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하고픈 그들의 이야기_김윤식 02

가장 자연스러운 색에서 자신의 언어를 창조하다




6. 김윤식 발레리노 겸 사진작가 (체코 국립발레단, Balet Národního divadla)_02

가장 자연스러운 색에서 자신의 언어를 창조하다.


김윤식 발레리노 겸 사진작가 인터뷰 1편

https://brunch.co.kr/@yoonballet/217




세계적인 무용수가 그의 카메라 앞에서 인간 작품으로 완성된다. (Model : 최영규, Daniel Camargo, 김기민 Photo : Yoon6 ⓒYounsik Kim)



김윤식 작가는 수많은 무용수와 작업을 했다. 우리는 그 결과를 보며 감탄을 한다.
그러나 그 과정 중 카메라를 통해서 무용수와 긴밀한 대화를 나누는 김윤식 작가의 작업 현장이 궁금해졌다.


윤여사 (이하 윤) : 그렇다면 여기서는 우선 프로 무용수들이요. 프로 무용수들은 자기들이 각자 선호하는 동작이 있겠네요. 프로 무용수와 찍을 때는 윤식 씨가 디렉션을 주기보다는 무용수들의 자율적 의지에 맡기는 편인가요?

김윤식 (이하 식) : 대부분은 자신들이 좋아하고 찍고 싶어 하는 동작이 있죠. 그러나 이것도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요. 아무리 무용수라도 무대에서 춤을 출 때와 카메라 앞에서 사진 모델이 되는 부분은 차이가 있죠. 무대에서 자신을 잘 표현해도 카메라 앞에서 조금 어색해하거나 그러면 제가 그 무용수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나타내도록 디렉팅을 해주기도 하고요. 어떤 무용수는 미리 포즈를 준비해오기도 하고, 꼭 이 동작을 남기고 싶다고 하면서 이 움직임에서 내가 돋보이게 촬영을 하고 싶다고 하면 저와 같이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면서 촬영을 합니다.

윤 : 저도 몇 년 전에 출간을 앞두고 프로필 촬영이 필요해서 윤식 씨에게 피사체 모델이 된 적도 있는데요. 저도 일반인 입장에서 카메라 앞에 설 때 상당히 긴장이 되더라고요. 더군다나 윤식 씨와 조금 친분이 있다고 해도 윤식 씨가 카메라 렌즈로 저를 바라본다고 하니까 촬영 초반에 엄청 긴장을 했거든요. 윤식 씨의 이미지가 좀 차갑고 무뚝뚝하고 그런 면이 있다 생각했는데 막상 촬영을 시작하니 윤식 씨가 굉장히 편하게 해 주시더라고요. 평소 이미지와 다르게 느껴졌는데 촬영 때 모델을 긴장하지 않게 하는 윤식 씨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식 : 사실 저는 인위적으로 노력을 많이 해요. 사진 촬영 때 제가 편한 것보다 피사체인 모델이 편안하게 느껴야 좋은 사진이 나온다는 것은 사진작가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더 이야기를 해야 하고, 사진 찍기 전에 별 이야기 아니더라도 모델이 긴장을 하지 않도록 도와야 해요. 사진을 찍기까지 그 공간의 느낌에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해요. 사진 촬영할 때 앞의 20-30장은 사진을 거의 버린다고 생각하고 셔터를 눌러요. 그래야 모델이 그 셔터 소리에도 익숙해지고, 조명의 빛에도, 어떤 리듬으로 촬영이 된다는 것이 익숙해지면 그 환경에 적응을 하는 거죠.

윤 : 일종의 워밍업이네요.

식 : 네, 그렇죠. 그 워밍업이 있어야 본 촬영 때 피사체도 사진가도 비로소 진짜를 찍을 수 있게 됩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표정이 편해지고, 자세가 자연스러워지고 그런 것 하나하나가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과정으로 남게 됩니다.




발레 프로필을 잘 찍고 싶다면 이것을 준비하라


윤 : 지금까지 프로 무용수분들과 화보 같은 촬영을 많이 진행하셨잖아요? 그런데 일반 발레를 전공하는 학생이나 발레단 입단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김윤식 작가님께 꼭 프로필을 찍고 싶다.’ 이런 경우도 있을 텐데요. 그런 분들은 저 같은 일반인이 느끼는 것과는 또 다른 긴장감이 있을 것 같아요. 윤식 씨가 사진작가이기 전에 학생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인 선배 무용수이자 선생님 같은 존재? 그러면서 팬심도 있고… 여러 감정이 복합적일 거 같은데 이런 분들이 윤식 작가님께 프로필을 찍고 싶으면 어떤 것을 준비하는 게 최상의 결과가 나올지 미리 팁을 주신다면?

식 :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요소는 “준비를 많이 하라”는 것입니다. 정말 준비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와요. 제가 포토그래퍼의 입장에서는 어떤 상황이 펼쳐져도 최선을 다하고 그분의 가지고 있는 것 중 최고의 모습이 나오도록 촬영을 합니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촬영은 ’아! 김윤식, 저 사람 잘 찍으니까 어떻게든 찍으면 잘 나오겠지!’란 생각을 가지고 오는 분들을 찍을 때예요. 모델이 그런 마인드로 오면 찍는 입장에서도 정말 부담이 돼요. 발레 사진이라는 것이 어쨌든 근육의 형상, 골격이 드러나기도 하고 그런 멋진 라인이 보여야 하는데 본인은 전혀 준비 없이 ‘사진작가가 알아서 찍어주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을 가지면 안 됩니다. 발레 사진은 일반 자연을 찍거나 부동의 건축물을 찍는 것과는 좀 달라요. 자연 형상을 찍을 땐 포토그래퍼가 자연 앞에서 겸허하게 카메라를 들어야 한다면, 모델을 찍는, 그중에서 움직임을 찍는 발레 사진은 피사체와 사진가가 함께 호흡을 하고 피드백의 연속성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일방적이 아니라 ‘함께’ 작업해야 하거든요.

윤 : 이건 일반적인 학생이나 예비 무용수라면 꼭 알아야 될 팁이기도 하겠네요. 훌륭한 작가니까 나를 이끌어주겠지란 생각보다는 운동도 좀 더 하고, 몸도 만들고, 내가 많이 준비한 만큼 사진작가에게 좋은 리소스를 제공하는 셈이 된다. 그런 이야기군요.

식 : 제가 이번에 한국에 오자마자 대학교에 막 입학한 학생을 찍을 일이 있었어요. 저에게 프로필을 찍고 싶다고 1년 정도를 기다렸다 찍게 됐는데 정말 준비를 많이 했더라고요. 몸 상태도 그렇고, 동작도 연구를 많이 하고… 준비를 잘해왔을 때 포토그래퍼는 그냥 찍는 순간 좋은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그와 반대의 경우도 있었어요. 약 두 달 후에 오디션이 있는데 그때 가면 체중조절로 살이 빠지게 될 테니 한 달 이후의 몸으로 만들어달라고 몇몇 분이 부탁을 한 적이 있어요.

윤 : 아… 일명 후보정으로 몸을 조각해달라는 건가요?

식 : 그렇죠. 제가 그냥 다른 데서 찍고 리터치 전문으로 하는 분들께 맡기는 게 훨씬 더 낫지 않겠냐고 해도, 앞으로 살은 어떻게든 빠질 테니 어디 근육은 어떤 모양으로 깎고, 어디는 어떻게 줄이고 등등, 아주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솔직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어요. 물론 저를 믿고 찾아주신 것은 감사하지만, 저와 생각하는 관점이 좀 달라서 마음이 어려웠던 경험도 있습니다.

아! 그리고 얼마 전에 향기 씨(홍향기, 유니버설 발레단 수석무용수), 민정 씨(김민정, 헝가리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유홍 씨(국립발레단 드미 솔리스트) 사진을 찍었어요. 워낙 프로들이고 자기 관리가 철저해서 찍기도 즐거웠고, 그분들이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나오니까 서로 좋았던 시간이었어요.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윤 : 제가 윤식 씨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가 원본에 크게 손대지 않는다는 거예요. 요즘 사진에 관한 많은 논란 중 하나가 과도한 후보정에 관한 게 아닐까 싶어요. 물론 인간은 누구나 내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좀 더 아름답고, 길고, 가늘게 나오길 원하지만 어쩌면 실재 그대로를 투명하게 보여주되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게 가장 좋은 사진이 아닐까 싶어요. 어쨌든 윤식 씨에게 좋은 사진을 찍히고 싶다면… 결국 ‘빡쎄게 준비해서 가라’는 거겠네요.

김 : 하하하 맞아요. 빡쎄게 준비해서 오시면 그만큼의 좋은 결과를 나올 수 있습니다. 제가 말하는 준비는 레오타드의 색상별 준비나 튜튜의 종류, 포인트 슈즈 색깔이나 끈을 다느냐 마느냐… 물론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레오타드 촬영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자신의 몸을 어떻게 찍냐에 중점을 둔다면 좀 더 많은 생각과 고민 그리고 몸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진정한 프로페셔널은 프로필에서도 프로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Model : 이유홍, 홍향기, 김민정 Photo : Yoon6 ⓒYounsik Kim)



유럽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면서 넓어진 스펙트럼 이면에는

항상 생각하고 고민하는 성실함이 공존했다.

윤 : 지금 유럽에서 활동하신 계기로 나중에 은퇴를 하시더라도 유럽과 한국을 오고 가면서 사진 작업을 하시겠네요?

식 : 네, 은퇴를 하더라도 한국에서만 사진을 찍고 싶지는 않고요. 유럽에서 사진 찍으면서 영감을 많이 얻어요. 특히 유럽의 오래된 건축물, 예를 들면 성당… 이런 것을 보면서요. 바로크 양식, 고딕 양식 등 선의 흐름이나 색감, 톤을 보면서 끊임없이 자극을 받기도 해요. 사진을 막 찍고 싶어 지죠.

윤 : 제가 보기엔 그런 건축 양식의 고유의 선이나 양식이 발레의 동작이나 무용수의 느낌과도 연관이 있을 것 같아요. 분명 부동의 건축과 동적인 발레임에도 불구하고 둘 간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거든요. 윤식 씨도 건축물 보면서 떠오르는 춤이나 무용수가 있기도 하나요?

식 : 그럼요! 그런데 건축물이 너무 웅장하고 스토리를 많이 가지고 있다 보니 오히려 무용수가 묻힐 때가 있어요. 오래된 훌륭한 건축물에서 무용수 옷의 색깔이나 장식에 너무 힘을 많이 주면 사진 결과가 저 멀리 산으로 갈 때가 있어요. 그래서 그런 건축물 안에서 무용수가 융화가 되도록 톤을 낮추고 찍으려고 해요.

윤 : 말 그대로 자연스러움 안에 인간을 순응시키는 과정이네요. 그래서 그런지 윤식 씨가 유럽을 간 이후로 사진의 톤이 조금 많이 바뀐 것도 있어요. 톤 다운된 짙은 푸른빛도 많아졌고요.

식 : 맞아요. 그리고 베이지, 벽돌색 색감도 많아졌죠.

윤 : 그렇네요. 모래 성분 벽돌이 시간이 지나서 산화되면서 베이지에서 톤이 어두워지는 그 색.

식 : 네. 그런 시간이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색감을 사진에 스미도록 해요. 그 안에서 무용수가 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자연스러운 구성원이 되도록 사진을 찍게 되더라고요.



"사진은 그 사람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윤 : 발레 사진 이외에 다른 분야를 특별히 찍어보고 싶다든가 아니면 발레 사진 말고 기억에 남는 사진이 있나요?

식 : 이번에 부모님이 유럽에 오셔서 약 두 달 정도 계셨어요. 저도 중간에 함께 여행을 다니고 그러다가 부모님 여행 사진을 찍게 됐어요. 두 분께 계속 요구를 했죠. “둘이 여기서 뽀뽀해봐요. 둘이 손잡고 뛰어가 봐요. 여기서 아빠가 엄마를 업어줘 봐요.” 이렇게 별의별 사진을 다 찍었어요. 그냥 막 찍었어요. 부모님 입장에서 아들이 시키니까 안 하실 리가 없죠. 상황이 재밌기도 하고, 즐겁기도 했어요.

윤 : 우와… 그 사진들 나왔어요?

식 : 네, 그런데 정말 너무 예쁘더라고요. 앨범으로 만들었는데, 어머니가 삼달리에 사시고, 아버지 고향이 광기 마을이에요. 그래서 앨범 제목이 <삼달 투어와 광기 투어와 함께 한 유럽 여행>이라고 하고 사진집을 만들었죠. 그런 사진도 좋았어요. 가족사진인데 찍고 만들면서 마음이 너무 따뜻해졌어요.

윤 : 부모님이 정말 좋아하셨겠어요. 아! 그러고 보니 용정 씨와 동탁 씨(유니버설 발레단 수석무용수) 부부가 유럽 여행 왔을 때 윤식 씨가 찍은 사진도 좋았어요. 이런 사진들이 단순히 포토그래퍼와 클라이언트와의 관계에서 연출을 한 게 아니라 피사체인 모델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가능한 사진들 아니었을까요? 서로 간의 관계성이 형성되어 있으니까요.

식 : 그럴 수도 있죠. 동탁 씨, 용정 씨 왔을 때도 저는 좀 아름다운 사진으로 연출을 하려고 하면, 둘은 “아, 그런 거 말고 재미있는 거 찍자!!”라고 해요. 엄청 많이 찍고 웃긴 것도 너무 많이 찍었는데 친하니까 서로 편하게 연출하고 그럴 수 있었던 거죠.

윤 : 자연스러운 것을 추구하는 가운데 “와… 작품이다!” 이런 사진이 나오는 것 같아요. 제가 보긴 윤식 씨가 유럽에 가서 사진 성향이 바뀌었는데 자연스러움 가운데 사진의 스케일이 좀 커진 것 같아요. 분명 직관적인 사진인데 안에 담고 있는 이야기가 많아지고 있고요.


<삼달 투어와 광기 투어와 함께 한 유럽 여행> 중에서 @Prague, Czech (Model : 신성옥, 김태현 Photo : Yoon6 ⓒYounsik Kim)
강한 유대감이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운 순간 @Prague, Czech (Model : 이용정, 이동탁 Photo : Yoon6 ⓒYounsik Kim)



발레는 뒷전인 채 사진만 찍는다는 고정관념은 버려라.
이미 무대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는 발레리노 김윤식이 좋아하는 작품 이야기.


윤 : 이번에는 본업인 발레리노 김윤식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갈게요. 한국에서 윤식 씨를 아끼는 많은 팬들이 ‘김윤식 발레리노’하면 대표작으로 꼽는 두 가지 작품이 뭔 줄 아세요? 한 번 맞춰보세요.

식 : 글쎄요. 뭘까요?

윤 : <발레 101>이랑 <봄의 제전>의 제물이요. 물론 글렌 테들리 버전이고요.

식 : 하하하 둘 다 제가 싫어하는 작품인데…

윤 : 정말요? 왜요?

식 : 뭐랄까? 애증의 작품이죠. 저를 이 자리에 있게 만들어 준 작품인데 작품이 힘들기도 하고. 그냥 애증인 것 같아요. 많은 것이 생각나고 나를 여기에 있게 해 줬고…

윤 : 그건 아티스트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할게요. 그렇다면 발레리노로서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나 작품이 있을까요?

식 : 솔직히 저는 드라마 발레에 있어서 어떤 작품의 역할에 큰 욕심이 없어요. 제가 역할을 다 해봐서 그런 것이 아니라 좋은 안무작의 마스터피스에 함께 동참하고 그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것이 더 좋아요. ‘내가 이 작품의 이 역할을 했어!’라는 것보다 작품의 한 피스가 되는 그 느낌을 중요하게 여기고 희열을 느껴요.

윤 : 체코에 가서 또 새로운 작품에 많이 출연하고 그랬을 텐데 좋았던 작품들, 새로운 경험들 궁금해요.

식 : 네. 아주 좋은 작품들을 많이 만났어요. 애쉬튼 버전의 고집쟁이 딸(Ashton : La fille mal gardee)은 아직 국내에서 올려지지 않았고, 오하드 나하린(Ohad Naharin)의 작품은 유니버설 발레단에 했었고요.(마이너스 7 작품이 올라갔었다) 세쿠스(Secus)란 작품도 좋고요. 알렉산더 에크먼(Alexander Ekman)의 칵타이(선인장, Cacti), 그리고 이리 킬리안(Jiri Kylian) 작품은 전부 다 강추입니다.

윤 : 좋은 작품도 많지만, 좀 신기한(?) 작품도 많이 하죠? 유럽 발레단 프로그램 보면 상당히 실험적인 거 같아요. 별거별거 다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식 : 진짜 별거 다해요. 가끔은 정말 실험적이라서 하나 싶기도 하고, 과연 이런 작품을 하면 관객들이 올까 싶을 정도인 작품도 해요. 처음에는 기획하는 사람들이 별로 고민을 안 하나 싶더라고요. 그런데 신기한 게 어떤 공연을 해도 항상 매진이니까요. 그러니까 다양하고 실험적인 작품을 계속할 수 있는 거죠. 예술을 좋아하고 즐기는 문화가 일반화되어 있어요.


체코 국립발레단 '봄의 제전'에서 제물 역을 맡은 김윤식 발레리노 2019.4.18 @Prague, Czech (영상제공 : 윤지영)




윤 : 자… 여기부터는 신변잡기 가벼운 질문 시리즈입니다. 발레, 사진 이외의 취미는 뭐가 있나요?

식 : (단호한 말투로) 낚시, 바다낚시. 배 빌려서 바다낚시 나가는 거 좋아해요.

윤 : 자신이 낚은 것 중에 가장 큰 사이즈 기록은?

식 : 32cm 긴꼬리뱅에돔. 눈먼 고기였죠. 저에게 잡혔으니까… 하하. 잡기 힘든 고기예요. 힘도 세고. 제가 잡은 게 좀 신기했어요.

윤 : 그 외의 또 다른 취미는요?

식 : 자전거 타기. 평지 자전거 타는 거 좋아해요.

윤 : 체코 가서 낚시를 못해서 좀 아쉽네요. 내륙 지방이라서.

식 : 다음에 친구랑 폴란드 가기로 했어요. 호수에서 배 빌려서 밥도 해 먹고, 낚시도 하고 그러려고요.

윤 : 폴란드 그 여행으로 다녀왔던 제 친구가 정말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다음 질문이요. 자신과 닮은 동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식 : 재미있는 질문이네요. 닮은 동물이라… 뱀이요.

윤 : 아하… 어떤 면에서요?

식 : 능글맞아서요. 하하. 게다가 뱀띠이기도 하고요.

윤 : 윤식 씨가 능글맞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 피부가 너무 하얘서 좀 차가워 보이기는 한다.

식 : 선생님들이 교수님들이 저한테 능글맞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어요.

윤 : 생활 패턴 성향은요? 아침형인가요, 올빼미형인가요?

식 : 전혀 아침형도 아니고 올빼미도 아니고… 아침에는 최대한 늦게 일어나자…

윤 : 삶의 목표인가요? 하하. 그런데 윤식 씨와 오랜 시간 일해보고 제가 늘 느끼는 게 시간 개념이 정말 철저해요. 생각해보니 아침형, 올빼미형인지는 개인 취향이지만 일하면서 마감시간, 약속시간 철저한 것은 습관인가요?

식 : 특별히 의식하지는 않았는데 제가 그랬나요? 그냥 약속은 지키려고 노력하는 점은 있어요. 그냥 그건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그게 '약속'이잖아요. :)



가장 자연스러운 색에서 자신의 언어를 창조하다.

사진을 통해서 그가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윤 : 조금 특별한 질문 하나 할게요. 자신의 작업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식 : 회색, 베이지색, 검은색, 흰색…

윤 : 아… 이런 색이요? 왜요?

식 : 톤들이 원색이 없잖아요. 저는 빨간색 이런 걸 별로 안 좋아해요. 물론 포인트로 들어가는 것은 괜찮은데 이것을 주 색깔로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지는 않아요. 차분한 색감이 좋고, 제가 생각하는 색은 이런 쪽인 것 같아요. 제 성격도 빨간색 이런 거랑 어울리지는 않고요. 그러고 보니 파란색도 있네요. 제가 하늘을 좋아해서요.

윤 : 맞아요. 저도 윤식 씨하면 떠오르는 색 중 하나가 푸른색이에요.

식 : 나의 작업을 색으로 나타낸다… 지금 말한 그 색들이 제가 좋아하는 색이기도 하고 저를 나타내는 색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은은한 색깔들이고 대비가 강하지 않은 색들. 제 사진도 이런 색으로 표현되고요.

윤 : 서로 튀지 않은 색이지만 이 색들이 조화롭게 섞이면 아주 강렬한 이미지가 생성된다고 생각해요.

식 : 그렇죠. 이런 색들이 잘 모이면 전혀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윤 : 발레 팬, 사진 팬, 김윤식 팬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식 : 음… 제 사진 많이 사랑해주시고요. 제 춤 많이 사랑해주시고요. 앞으로 어떤 것을 하더라도 제 사진에서 제가 하고자 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느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번 포토 콘서트처럼 제 작품을 설명할 기회가 또 있겠지만, 평소에는 제 사진이 이야기하는 것에 귀 기울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윤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는 더욱 다양한 모습의 윤식 씨를 만나고 싶네요.

식 : 네, 지영 씨도 이런 자리 만들어주셔서 감사하고요. 인터뷰가 부담 없이 너무 편했어요. 제 작업을 사랑해주시는 팬 분들께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윤 : 내년에는 사진집 나오는 건가요? 기대할게요. :)



#epilogue

김윤식 작가가 좋아하는 색을 어느새 사진에서 볼 수 있게 됐다.

흰색, 베이지, 검정, 회색, 그리고 깊이 깔려있는 딥 블루…

하지만 그 자연스러운 색상의 조합에서 그만이 표현할 수 있는 입체감을 그려낸다.

그가 찍는 사진 속 인체의 아름다움을 보자면 그저 화려함보다는 아련함이 나타난다.

아마도 무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무용수의 삶을 잘 알고 있기에

그 마음을 담는 사진을 찍을 줄 아는 것 같다.

메이저 코드 일색의 영롱한 음색을 나타내며 인생은 아름답다는 찬양을 하기보다,

은은하게 빛나는 sus4 코드를 과하지 않고 세련되게 넣을 줄 아는 영리함을 지녔다.

그렇기에 그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연작 '화양연화_花樣年華'는 묵직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무대 위 화려한 조명 이면의 무용수의 노력을 이해할 줄 아는 그의 카메라 앵글이.

발레 사진의 가치를 높이는 온전한 푸가로 완성되길 바란다.

그리고 그는 앞으로도 이 작업을 매우 훌륭하게 해낼 것이다.



동료 무용수 Alina Nanu가 Swan Lake 주역으로 무대에 서는 이면을 담은 동영상.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Younsik Kim




김윤식 작가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yoon6photo/


취미발레 윤여사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yoonballet_writer/


*글 : 취미발레 윤여사
*사진 및 영상 : 김윤식

*첨부된 사진 및 영상의 저작권 및 사용권은 김윤식에게 있으므로 무단복제나 사용을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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