이 부상이 오면 왜 부상이 왔는지 설명을 해주기보다 쉬면 낫는다는 이야기를 한다. 신체 메커니즘의 매뉴얼이 너무나 부족한 발레의 현실. 오히려 이런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는 발레보다 유사 분야, 필라테스, 요가, 발레핏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여긴다. 발레 하다 아프면, 혹은 예방 차원에서 관련 운동이나 마사지를 병행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물론 병행 운동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발레 관련 운동 분야에 비해 발레는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이런 공부, 즉 해부학, 운동생리학, 스포츠 과학보다는 항상 발레 메소드에만 집중한다. 이 문제는 단순히 전공자뿐만 아니라 지금처럼 취미발레인이 누적되다 보면 일반인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건강하게 몸을 쓰며 춤추는 것은 불가능한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관절의 부적절한 변형이 오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다. 신체가 좋게 변화하지 않고, 동작에 진화가 되지 않는다면 잠깐 멈춤 버튼을 누르길 바란다. 그리고 세밀하고 집요하게 고민하고 공부할 것을 권한다. 제발 기계와 같은 신체를 사용법도 모른 채 막 쓰는 행위, 특히 잘못된 동작으로 계속하고 있는데도 하다 보면 알게 된다는 가르침에 그대로 따르지 않길 바란다.
발레는 운동 이전에 춤을 추는 예술분야이다. 동시에 신체를 사용한다. 공학도 출신으로 한마디 하자면 왜 발레에는 건축의 구조기술사 같은 인프라가 부족한지 안타까울 뿐이다. 신체는 그 어떤 기계보다 섬세하고 복잡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는데 예술이라는 흥에 겨워 너무 막 사용하는 것이 아닌지… 이건 마치 끝장나게 멋있는 스케치를 시공사에 던져주며 “자! 이제 건물을 올려봐!” 하는 상황이라 뭐가 다를까? 취미발레에 중급 레벨 정도에 도달한 사람이라면 오늘 던져진 이 화두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몸을 살펴보기를 바란다. 예쁜 발레복 사고, 장비를 갖추는 것도 기분 전환에 반드시 필요하고 즐거운 일이지만, 길게 봤을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 몸의 상태다. 배우는 사람이나 가르치는 사람이나 진짜 고민하고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발레는 예술과 기능적 구조가 적절하게 밸런스를 이룰 때 건강하게 아름답게 춤을 출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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