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발레의 민감한 이야기_발레와 식이요법



처음에는 발레에 관한 기본적이 이야기에 이어서 다음은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OX퀴즈로 풀어보면서 좀 더 상세히 알아보았다. 이번 단원에서는 발레에 관련된 민감한 이야기를 조금 더 심도 있게 다뤄보고자 한다. 글에 대한 것은 주관적인 의견이지만 현재 사회에 만연된 건강한 신체 조건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조금이라고  바로잡기 위한 것임을 미리 알리는 바이다.




제4부 / 발레에 관련된 민감한 이야기


1. 발레와 식이요법 



#시대유감 : 체중감량 공화국

우선 글을 시작하기 전에 유감스러운 시대에 불만을 표하고 싶다.

인터넷으로 접하는 연예계 소식 중 심심찮게 보이는 기사 중 하나는 어떤 연예인이 몇 kg 감량했는지에 관한 것이다. 대부분 대상 여자 연예인들은 짧은 스커트를 입고 다리가 얼마나 날씬해졌는지를 친절하리만큼 이전 사진과 비교해서 보여주기도 하고, 좀 뚱뚱했던 남자 연예인들은 폭풍 감량에 성공했다고 하면서 감량 이전의 무기력하고 나른한 정면 표정에서 감량 이후 상반신 탈의에 카메라를 잡아먹을듯한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게다가 아예 여자 연예인들의 마른 다리를 보여주며 '가시몸매', '가시각선미', '초마름' 등의 들어보지도 못한 이상한 신조어로 그냥 비쩍 마른 몸매 숭배 조장을 하는 기사를 접한다. 이런 사회적 현상이 불만스럽다 못해서 가끔은 불쾌하기까지 하다.

반대로 오랜만에 나온 연예인이 예전보다 좀 통통해지면 '후덕해진 모습'이라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나온다. 사람이 살다 보면 살이 좀 빠질 수도 있고 찔 수도 있는 거지 기계도 아니고 어떻게 항상 같은 체중과 몸 상태를 유지하겠는가?     

누구나 알다시피  본래 '다이어트'는 정상적 식사 조절을 통해 영양적 흡수를 도와서 건강한 신체를 만드는 식이요법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다이어트는 누가 들어도 '체중감량'의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그래서 이번 단원에서는 다이어트라는 단어보다 본질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 '식이요법'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취미발레를 하면서 '어느 정도' 식이요법을 병행하면 건강하고 아름다운 자신의 본래의 신체에 조금 가까워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느 정도를 결정하는 부분이 결코 쉽지는 않다. 



아마 현존하는 세계의 직업군 중 가장 마른 사람들의 집단은 패션 모델과 발레리나가 아닐까 싶다. 워킹을 일상화하면서 연습하는 모델들도 에너지 소모량이 많겠지만, 발레리나의 연습 장면을 보면 정말 무시무시할 정도의 에너지 소모를 하는 극한 직업에 속한다. 저런 마른 몸으로 어떻게 저런 동작을 해낼까 의구심이 들 때도 있지만 발레의 생명은 '라인'이다. 아무리 동작 수행 능력이 좋다고 해도 무대에서 보이는 라인이 아름답지 않으면 발레리나로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무대 위에서 메이크업을 하고(몸에도 한다) 조명을 받으면 약간 마른듯한 사람도 좀 살집이 있어 보인다. 그래서 면이나 면적이 아닌  극대화된 라인을 보여주는 발레리나들은 생각보다 상당히 말랐다. 그런 프로 발레리나의 바디 라인에 익숙해져서 처음에 발레를 할 땐 평균적인 신체 비율을 가진 일반인이 발레를 하면 라인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동작 자체가 조금은 우스워보인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그 반대로 생각한다.(비전공자로서 전공자 세계에서의 신체 라인 관리에 관한 의견을 제안하기엔 현재 내 지식이 지극히 제한적이라서 취미발레에 국한해서 설명을 할까 한다.) 내 생각에 취미발레의 가장 큰 특권은 몸과 마음에서 동시에 느끼는 즐거움일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발레를 하면 자신이 가진 몸 상태에서 가장 이상적으로 보기 좋은 라인을 끌어내 준다. 그렇지만 단순히 살을 뺄 목적으로 굶으면서 발레를 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말자. 체중계의 눈금은 줄어들 수 있지만 그렇게 먹지도 않고 발레를 하는데 과연 마음이 즐거울까? 이쯤에서 좀 비약적으로 확대해 본다면 마음이 즐겁지 않으면 얼굴 표정이 어두워지고, 낯빛에서 생기를 잃으며, 이렇다 보면 피부도 푸석해지고, 트러블도 많이 생긴다. 즉, 살을 빼더라도 오히려 외모는 나이가 들어 보이는 불상사를 초래할 수 있다.



내 경우를 예로 들자면 나는 키는 평균보다 작고 체중은 마르지도 뚱뚱하지도 않은 그러나 많이 먹으면 몸이 아주 솔직하게 반응하는 (식후 배만 훅 나온다든가) 지극히 보통 여성의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 셋을 출산하고 바쁘고 힘들다는 이유로 운동도 전혀 하지 않으면서 살림과 육아를 병행하다 보니 혈색도 나빠지고 체중이 줄기 시작하는데 탄력이 사라지고 보기 싫게 살이 빠져 버린 경우였다. 보는 사람마다 "왜 이렇게 말랐어?"인데 그들의 눈빛은 말라서 예뻐졌다가 아니고 어디 아픈가? 왜 이렇게 퀭하니? 란 말을 담고 있었다.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다이어트라고 하면 무조건 살을 빼고, 체중계에 찍히는 숫자에만 집중을 하게 된다. 살이 빠져도 근육량이 없으면 겉으로는 말랐지만  복부비만, 혹은 내장 비만을 동반하기도 한다. 근육 없이 그저 마르기만 한 다리는 오히려 볼품이 없다. (다시 말하면 '가시 각선미'란 단어는 말 자체에 모순이 담겨있다!!) 어쨌든 내 경우는 체력이 너무 바닥으로 떨어져서 발레를 시작했고, 운동이라는 것을 안 하다가 갑자기 시작하니 무서우리만큼 식욕이 늘기 시작했다. 발레 시작하고 두 달 정도는 한 끼에 2인분을 먹어도 배가 그다지 부르지 않을 정도였다. 식욕 폭발이 살짝 걱정도 되었지만 신체가 원하는 대로 그냥 따라가면서 발레도 열심히 했더니 초기에는 체중이 2-3kg 정도 증가를 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보는 사람마다 몸이 예뻐지고 살이 빠졌냐고 물어보기 시작했다. 분명히 체중은 늘었는데 외관상으로 살이 빠진 것 같다는 이야기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우리나라 사람은 좀 예뻐졌다 표현을 할 때 항상 살이 빠졌어~라는 이상한 칭찬을 한다. 건강해보여~는 왜 기분 나빠할까? 문화 사고방식의 변화인지...) 지방보다는 같은 양의 근육의 무게가 무거워서 체중은 늘어도 부피는 줄어 보이는 외관적 착시현상이 존재한다. 

발레 시작하고 4개월 만에 항상 있던 정기 건강검진 있어서 검사를 한 결과 체중은 늘었지만 마른 비만 체형이었던 복부, 내장비만이 정상 수치 범주로 돌아오고 체지방은 빠지고 근육량이 소폭 향상되어 있었다. 작은 경험이지만 발레(혹은 운동)를 시작하면서 체중계의 몸무게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내  몸속의 건강 상태와 근육과 지방이 조화롭게 밀도를 유지하는 상태이다. 물론 과체중인 사람은 어느 정도 체중 감량을 위한 식이요법을 하면서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과체중은 누구나 알다시피 허리, 무릎, 발목 관절에 무리를 주기 쉽고 이것은 또 다른 질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평균 체중 정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발레리나 몸처럼 마르게 만든다는 강박증은 버렸으면 한다.

그리고 발레리나, 발레리노들이 거의 먹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도 없애길... 발레인들의 가방에는 항상 간식거리가 들어 있다. 직업 무용수들이 수행하는 동작은 취미발레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기술과 체력 소모를 요한다. 그래서 한꺼번에 많이 먹지 않고, 소량을 자주 먹는다. 아마 공연 전에 바나나와 초콜릿을 즐겨 먹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취미발레인을 위한 식이요법 작은 팁을 하나 알려준다면  (발레뿐 아니라 다른 운동도 마찬가지지만) 발레 수업 전에 절대 공복으로 수업에 임하지 않도록 하자. 수업 전에는 꼭 탄수화물을 섭취해서 발레 수업 중 열량을 다 태우도록 하고, 수업 마치고 나서는 단백질 보충을 해서 근육에 탄력이 붙도록 하자. 살을 빼겠다고 오히려 공복으로 수업에 임하면 애써 만든 근육이 다 빠져버리고, 운동으로 허기진 상태에서 음식을 섭취하면 허기진 우리의 몸은 기아 상태를 벗어나고자 들어 오는 모든 음식을 열량원, 즉 지방으로 축적하려고 한다. 적어도 발레 30분이나 한 시간 전에는 음식 섭취를 마치고, 발레를 하고 나서는 짧은 시간 내에 단백질을 공급해주도록 한다. (단백질이 공급에도 너무 집중하지 말고 운동하고 나서 황당한 정크 푸드만 아니라면 먹고 싶은 거 적당히 먹으라고 하고 싶다) 그래도 발레리나처럼 말랐지만 가늘고 긴 단단한 근육을 원한다면 같은 운동량에 식사량을 70%로 줄이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뭘 그렇게 힘들게 하나......

먹는 즐거움을 빼앗기면서 예민하게 취미 생활하지 말고, 즐겁게 적당히 먹고 열심히 발레 해서 건강한 바디라인을 만드는 것이 취미 발레의 특권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난 개인적으로 "잘 먹기 위해서 발레 한다"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식이요법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뭔가 파이팅을 외치면서 고독하게 자기와의 싸움을 해야 할 것 같은 선입견이 있다. 오히려 무대 위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발레리노들의 유쾌한 일상을 보면 그리 심각하게 몸매 관리에  치중하기보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서 연습하고 자신의 삶을 즐기는 모습이 더욱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국립발레단 단원 중 유쾌한 캐릭터 두 번째 가라면  서러워할 발레리노 이영도, 김동혁, 김경식의 신나는 일상. 2015 )




유쾌, 상쾌, 통쾌 국립발레단 발레리노 2인방 선호현, 이영도 ( 바닐라 프루츠 지면 광고 촬영, 2015)




발레리나는 몸의 언어로 관객들과 소통한다. 단순히 몸이 마르고 날씬하고 살찌고 정도를 떠나 무용수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신체 라인이 언어가 된다. 발레리나 윤혜진의 라인은 아름답다. 키가 크고 강단 있게 깡마른 몸매인 듯 하지만 잘 형성된 멋진 근육은 그 자체가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로 관객에게 가까이 다가온다. 무대에서 다시 만날 날을 살며시 기대해본다. (몬테카를로 발레단, 前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윤혜진, 2015)




발레리나 김리회의 라인은 로맨틱하다. 어느 순간은 수줍은 소녀처럼 어느 순간은 무심한 듯 시크한 여성처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의 춤은 힘이 넘치는 동시에 사랑스러운 여자 주인공의 모습을 함께 투영시켜준다.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김리회스러운 해석이 보여서 항상 기대하게 만드는 무용수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리회, 화양연화 시리즈, 2015)




김지영의 라인은 관능적이다. 모든 동작이 교과서처럼 정확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교본을 넘어서서 한 차원 위에서 춤을 추고 있는 것 같다. 단순히 연륜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상투적이고 그녀의 라인은 많은 이야기를 영리하고 아름답게 관객에게 들려준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 화양연화 시리즈, 2015)




다양한 모습 다양한 라인으로 관객들에게 늘 새로움을 선사하는 프로 무용수들의 노력. 단순한 신체가 아닌 그 몸짓의 언어에 조금 더 영민하게 다가가고 이해하도록 하는 관객의 노력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국립발레단 왕자호동 스튜디오 리허설, 2015)




*글 : 취미발레 윤여사
*사진 : 김경식, 김윤식(형제발레리노)
*첨부된 사진의 저작권은 형제발레리노에게 있으므로 무단 복제나 사용을 금지합니다.

*댓글을 통해 많은 구독자와 발레에 관한 즐거운 소통의 장소가 되었으면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발레를 배우다_잠깐! 토슈즈 신기 전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