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명당_내 삶은 자연스러운가?

믿고 보는 조승우의 명연기


#12_명당

내 삶은 자연스러운가?



자고로 이런 날이 있다. 연기 끝장나게 잘하는 배우들이 나와서 역사 속 사실과 허구를 적당히 버무린 평균 이상의 한국 영화를 보고 싶은 날. 어떤 스토리일지 대충 감이 오지만, 주연 배우의 이름만 보고도 ‘음… 이 정도면 믿고 볼 수 있겠네.’라며 안심할 수 있는 영화.

영화 <명당>은 관상, 궁합에 이은 역학 3부작 시리즈의 완결편이다. 우리가 알던 모르던 한국인의 삶 속에 깊이 관여되어 있는 역학 삼총사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솔직히 1편 <관상>만큼 쫄깃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위에서 언급한 상황에 매우 적합한 영화다.



*영화의 스포일러가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믿고 보는 조승우, 실망시키지 않는 연기.


이 영화는 평균점 이상이다. 요즘 많이 제작되는 스토리 위주 사극 스타일의 영화인데,  중심에는 배우 조승우가 있다. 2시간이 살포시 넘는 러닝타임의 고삐를 조승우가 잘 쥐고 간다. 연기 잘하는 백윤식, 김성균, 지성, 유재명 등이 나와서 각기 호연을 보여주지만, 그냥 이 영화의 중심에는 조승우가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다.

영화에서는 우리가 사는 땅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명당_明堂이 내포하는 의미는 단순히 좋은 땅을 차지한다는 것 이상으로 그 땅위에 사는 인간의 군상과 욕망을 거침없이 보여준다. 영화를 보다 보면 명당을 차지해야 모든 일이 운수 대통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결과는 여지없이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 준다. 어쩌면 땅이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결정이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것. 이것은 역학 3부작이라 해도 결국 마지막 한 끗은 미리 정해진 운명이 아닌 인간이 마음먹기에 달렸다.


때는 조선 말기,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지관 박재상(조승우)은 명당을 이용해 나라를 지배하려는 장동 김 씨 가문의 계획을 막다 가족을 잃게 된다. 13년 후, 복수를 꿈꾸는 박재상 앞에 세상을 뒤집고 싶은 몰락한 왕족 흥선(지성)이 나타나 함께 장동 김 씨 세력을 몰아낼 것을 제안한다. 뜻을 함께하여 김좌근 부자에게 접근한 박재상과 흥선은 두 명의 왕이 나올 천하명당의 존재를 알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출처: 영화 명당 시놉시스)


믿고 보는 조승우, 유명재 콤비의 명연기와 지성의 내면 연기가 볼 만하다. (출처: Daum 영화)


그렇다면 영화는 물리적인 땅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것일까? 한꺼풀만 들고 속내를 들여다보면 땅이라는 외형 요소를 핑계 삼아 내면의 욕망을 감추고 있다. 영화 속에서는 궁궐의 권력의 암투가 살아있는 인간의 터가 아닌 죽은 이를 모시는 묏자리를 놓고 살벌한 투쟁을 벌인다. 물론 나라의 임금이건 백성이건 자신의 부모에게 효도하고, 자식의 앞길을 터주기 위함이라고 말하지만, 좀 더 솔직해지자. 인간의 영악한 내면에 들어서면 결국 효도나 부성애, 모성애보다 내가 좀 더 중심에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영화의 모든 인물들이 나라와 가문을 위해서 애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의 영속을 위한 일임을 알게 된다. 자신이 다칠까 봐 두려워하고, 권력을 뺏기는 것도 두려워하고, 차지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그 모습조차도 두려움에 휩싸였다.


영화 속 나온 대사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가 있다. “땅은 영원하다. 김좌근 대감을 막는다고, 또 다른 김좌근이 나오지 않을 것 같은가?”

우리는 가끔 어떤 문제가 터졌을 때 핵심을 알고 있으면서도 고개를 돌리고 싶을 때가 있다. 진짜 폐부를 찌르지 않고, 주변만 슬쩍 건드리면서 어물쩍 넘어갈 때가 있다. 그리고 마치 문제를 해결한 것 같은 ‘척’을 할 때가 많다. 그러나 정확히 표현하면 이것은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그저 눈을 가리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그리고 대부분의 문제는 항상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이 된다. 그 문제에 얼마나 개입할 건지에 대한 결정은 개인의 몫이다.

인생의 모든 문제를 ‘명탐정 코난’처럼 동분서주하면서 해결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문제를 떠안고 문제와 함께 가는 것도 인생의 여정이기에 일상 속에서 ‘모든 문제 zero, 행복지수 100%’의 이상적인 상황은 결코 펼쳐지지 않는다.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한국의 주택 환경은 여건상 땅을 밟는 일반 주택보다는 아파트 형의 공동주택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나마 땅과 가깝게 사는 아파트 1층 거주자를 제외하고는 우리가 사는 집은 땅과는 거리가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한국인들은 풍수를 중요하게 여긴다. 1층 거주가 아니면 내가 사는 라인이 다른 곳에 비해서 풍수지리가 좋은지, 그나마 볕이 잘 들고 수맥이 흐르지 않는지를 따지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나는 풍수지리를 믿지 않는다. 그러나 선조들이 명당이라고 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인간이 살아가는 터는 자연의 흐름에 역행하지 않고 순응을 해야 그 속에 생활하는 인간에게도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특별히 풍수, 명당을 따지지 않더라도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느끼는 편안함은 말로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일반화되어 있다. 일반적인 사람이 풍수지리를 잘 몰라도 좋다고 느끼는 공간은 대부분 명당이다. 이유는 사람이 있는 그 공간이 자연스러움에 묻어 있기 때문이다.

좋은 것을 찾아서 나서는 반지의 제왕 같은 모험도 좋지만, 어쩌면 우리 마음속에 우리의 정신 속에 이미 명당은 자리 잡고 있을 수도 있다. 남의 땅, 남의 것 욕심내지 말고 내 마음속 자연스럽게 자리 잡혀있는 명당에 집중을 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풍요로운 삶이 펼쳐질 것이다.



영화의 메인 포스트 (출처: Daum 영화)


*글 : 취미발레 윤여사 윤지영

*사진 출처 : Daum영화

*본 리뷰는 브런치 무비 패스로 시사회 관람 후 올린 글입니다.



취미발레 윤여사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yoonballet_writer/


매거진의 이전글 체실 비치에서_여백은 부재와 다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