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행쇼!! 대놓고 큰 스크린으로 보라!!
대놓고 행쇼!! 대놓고 큰 스크린으로 보라!!
*스포일러 포함되어 있지만, 스포일러 알고 봐도 아무 지장 없습니다.
조금은 특별한 <대규모> 시사회
브런치 무비 패스 작가로 활동하면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미리 보게 된다. 보통 시사회는 저녁 8시에 시작되고, 7시부터 티켓이 배부된다. 모두들 일찍 와서 7시부터 자연스럽게 본인 확인하고 표를 배부받는다. 브런치 무비 패스 작가들이 가득 들어찬 극장의 분위기는 일반 극장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우선 팝콘이나 콜라를 먹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진지한 내용의 영화 시사회에서는 마치 각자 평론가 같은 매의 눈으로 영화를 집중해서 보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흐른다. 맘마미아 시사회에 당첨 확정됐다는 메일을 받고, 여느 때와 같이 미리 가서 티켓 배부 장소로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커다란 홀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뱀 똬리 틀듯 늘어선 줄이 마치 중국 관광명소의 흔한 줄 서기 같은 모습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말로만 듣던 대규모 시사회… 줄이 쭉쭉 줄어들기는 해도 맨 끝에 서서 수백 명을 기다린 끝에 표를 받기까지는 꼬박 30분의 시간이 걸렸다. 내 앞뒤로 서있던 젊은 여대생들은 “어머 우리만 당첨된 게 아니었나 봐”란 이야기를 하고, 두 줄 건너 있던 노년 부부는 “아이고, 사람이 정말 많네…”를 중얼거리며 조금 황당해했다.
맘마미아가 워낙 인기가 많았던 영화였고, 10년 만에 후속 편이 나오면서 이전의 화려한 출연진들이 모두 재등장하는 작품이니만큼 영화 제작사나 수입사 모두 심혈을 기울였을 것이다. 즉, 브런치 무비 패스 작가뿐만 아니라 이 영화 속에 나오는 도나 벨라 호텔 재개장(Reopen)에 초대된 모든 사람들처럼 다양한 루트의 수많은 사람이 함께 한 시사회였다.
맘마미아!2의 원제는 ‘Mamma Mia : Here we go again!’이다. 제목에서 말해주듯이 특별한 이야기도 특별한 노래도 없다. (원래 맘마미아 노래 후렴에 나오는 가사는 ‘Mamma Mia, Here I go again’인데 약간 변형을 했다.) 오히려 맘마미아 원작에서 보여줬던 스토리를 시간의 교차편집으로 다시 한번 꼼꼼하게 되짚어준다. 도나(메릴 스트립)가 죽고 나서 도나의 딸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가 그리스의 작은 섬의 도나 벨라 호텔을 재개장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새아버지인 샘(피어스 브로스넌)과 아버지와 다름없는 나머지 두 아버지인 해리(콜린 퍼스), 빌(스텔란 스카스가드)이 다시 이 장소로 모이고, 도나의 외할머니인 유명한 가수 루비(셰어)가 초대장을 보내지 않았지만 헬리콥터를 타고 등장한다. 도나의 절친이었던 로지와 타냐까지 모두 모인 말 그대로 맘마미아 원래의 완전체가 전부 모인 셈이다.
도나가 어떻게 이 섬에 정착했는지 어떻게 소피를 임신하게 됐는지 젊은 시절의 배우들이 등장하며 과거를 되짚어본다. 맘마미아 2라고 나왔지만 엄밀히 따지면 맘마미아 프리퀄에 가깝다. 현재 노년을 연기하는 배우들과 놀랍도록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캐스팅이 있기도 하고, 닮지는 않았지만 캐릭터의 특유의 행동이나 말투로 누군지 단번에 알아보게 하는 깨알 재미도 숨어있다.
‘맘마미아=아바의 노래’라는 공식처럼 기존에 알고 있던 아바의 노래가 약간 다른 편곡과 상황의 변화로 새로움을 추구한다.
맘마미아 시리즈(?)는 악역이 없다. 스토리의 반전이나 갈등도 없다. 어쩌면 현실의 이야기지만 현실에서는 있을 수도 없는 환상의 이야기를 뮤지컬 영화라는 장치 속에 숨겨 놓았다. 세상에 있는 갈등, 오해, 미움 따위는 아바의 음악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고,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노래 전주만 나오면 갑자기 활짝 웃으며 노래를 하는 맘마미아!2는 보는 내내 즐겁긴 하지만 몰입은 잘 안되더라. 아무리 세계가 사랑하는 뮤지컬 영화라고 해도 내가 보기엔 놀이동산 퍼레이드 쇼처럼 현실과 괴리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맘마미아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도나라고 생각한다. 이번 맘마미아 2에서는 젊은 도나(릴리 제임스)가 위아래 치아를 16개씩 보여주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특유의 발랄함으로 으로 연기를 했지만… 메릴 스트립의 깊이에는 절반 정도밖에 미치지 못했다. 릴리 제임스도 진짜 연기 잘하고 노래도 잘하는데… 딱 거기까지. 원래 도나의 감정적 부분에는 공감이 안됐다. 그래서 맘마미아 2에서 메릴 스트립이 나오지 않았다면 정말 서운하고 화가 났을지도 모른다. 영화 마지막 부분쯤에 소피가 엄마의 환상을 보는 씬이 나올 때 등장하는데 영화 중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이다. 메릴 스트립은 표정 하나에도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이 녹아있다. 그래서 정말 대배우다.
내가 생각하는 맘마미아의 진짜 주인공은 도나가 아닌 메릴 스트립이다.
맘마미아 전편에서 내가 꼽은 최고의 장면은 소피의 결혼식을 위해서 절벽 끝에 있는 교회를 향해 올라가며 도나(메릴 스트립)가 젊은 시절 자신을 떠났던 연인 샘(피어스 브로스넌)을 원망하며 격정적으로 감정을 쏟아내며 “The Winner Takes It All”를 부르는 장면이다. 모든 가사 하나하나, 빨간 스카프가 유난히 바람에 날렸고, 그녀의 뛰어난 노래 실력과 더불어 눈물을 쏟아낼 듯한 표정으로 아름답게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맘마미아에서 가장 멋진 씬이다. 아무리 유명한 곡인 맘마미아, 댄싱퀸이 있어도 내가 꼽은 최고의 명장면은 이 장면이고 그 어떤 배우도 메릴 스트립처럼 소화하진 못했을 것이다.
맘마미아 2에서 이것과 비슷한 상황이 루비(셰어)가 호텔의 총매니저이자 옛 연인인 페르난도(앤디 가르시아;영화를 보면서도 이 사람이 내가 옛날에 알던 앤디 가르시아인 줄 몰랐다)를 만나서 아바의 노래 ‘페르난도’를 부르는 장면이다. 중저음 보이스의 셰어의 페르난도는 아바의 느낌과는 달리 연인보다 동지애를 부르짖는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미국인에게 셰어라는 가수의 존재는 상징적이다. 마치 우리나라 불후의 명곡에서 패티김 편이 있다고 하면 후배 가수들이 경의를 표하며 노래하는 느낌이랄까? 영화 속 배우들의 인터뷰를 보면 셰어와 함께 연기를 한다는 자체만으로 굉장한 영광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미국인이 아니고 그냥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성형 많이 해서 표정도 읽을 수 없는 어색한 얼굴의 노래 잘하는 할머니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감히 메릴 스트립과 셰어를 비교한다는 자체가 나에게는 무의미하다.
맘마미아의 주제는 사랑, 우정, 가족, 의리 뭐 이런 거다. 현실세계에서 이상향으로 꿈꾸는 것들로 이루어진 비현실 세계의 이야기다. 지극히 모계 중심으로 흐르는 이야기 전개, 당당한 연애가 당연한 맘마미아 월드는 여성이 독립적인 존재인 여전사 아마조네스 부족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여성 스스로 사랑을 선택하고, 당당하고, 독립적으로 삶을 꾸려가는 사상이 영화 전체에 흐르고 있다. 동시에 시각적으로는 그리스 외딴 섬도 그렇고, 보기만 보면 무조건 사랑에 빠지고, 슬퍼해도 비통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은 비현실의 세계가 펼쳐진다. 전편보다 숨겨진 따뜻한 이야기를 넣었다고 하지만, 그냥 이건 즐거우라고 보는 영화다. 시원하게 노래 불러주고, 그리스의 멋진 바다를 배경으로 걱정도 없는 꿈과 환상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 그래도 한 자리에 모으기 힘든 모든 배우가 단 한 명도 빠지지 않고 10년 만에 모두 출연해서 옛 추억을 함께 돌이켜보고 생각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으리라.
스포일러라고 할 것도 없다.
맘마미아에서 말하는 인생은 기승전 아모르파티다.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지중해의 풍광을 담고 싶다면 무조건 큰 스크린으로 보라. 어차피 직접 갈 수 없다면, 반가운 배우들의 얼굴과 경쾌한 춤이라도 보고 싶다면 빵빵한 사운드가 장착되어 있는 큰 스크린을 추천한다.
전편만큼의 상큼한 재미와 벅찬 감동은 덜하지만, 여름에 세상 고민 내려놓고 두 시간 동안 꿈과 희망이 가득 찬 퍼레이드를 감상할 수 있다. 나에게는 최고의 배우 메릴 스트립을 봐서 좋았고, 수다스러워도 사랑스럽고 가장 좋아하는 배우 콜린 퍼스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지만 노래 잘하는 콜린 퍼스의 노래가 없어서 아쉬웠다.) 샘, 해리, 빌은 나이 들어도 참으로 멋진 할아버지들이더라. 하하하
*글 : 취미발레 윤여사 윤지영
*사진 출처 : Daum영화
*본 리뷰는 브런치 무비 패스로 시사회 관람 후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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