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의 남은 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다.
*김윤식 작가의 코멘트 : 아름다움, 기억, 청춘
오늘은 나의 남은 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다.
학창 시절 풍경, 특히 건물 사진 찍는 것은 좋아해서 카메라를 항상 들고 다녔었다. 그렇지만 내가 사진에 찍히는 것을 지극히 꺼려했다. 디지털카메라가 세상에 나오자 필름 카메라 시절과는 비교도 안되게 쉽고 편리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스마트폰이 등장하자 이전에 없던 촬영 문화가 생겨났다. 바로 셀피(셀프 카메라)다. 중년인 나는 요즘 젊은이들 마냥 길거리에서도 자연스러운 각도로 순식간에 셀피를 찍는 신공을 발휘할 수 없다. 게다가 사진 찍히는 것이 아직도 어색하다. 그러던 나에게 6년 전 40살의 초여름에 이전과 다른 생각이 문득 들어오게 됐다. 현재의 나는 미래의 나에 비해서 조금 더 젊은 모습일 것이다. 카메라 앞에서 용기를 내서 셀피를 찍었다.
당시 건강에 조금 이상 신호가 생기자 인생이라는 것에 대해,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꽤나 진지하게 고민했던 시간이었다.
막상 마흔 살이 되자 앞자리가 바뀐 숫자 자체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불혹(不惑)이라고 일컫는 나이. ‘혹’ 하지 않는다는 뜻을 지닌 나이다.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고 세상 일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지만, 과연 내가 이런 문장에 적합한지는 의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흔, 40대라는 그 숫자의 의미가 딴 세상처럼 느껴지며 ‘드디어 내가 마흔이 되었구나’를 막연히 머리로만 깨닫고 있었다. 마흔두 살쯤 됐을 때 비로소 40대라는 타이틀에 익숙해지고 ‘나도 40대’라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여전히 20대 청춘의 봄이 만개했던 시절이 바로 어제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40대 초반도 아닌 중반을 지나 50을 향해 달려간다. 아침에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해서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면 어느덧 밤이고 그렇게 시간이 쌓여서 한 달, 1년이 또 금세 지나간다. 누군가가 그랬다. 세월을 느끼는 속도는 나이의 숫자만큼 빨라진다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나이는 들어간다.
늙어간다는 것이 마냥 기쁘다고는 할 수 없다. 우선 체력적인 부분에서 가장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육체적으로 단순히 늙어간다는 것으로 단정 짓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나이 들어감에 따라 생기는 보너스가 있다. 바로 연륜과 통찰력이다. 그러나 이것은 나무의 나이테가 생기듯 나이가 든다고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어떻게 나이를 먹을 것인지에 대해서 포커싱을 하고 고민을 해야 한다. 내 경우는 글을 쓰면서 출간을 하게 되고 자의든 타의든 절반의 공인이 되었다. 현재 내가 집중하는 것은 타인과의 관계보다는 나 자신에 대한 집중이다. 사람들은 흔히 나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한다고 하면 굉장히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단정 짓기 쉽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온전히 바로 서야 주변에도 올바른 영향력을 끼칠 수 있고, 다른 사람과 온전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모든’ 사람과 원만하고도 좋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오히려 웬만한 사람들과 두루두루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맞는 이야기일지 모른다.
나이가 들어가면 앞뒤 안 가리고 좋아하는 것을 향해 달려가는 행동을 하기 쉽지 않다. 만약에 나이가 들어서도 그런 사람이 있다면, 아직 마음이 청춘인 것이다. 각자의 인생에 있어서 어떤 것도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기에 각자의 삶의 태도나 사고방식을 존중하며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설레기보다 감동을 받는다. 좋은 것을 보면 나 혼자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그 좋은 상태로 오랫동안 내 곁에 있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자건 여자건 아름다운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20대, 30대 그들의 청춘이 아름답고, 그들의 생기가 아름답다. 그리고 40년 이후 내가 80대가 되었을 때 40대의 내 모습과 내 생각을 돌이켜보면 청춘이라고 생각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은 내 남은 생애 중에 가장 젊은 순간이다. 내 남은 생애에서 가장 젊은 청춘의 이 순간을 감사하고, 내 마음밭에 고혹적으로 남을 나이테를 상상하며 오늘도 멋있게 늙어갈 준비를 차근차근 해내고 있다. 남은 생애, 현재의 내 모습을 아름답게 추억하기 위해서…
가장 빛나는 시절의 모습이기에 아름답다. 훗날 이 시절의 사진을 보면서 사진 속 모델은 빛나는 아름다움을 기억하길 바라고, 사진작가는 빛나는 열정을 기억하길 바란다. 그리고 나중에 더욱 원숙한 아름다움으로 나이 들어감을 기원한다.
사진 : 김윤식 @체코
글 : 윤지영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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