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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동안 내 앞에 놓일 포춘 쿠키

브런치 무비 패스 작가 3기에 이어서 4기도 활동!



지난 6개월 동안 브런치 무비 패스 3기 작가로 활동했다. 

2018년 2월 발레 관련 에세이를 쓰던 중 한눈에 척~ 들어온 무비 패스 작가 모집 공지글. 나이 터울이 고만고만한 초등 세 아이의 엄마이자 주부로서 살고 있는 나에게 평일 저녁 8시 즈음에 홀로 나가 보는 영화 감상은 호사를 넘어서 사치에 가깝다. 

처음에 신청을 하면서도 마음이 반반이었다.


작가로서 정기적으로 시사회 초대받아서 영화 보러 가고 싶다 
VS
평일 저녁에 모든 것을 감당하며 서울까지 영화 보러 다니기에는 무리일 거야.


그러면서도 나 자신을 시험해보고픈 마음에 무비 패스 작가를 신청했던 것 같다. 그리고 발표가 날 때까지 가족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막상 무비 패스 작가로 선정되니 ‘어머~ 저녁에 어떻게 나가지?’란 생각보다는 설레고 기쁜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가족들에게도 양해를 구하고 6개월 동안 한 달에 두어 차례 있을 당당한 외출에 협조를 해달라고 했다. 물론 가족들도 나의 무비 패스 작가로서의 짧은 행보를 축하해주고 도와줄 것을 약속했다.



그렇게 6개월. 

나는 무비 패스를 통해서 9개의 영화 시사회를 다녀오고 감상문을 열심히 써댔다. (개인적 사정으로 모든 영화 시사회를 신청하지는 못했다. 나보다 좀 더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작가라면 10개 이상을 볼 수 있었을 거다.) 그중 몇 개는 카카오 브런치와 다음 메인, 카카오 채널의 메인을 장식했고, 그런 날의 브런치 조회수는 비정상적인 그래프 최고점을 찍었고, 폭풍처럼 브런치의 구독자가 몰려들기도 했다. 내가 쓴 글이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포털의 메인을 장식하는 것은 분명 신나는 일이다.


그렇지만 브런치 무비 패스가 나에게 준 영향력은 이게 다가 아니다.

브런치 무비 패스는 영화 시사회를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영화를 보고 영화 감상문을 성심성의껏 쓰고 관련 해시태그를 걸어서 일주일 내로 올려야 한다. 그러나 이 포인트에서 무비 패스 작가로 일하는 대부분의 작가는 허투루 일하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한다. 왜냐하면 동시에 시사회가 열리지만, 분명 시사회를 본 다음 날 아침이면 관련 해시태그가 걸린 글들이 주르륵 올라와있다. ‘아니… 이 사람들은 영화 보고 집에 늦게 갈 텐데 잠도 안자나?’싶을 정도다. 영화 표가 2장 나오니 같이 다니는 시사회 친구가 있는데, 내가 그 얘기를 하니 아예 노트북을 들고 들어가서 영화 보면서 쓰라는 농담을 할 정도였다. 하하하 뭔 기자회견장도 아니고, 노트북 펴고 영화를 보면서 감상문 쓴다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났다.

이렇게 누가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만 묘한 기류가 흐르는 브런치 무비 패스 시사회장… 그런데 이렇게 뭔가 대놓고 페널티는 없지만, 무비 패스 작가라는 자부심에 데드라인이 있는 글쓰기는 나의 능력을 보다 나은 단계에 도달하게 했다. 내가 보는 것은 영화지만 이게 무슨 영화다!라는 것을 말로 설명하는 것이 아닌 글쓰기에 종결되는 작업이기에 영화를 보면서도 감상문에 맞는 키워드를 떠올린다. 난 글쓰기에 통달한 사람도 아니고 그렇게 뛰어나게 글을 잘 쓰는 편도 아니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그냥 주절주절 내 생각을 글로 쓰는 것이 즐겁다. (심지어는 옛날엔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게 더 편했는데 요즘은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글로 쓰는 것이 훨씬!!!! 편하다.) 그래서 영화 보기가 글쓰기 위한 전초적 ‘일’ 임에도 불구하고 그 일이 즐겁다.

또한 브런치 무비 패스는 내가 전혀 예상하지 않은 영화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람은 예상 밖의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나처럼 항상 일과를 계획하고 미리 예상하는 논리형 두뇌의 인간은 특별한 예외가 아니면 매일 비슷한 일상을 살아간다. 다른 틈을 내서 일탈을 할 시간도 여력도 거의 없다. 그런데 시사회 초대는 항상 예상을 벗어난다. 갑작스럽게 띠링~ 울리며 도착하는 시사회 신청 메일. 그 순간은 마치 영화 미션 임파서블 도입부에 나오는 지령 내리는 장면 같기도 하고, 장르는 완전 다르지만 똑같은 톰 크루즈 오빠가 주인공인 아이즈 와이드 셧의 은밀한 파티 초대장 같은 기분도 든다. 일정을 보고 내가 갈 수 있는 날이나 극장이겠다 싶으면 잽싸게 신청을 해야 한다. 차일피일 미루고 게으름 피우며 버벅거리다간 신청을 해도 초대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6개월 동안 폭우를 헤치며 말도 안 되게 막히는 시내를 운전해서 극장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적도 있고, (그 이후로는 퇴근시간이라 되도록 운전 안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지하철 안에서 가지고 간 소설을 읽으며 짧은 여행을 가는 기분으로 간 적도 있다. 같이 가는 친구가 퇴근하면 좀 더 일찍 만나서 맛있는 저녁과 시원한 맥주 한잔을 마시고 영화를 함께 관람하기도 했고,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나 라테를 홀짝홀짝 마시며 영화를 보기도 했다. 내 취향에 맞는 영화도 있고, 좀 지루한 영화도 있고, 감상문을 쓰려다 화나게 만든 영화도 있고, 정말 유쾌하게 본 영화도 있다. 내가 시사회에서 보고 좋아서 개봉 후 가족들과 함께 다시 본 영화도 있다.

바쁘지만 이 모든 경험들이 나에겐 즐겁고 새로웠다. 그리고 항상 애들에게 “뭘 한번 하려면 1년은 해봐야 알지!!!”라는 육아관을 지니고 있는 엄마였기에 6개월의 작가 기간은 아쉽기만 했다. 그래서 다시 떨리는 마음으로 4기 작가에 신청했다. 결과는 :)


브런치 무비 패스 4기 첫번째 영화 서치. 많이 무서우면 안될텐데... -_- 존 조 기다려라. 내가 간드아~


아이들에게 할 말이 생겼다.

“엄마가 뭘 좀 알려면 1년 이상은 해봐야 한다고 했지? 그래서 엄마 브런치 무비 패스 작가 6개월 더하게 됐어. 엄마 영화 보고 오는 날은 할 일들 마치고 일찍 자야 한다.”


6개월 동안 내 테이블 앞에 놓일 미지의 포춘 쿠키를 기다린다. 

6개월 뒤에는 좀 더 나은 작가가 되고 싶다. 진심으로… :)



글 : 취미발레 윤여사 



취미발레 윤여사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yoonballet_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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