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하고픈 그들의 이야기_김윤식 01

냉철한 시선, 직관적인 셔터, 그리고 따스한 마음의 소유자



시즌 2 / 우리가 사랑하고픈 그들의 이야기



6. 김윤식 발레리노 겸 사진작가 (체코 국립발레단, Balet Národního divadla)_01

냉철한 시선, 직관적인 셔터, 그리고 따스한 마음의 소유자




한국에서 국립발레단의 김윤식 발레리노라고 하면 여러 가지가 연상됐다. 현재는 여행 영상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경식 감독(前 국립발레단 발레리노)과 함께 ‘형제 발레리노’라는 대명사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다 발레리노이자 사진작가를 겸업하는 독특한 이력을 갖게 된다. 무용수로서도 사진작가로서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 같은 그가 돌연 2년 전에 국립발레단을 퇴단하고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약 몇 개월 후 체코 국립발레단에서 새로운 시작을 한다. 프라하라는 낭만적 도시에서 그가 발레리노로서 사진작가로서 어떤 전환점을 가지게 됐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몇 개월 후 여러 작품에서 여전히 주역을 맡게 됐다는 소식, 그리고 놀랍게도 입단한 지 몇 개월 만에 체코 국립발레단의 2019년도 공식 캘린더 사진 작업을 맡게 되는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2019년 7월에는 한국에서 첫 단독 포토 콘서트인 [The Yoon6Photo Concert]까지 성황리에 마친 김윤식 작가. 현재는 발레 무용수이자 체코 국립발레단의 사진작가, 그 외의 해외 유명 발레단과 끊임없이 사진 작업을 하는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 그리고 앞으로 그가 꿈꾸는 발걸음은 어디를 향하게 될까? 지금부터 그 진지한 이야기 속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윤여사 (이하 윤) : 안녕하세요? 윤식 씨, 늘 하던 대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형식의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고요. 우리가 서로 알고 함께 일한 지도 꽤 오래됐네요. 이미 너무나 유명하지만 아직도 윤식 씨를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김윤식 (이하 식) : 네, 저는 발레리노이자 사진작가인 김윤식입니다. 한국에서 선화예술학교, 선화예술고등학교, 한국종합예술학교를 마치고 국립발레단에서 7년 동안 활동했고요. 이후 체코 국립발레단에 입단하여 현재 두 번째 시즌을 마쳤습니다.



윤 : 발레리노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지만 이제는 포토그래퍼 김윤식으로서도 유명하잖아요. SNS에 보다 보면 ballet와 photographer의 합성어인 balletgrapher란 단어도 종종 볼 수 있던데 그 맥락으로 불리는 건가요?

식 : 네, 친구들이 발레를 하면서 사진을 찍으니 그런 별명을 붙여준 것도 있고요. 그러나 제가 꼭 발레 사진에만 국한돼서 찍는 것이 아니고, 또한 대단한 경지에 이른 상태가 아니라서 balletgrapher란 것으로 통칭하기에는 아직 좀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하하

윤 : 윤식 씨가 겸손하게 이야기해도 발레 무용수 출신에서 사진작가로의 전향을 한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으리라고 봐요. 무용 사진을 찍는 분들은 많지만, 직접 발레를 하시다가 작가로 작업하시는 분은 BAKI로 알려진 박귀섭 작가님이 계시고요. 윤식 씨가 2세대라고 하기에는 그 기간이 좀 짧은 후배의 연배지만 그 뒤를 잇게 된 것이라고 보는데요. 이렇게 발레를 전공하고 사진을 찍다 보면 확실히 그 움직임을 알기에 접근 방식이 다를 것 같아요. 어떤가요?

식 : 네, 발레를 모르고 찍는 사진과 알고 찍는 사진은 분명 다르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제가 발레를 했었고, 발레 무용수들과 함께 무대를 준비하고 무대에 서고 하면서 그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나아가서 그들의 고민도 함께 알고 있죠. 이런 부분들이 있기에 사진에 담아내고자 하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접근성이 뛰어나고 더욱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점이 저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용수들의 움직임의 방향, 타이밍, 또한 무용수들이 좋아하는 동작의 사진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어서 발레 사진을 찍기에 용이하다고 봅니다.



윤 : 얼마 전 국내에서는 최초의 시도가 아닐까 싶은 <The Yoon6Photo Concert>라는 명제로 단독 포토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쳤는데요. 어떠셨나요? 소감을 말씀하신다면?

식 : 저는 정말 재밌었어요. 즐거웠고, 긴장됐고, 부담됐고, 좋았고… 모든 감정들이 다 섞였던 것 같았어요

윤 : 공연과는 또 다른 기분이었나요?

식 : 아휴… 사실 포토 콘서트 처음 해보니 차라리 무대에서 춤추는 게 훨씬 편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어요.

윤 : 아마 안 해봤던 거라서 더 긴장했을 수도 있어요.

식 : 무대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혼자 말하고 강연하고 그랬던 게 처음이 아니었나 싶어요. 아마 나중에 익숙해지면 이것도 좀 나아질 수 있겠죠.

윤 : 제가 포토 콘서트 첫 소개에서도 언급한 이야기지만 윤식 씨가 목소리가 상당히 좋은데 공교롭게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예술 분야 두 개를 섭렵하셨어요. 발레와 사진. 하하하 둘 다 결과물에서 말이 전혀 필요 없는 예술이잖아요. 그래도 무대에서 말씀 잘하시던대요.

식 : 제가 가장 좋았던 것은 제 작품에 대해 제가 관객에게 다시 한번 설명을 하는 것이었어요. 제 사진 결과만을 보고 그분들이 각자 느끼는 것도 좋지만, 이 사진들에서 제가 의도했던 것, 제가 느꼈던 감정을 라이브로 공유할 수 있어서 의미 있고 좋았습니다.


The Yoon6Photo Concert 강연 중 (사진 제공 : 용재훈)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었던 그가 던진 한 수.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었고, 그 반대일 수도 있었다.


윤 : 현재 체코 국립발레단의 규모는 어느 정도이고, 국적은 당연히 다국적이죠?

식 : 제가 알기로는 약 84명 정도로 알고 있어요. 국적은 아주 다양하고, 각 나라의 특징에 따라서 무용수들의 성향도 다양한 편입니다.

윤 : 오디션 볼 때 내가 사진 좀 찍는 사람이다. 이런 언급을 하셨나요?

식 : 아니오. 오히려 사진에 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어요. 처음에 이적하고 두 달 넘게 무용실에서 아예 사진기를 안 들었어요. 그냥 밖에서 혼자 찍으러 다니고 그랬죠. 몇 개월 동안 발레단에는 사진기 안 들고 다니다가 Fuji X100T라고 진짜 작은 카메라를 들고 세레나데 스튜디오 리허설하는 장면을 피아노 아래 들어가서 살짝 찍었죠. 애들이 이상하게 보더라고요. 그런데 이미 제가 입단했을 때 저를 아는 애들이 있긴 있었어요. 그렇다고 그 친구들이 대놓고 쟤가 누구다 이야기를 안 하니까요. 그렇게 사진을 몰래 찍고, 무대 리허설을 할 때 사진을 찍어서 찍힌 친구들한테 사진을 줬더니 무척 좋아하더라고요. 그러고 사진 찍힌 몇몇 친구가 너 SNS 알려달라고 해서 알려주니, 이미 저를 팔로우하고 있고… 깜짝 놀라면서 “아… 네가 Yoon6Photo 였냐고. 나 너 팔로우하고 있었다” 하하. 뭐… 이런 경우도 있었고요. 그러다가 단원들이 인정해주고 정식으로 공연 사진을 무대 옆에서 찍게 되었어요.

윤 : 아… 그렇게 자연스럽게 사진작가로서의 자리를 만들어간 거군요. 2019년도 체코 국립발레단 공식 캘린더 사진 작업하셨잖아요. 제가 듣기로 어시스턴트 없이 혼자 오롯이 작업을 하셨다고 하던데?

식 : 네, 아무도 없었어요. 아무도 없었고, 혼자 전부 작업했어요.

윤 : 힘드셨을 것 같은데 어떻게 혼자 다 작업하셨어요?

식 : 저는 혼자 작업하는 게 편해요. 옆에 아무도 없는 게…

윤 : 누가 옆에서 얼쩡대고 걸리적거리는 것 싫어하는군요.

식 : 아니 뭐 꼭 그렇다기보다 제가 마음에 있는 모든 것을 다 지시하고 그런 게 약간 더 번거로워요. 그거 설명하기보다 제가 그냥 하는 게 편해요. 만약 진짜 뭔가 필요하면 아예 주변에 있는 친구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부탁하는 편이에요. 무용수와 항상 둘이 작업해서 그런지 옆에 누가 와있고 계속 보고 있고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해요.

윤 : 아이고… 인터뷰 마치고 나면 저도 확 꺼질게요. 하하하

식 : 하하하 그런 건 아니고요. 아마 단독 화보가 많다 보니 저와 무용수 둘이 작업하는 게 대부분이고 많아봤자 셋, 넷 정도? 그런데 이번 캘린더 작업처럼 많은 무용수와 화보 촬영한 게 거의 처음이 아닐까 싶어요.


https://youtu.be/66u5GdebEk0

정말 혼자서 촬영한다는 것이 사실이군요. 동영상이 증명합니다. ('YouTube에서 동영상을 시청하세요' 누르면 됩니다)



윤 : 이건 캘린더를 본 팬들이 직관적으로 궁금해했던 질문 하나 할게요. 1월 사진에 발레리노가 객석 의자 등받이 위에 올라가서 한 발로 빠셰 발란스 잡은 동작 있잖아요. 실제로 올라간 것이냐? 합성이냐 아니냐?

식 : 아! 그 사진이요? 그거 진짜 많이들 질문하더라고요. 저희 단장님도 궁금해했었는데. 결론으로 말하면 합성 아니고, 의자 등받이가 아니라 뒤에 상자를 마구 쌓아놓고 발레리노가 올라가서 자세를 취한 거예요. 사실 그 발레리노가 체코 국립 수석 무용수이고 이탈리아 사람인데 발란스가 워낙 좋고 잘 잡는 친구예요. 처음엔 의자 등받이 위에 서더니 이건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제가 어디서 작은 상자 몇 개를 막 쌓았어요. 그것도 엄청 흔들려서 웬만하면 발란스 잡을 수 없는 상황인데 그 친구가 그 위에서 중심을 잡더라고요. 그 촬영 동영상도 있는데 나중에 보내드릴게요.

윤 : 맞아요. 저도 윤식 씨가 웬만해선 합성을 안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것으로 합성 의혹은 풀렸네요. 알고 보니 "인간 젱가"였군요.

식 : 그 친구 아니었으면 누구라도 그곳에서 그 동작은 힘들었을 거예요.

윤 : 10월 사진 보면 발레리나들 튜튜 입고 객석 여기저기에 누워서 포즈 취한 것은요. 찍은 위치가 상당히 높아 보이고 조명도 직접 다 설치했나요?

식 : 조명은 조명 감독님이 협조를 해주셔서 조명 설치는 함께 했고요. 그래도 극장에서 찍은 사진은 약간 아쉬운 게 조명 빛이 약간 부족했어요. 그리고 객석에 발레리나들 누워서 포즈 취한 사진은 다들 의자에 머리 대고 눕느라 머리에 쥐나면서 찍히고 그랬죠. 직접 제가 4층 꼭대기 올라가서 막 소리 지르면서 “제일 오른쪽 사람 한 칸 더 가. 누구는 무릎 더 펴!” 이러면서 찍은 거예요. 그거 찍고 바로 리허설 있어서 찍자마자 들어가서 리허설하고 그랬어요.

윤 : 윤식 씨 유럽에서의 사진 작업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 된 캘린더 작업은 입단한 지 얼마 만에 제안을 받은 거죠?

식 : 들어가서 6개월도 안돼서 제안을 받고 작업에 착수한 거죠. 물론 너무 좋은 기회였지만 처음에는 '벌써…'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너무 빨리 나에게 이런 기회가 와서 막상 춤을 추는데 괜찮을까라는 걱정도 했죠.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런 걱정은 괜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다양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하나하나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기회라는 것이죠. 발레와 그 이외의 작업에 대한 오픈 마인드는 유럽에 오면서 더욱 바뀌고 확장이 된 것 같아요.


2019 체코 국립발레단 공식 캘린더 1월 (Model : Giovanni Rotolo, Photo : Yoon6, ⓒCzechnationalBallet)
2019 체코 국립발레단 공식 캘린더 10월 (The National Theatre auditoriun, Photo : Yoon6, ⓒCzechnationalBallet)



윤 : 이번에 무대 뒤에서 찍는 사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네요. ‘김윤식 작가’라고 하면 객석에서 완성된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의 입장이 아닌 무대의 뒤편이나 옆에서 무용수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찍는 사진이다. 또, 그것이 “김윤식 사진만의 백미다!”라고 느낄 텐데 처음에 그런 사진을 찍게 된 것이 우연이었나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식 : 우연히 시작한 건 아니고요. 항상 저는 그 옆에 있으니까요. 무대 옆에서 대기를 하고 있고, 무대 옆에서 공연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 객석에서 공연 중에 소리를 내며 사진을 찍을 수 없으니까요. 무대 곁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죠. 백 스테이지에서 찍다 보니 저도 많은 매력을 느끼고, 찍히는 무용수들도 상당히 좋아했어요. 일반적인 관객들이 볼 수 없는 화각이 나오게 됐죠. 발레가 객석을 위해서 보이는 예술이기 때문에 저도 객석에서 찍는다면 완성된 무용수의 모습을 찍을 수 있어서 좋았겠지만, 분명 무대 뒤에서 찍는 모습은 또 다른 이야기가 있어요.

윤 : 저는 그게 김윤식 작가만의 사진이라고 생각했어요. 객석에서는 완성된 모습을 본다면 무대 뒤에서 찍힌 사진은 분명 완성된 춤 동작인데 무용수의 마음이 읽히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같은 동작인데 묘하게 무용수의 마음을 볼 수 있는 사진이라서 좋더라고요. 타인이 찍어준 사진인데도 그 사진들은 춤을 추는 무용수의 자신의 시점을 나타내는 것 같았어요.

식 : 저도 무대 뒤에서 무용수들을 찍으면서 그게 또 하나의 나를 대변하는 작업이라고도 생각했어요. 사진 작업을 통한 또 하나의 스토리보드를 완성하고, 과정 속에도 다른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고요.

윤 : 그렇다면 한국에서 발레와 사진 작업을 병행했을 때와 현재 유럽에서 발레와 사진 작업을 병행하면서 활동할 때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뭘까요?

식 :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실현성’이 아닐까 싶네요. 한국에서 유럽으로 나갈 때 두려운 마음도 컸어요. ‘과연 내가 둘 다 잘할 수 있을까? 내가 한 선택이 맞을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낸다는 게 가능할까? 내가 한 선택으로 지금까지의 해 온 모든 것들을 그만둘 상황이 생길 수도 있을 텐데…’라는 막연함, 고민 때문에 엄청 힘들었었거든요.

윤 : 윤식 씨로서는 상당한 도전을 감행한 거네요.

식 : 네. 그렇죠. 그런데 막상 가서 하나씩 실현이 되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좋았던 점도 많았어요. 한편으로는 ‘아니… 이렇게 빨리 실현되는 게 괜찮은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으니까요. 발레와 사진을 병행해도 특별한 제약이 없는 업무 구조라서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었던 부분도 있고요. 생각의 범위에 대한 제약이 줄어드니 양쪽으로 잘 분할해서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윤 : 그건 윤식 씨가 이미 많은 것이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예요. 준비되어 있는 자에게 기회가 오기 마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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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뒤에서 무용수 자신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사진들 (Photo : Yoon6, ⓒYounsik Kim)



예술에 관한 관점. 사진의 기술은 이미 정점을 찍고 메커니즘의 발달로 카메라 자체의 기술도 놀랍도록 발전했다. 그러나 사진이 주는 감동은 플러스 알파에 있다고 본다.

‘누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사진기를 들 것인가?’

그래서 사진을 찍는 작가가 중요하고, 관객 입장에서는 그것이 예술을 바라보는 또 다른 하나의 관점이 된다는 것이다.



움직이는 동작을 찍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타이밍의 비밀


윤 : 제가 얼마 전에 윤식 씨에게서 들은 에피소드도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었어요. 발레를 전공한 세 분이 함께 사진 찍었던 그 타이밍에 관한 이야기요. 이 자리에서 독자분들에게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식 : 국립발레단에 있을 때 무용수 사진을 찍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저와 홍보팀에 계신 분인데 그분도 발레를 전공하셨고요. 그리고 BAKI 작가님, 이렇게 셋이 나란히 찍게 됐어요. 보통 움직임이 있는 사진을 찍을 땐 연사로 촬영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이런 연사보다 생각을 하고 한 타이밍에 최소 컷을 찍는 스타일을 선호하는데요. 저희 셋이 찍는데 아무도 연사로 촬영하지 않고, 셋이 무용수의 움직임을 보고 같은 타이밍에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세 번 ‘찰칵, 찰칵, 찰칵’ 동시에 나는 거예요. 미리 얘기하지도 않았는데 찍으면서도 셔터 타이밍이 일치해서 셋이 계속 웃으면서 촬영한 적이 있어요. 그건 셋 다 무용의 움직임을 알고 있기에 가능한 거였죠. 어떤 동작을 아무리 찍어도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면 모두가 카메라를 내려놓고 쉬고 있고, ‘아… 이 장면은 좋은 사진이 나와…’라고 생각되면 서로 말없이 같은 타이밍에 촬영을 하고. 신기했지만 즐거웠던 경험이었습니다.

윤 : 저 같은 경우도 발레를 좋아하고 조금은 그 움직임을 안다고 하지만 최고의 동작의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일반인들은 동영상을 찍고 캡처 화면을 남기기도 하고요. 지난번 윤식 씨 포토 콘서트 때도 저희 실습할 때 연사로 찍지 말고 동작을 보고 생각을 해서 딱 세 장만 찍으라고 하셨잖아요. 그 최고의 정점의 움직임을 포착할 때 단순히 셔터 스피드를 높이고, F값 작게, ISO 높이고 등의 공식이 아닌 무엇이 적용되는 건가요?

식 : 그렇죠. 셔터 스피드를 빠르게 해서 움직임을 잡는 것 이상의 것이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빠른 동작의 순간을 잡았다고 해도 그 안에서 무용수들이 표현하는 움직임이 있거든요. 만약 같은 움직임을 포착한 사진이 두 장 있다면 일반인들은 쉽게 그 차이를 구분해내기 쉽지 않아요. 그러나 제 눈에는 같은 움직임 속에서 무용수가 이 타이밍에 동작의 정점을 보여줬다는 사진이 있기 마련이에요. 미묘하게 같은 사진 속에서 어떤 게 호흡을 잘 써서 팔을 길게 썼는지 뻗은 다리 발끝의 턴 아웃이라든가 근육의 움직임이 끝까지 펼쳐져서 제대로 사용했는가의 정도도 좋은 사진을 구분하는 기준점이 됩니다.

윤 : 윤식 씨의 표현대로라면 ‘호흡’도 정말 중요하겠네요. 물론 무용수가 사용하는 호흡도 중요하지만 피사체인 무용수와 사진작가의 호흡의 일치돼야 좋은 타이밍이 나올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알롱줴를 하더라도 시작하는 타이밍 일지 마무리하는 타이밍 일지 그것의 호흡을 조절하는 것도 사진작가의 역량이고요.

식 : 네, 맞습니다. 그래서 어떤 경우는 무용수와 사진가의 합이 맞으면 정말 한 번에 A컷이 나오기도 해요. 한 번에 나온 사진에 만족해서 더 잘하려고 해도 그 자연스러운 A컷을 따라가지 못할 때도 있고요. 무용수는 각자 다른 자기만의 타이밍이 있어요. 그것을 캐치하기 위해서 사진을 찍기 전에 그들의 움직임도 미리 보고요. 사용하는 호흡의 패턴도 미리 익힙니다. 동작을 할 때 다리의 위치, 팔을 사용하는 패턴, 시선의 위치까지 어떻게 될지 저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거죠. 함께 생각하고 고민해야 정점을 향한 사진이 나옵니다.


샘플원고_98.jpg Model : Sangeun Lee, Photo : Yoon6 ⓒYounsik Kim



이미 발레리노로서도 사진작가로서도 마스터의 대열에 올라있는 김윤식 작가. 자기의 재능을 뽐낼 법도 한데 오히려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겸허한 태도에 인터뷰어로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함께 일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예술가로서의 자질도 뛰어나지만, 또한 훌륭한 인성을 지닌 사람이라서 진정성에 감동을 받게 된다. 다음에는 김윤식 작가의 사진에 대한 더욱 깊은 철학과 무용수로서의 취향에 대하여, 지극히 평범한 인간적인 모습을 좀 더 밝히는 내용이 계속될 것이다.


김윤식_02에서 계속...




김윤식 작가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yoon6photo/


취미발레 윤여사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yoonballet_writer/



*글 : 취미발레 윤여사
*사진 및 영상 : 김윤식

*첨부된 사진 및 영상의 저작권 및 사용권은 김윤식에게 있으므로 무단복제나 사용을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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