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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용 발레리노 마스터 클래스 후기

7월 29일 “행복한 움직임”


살짝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2016년 10월 일상생활 중 어이없이 넘어지는 사고로 무릎 전방 십자인대가 일부 파열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4개월 정도 그럭저럭 방치하다가 2017년 2월 발레 클래스 센터 워크 중에 글리사드 아쌍블레 동작에서 전방 십자인대 완전 파열 및 내측 반월상 연골판이 찢어지는 대형사고가 납니다. 수술 후 몸도 마음도 유쾌하게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지나고 보니 작년이 최근 들어서 가장 힘들었던 한 해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몸을 많이 쓰는 무용수들, 특히 고난도의 테크닉을 사용하는 발레리노들은 부상을 계급장 달듯이 달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아는 대부분의 발레리노들도 그랬고요. 수술 후 전우애처럼 본인들도 무릎, 발목 등등 다양한 부위, 다양한 수술 방법, 다양한 재활 방법에 대해 저에게 조언해주기도 하고, 저도 급한 마음에 많이 물었던 것 같습니다. 약 6개월 경과 후 급한 불은 끄고 일상생활에서는 전혀 지장이 없지만, 솔직히 제 몸은 예전처럼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속상한 마음이 컸지만, 7년 여 해오던 취미발레 경력에 과감히 리셋 버튼을 누르기로 했습니다. 진짜 초심으로 돌아가고, 재활에 급급하기보다 바르게 몸을 사용하는 것에 집중해서 탐구하기 시작했죠. 그러던 중에 이승용 발레리노를 더욱 친밀하게 알 계기가 생겼습니다. 이전에도 알고 인사하던 사이었지만 건강한 몸에 부상 없이 춤을 춘다는 그가 궁금했고 건강하게 춤을 춰야 진정한 행복한 움직임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발레는 과학입니다. 물론 예술은 기본입니다.

이승용 마스터는 과학을 전제로 한 움직임에 중점을 둡니다. 발레는 예술인데 과학이 나오니 딱딱하고 재미없을 것 같다는 선입견을 한방에 날려 준 시원한 탄산수 같은 마스터 클래스였습니다. 인간의 몸은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 자연스러운 움직임은 신체의 기본 메커니즘의 유기성에서 유래합니다.

저도 한때는 발레를 하면 모든 뼈마디를 뒤틀면서 아픈 것이 당연하고, 부상이 생기면 쉬고 다시 하면 된다는 생각이 농후했습니다. 제가 찾아봤던 많은 자료에서도 그래 왔고, 발레 분야에 공공연하게 떠도는 무용수들이 은퇴하면 골병만 남는다는 식의 이야기조차 참 속상하기도 했고요. 특히나 취미발레를 하면서 부상이 생기면 주변에서는 “뭐 발레리나 데뷔하게?”라는 식의 말도 참 듣기 싫었습니다. 나는 발레가 좋아서 하는 건데 결국 주변 사람들은 ‘그래 너 어디까지 하나 보자!’라는 색안경도 씁쓸하더군요.


 


부상은 당연한 게 아닙니다.

다쳤다는 것은 신체 메커니즘의 밸런스가 깨졌다는 신호입니다. 그런데 그걸 무시하면서 계속 달리면 몸이 견디질 못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착각하기 쉬운 게 ‘부상을 당했으니 살살하면 괜찮아진다’와 ‘부상 안 당하려고 적당히 하면 된다’라는 잘못된 정보입니다. 이승용 발레리노가 그 오류를 깼습니다. 누구보다 더 높이 뛰고, 더 섬세하게 피루엣 하고, 짱짱한 테크닉에 연기력까지 갖춘 그가 큰 부상을 겪지 않고 춤을 출 수 있는 것은 신체 메커니즘과 얼라인먼트를 제대로 사용했다는 결과일 겁니다. 마치 흩어져있는 퍼즐 조각을 잘 모아서 맞추고 나니 완성된 그림 전체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이빠진 조각 하나 없이 예쁜 그림이랄까요? 몸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조금 더 자유롭고, 몸의 구조에 관해서 가장 중점적인 부분에 대해서 깊이 있는 고찰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훌륭한 클래스였습니다.


 

제 왼쪽 무릎 양쪽에는 아직 철심 두 개가 사선으로 박혀 있습니다. 추운 겨울엔 수술한 무릎이 먼저 시리고, 피부 위를 만지면 철심이 느껴지면서 누르면 통증도 있고, 수술 부위 피부의 느낌도 좀 둔감화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센터 워크에서 격렬한 동작은 하지를 못합니다. 그래도 이번 클래스에서 이승용 마스터와 함께 뛰고 돌고 날아다니는 참가자들을 뒤에서 바라보며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릅니다. 

못 뛰어서 속상하지 않냐고요? 저 역시 그냥 비슷한 흉내를 내는 발레는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몸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막 사용해서 무리한 동작을 한다는 것이 무모하다는 것을 안 이상 냅다 뛰는 행동은 안 합니다. 이제 건강하고 행복한 움직임을 위해서 한걸음 내딛고 있는 요즘으로서는 미래의 제 모습이 기대됩니다. 

아니오… 기대 정도가 아닙니다. 이미 해피엔딩일 것을 알기에 어떤 것이 와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네요. 

*발태기는 제 사전에 없습니다. 하하하

(*발태기 : 발레권태기, 취미발레인들의 속어)



최고의 실력과 열정과 이론으로 똘똘 뭉친 고퀄의 마스터 클래스를 선물해 준 이승용 마스터에게 마음 깊이 감사함과 경의를 표합니다.

마스터 클래스 마치고 가는데 이승용 리노가 엘리베이터에서 이야기합니다.

"인터미션 없이 전막 공연 마친 기분입니다..."

이번 클래스에서 이렇게까지 최선을 다해준 승용 마스터님 고맙습니다. :)




오늘은 이승용 발레리노의 마스터 클래스가 있는 날입니다. (캘리그래피 온강 조윤영님, 사진 서윤호님)



특별히 오늘 에너지 보충용 쿠키 간식을 협찬해주신 고서현님께 감사드립니다. (희소당 쿠키)



네버엔딩 센터워크, 열정과 에너지가 가득찼던 시간이었습니다. 모두 활활 태우셨죠? (사진 : 서윤호님)


마지막 남은 기운까지 불태운 이승용 마스터와 열정의 참가자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사진 서윤호님)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SNS에 #윤작가의썸머발레캠프 또는 #2018윤작가의썸머발레캠프 로 많은 후기 남겨주세요 :)

*본 브런치에 참석자들의 소감이 담긴 후기 댓글도 기다릴게요. 다음 캠프 때 더 많은 준비로 만나요!



글 : 취미발레 윤여사 윤지영 작가

사진 : 서윤호, 윤작가 제공 (단체 사진은 참석자의 동의하에 올림을 알려드립니다)



취미발레 윤여사/윤지영 작가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yoonballet_writer

이승용 발레리노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daniel_sy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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