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New Boy”에서 “My Prcious"로의 변모를 기대하며..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영화 같았던 입성기.
2016년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Jean-Christophe Maillot)의
“My New Boy!!”가 된 사연
윤여사 (이하 윤) : 입단 오디션 보고 나서 바로 결과가 나왔나요?
안재용 (이하 안) : 네… 그날 바로…
윤 : 하하하 화끈한 장형 스타일대로 바로?
안 : 오디션이 이틀이었어요. 첫째 날 클래스 마치고 발레 마스터들이 컨템퍼러리 작품을 시키고, 둘째 날도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시키고요. 첫째 날 할 때 장형(장 크리스토프 마이요 단장/Jean-Christophe Maillot)이랑 베르니스(Bernice Coppieters)랑 안 들어오고, 둘째 날 할 때 둘이 잠깐 들어와서 보더라고요. 그리고 또 일이 있어서 컨템퍼러리 작품 하는 것은 못 보고 가야 한다고 가더라고요. 그래서 둘째 날은 발레 마스터인 죠반나(Giovanna Lorenzoni)와 아지에(Asier Uriagereka)이 오디션을 진행했어요.
윤 : 저 죠반나랑 예전에 페친 됐어요.
안 : 아… 진짜요? 죠반나가 한국을 워낙 좋아해요. 원래 불교신자이고, 채식주의자며 한국 문화, 음식을 굉장히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비빔밥 너무 좋아한다고 하시면서 저보고 할 줄 아냐고 묻고 그러더라고요. 비빔밥이 어려운 요리는 아니지만 한국 재료가 없잖아요. 채식주의자니 불고기를 넣어줄 수도 없고… 그런 음식 얘기하며 웃곤 해요.
윤 : 아이쿠… 오디션 얘기하다가 비빔밥으로 넘어갔네요. 죄송… 하하하
안 : 하하 네, 다시 오디션 이야기로… 그렇게 오디션 장면을 그대로 녹화했어요. 그러면서 “마이요 단장이 봤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 바쁜지 못 봤지만 녹화했으니 함께 보고 며칠 내로 연락 주겠다. 이제 너 편한대로 해라.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안부 전해달라. 안녕!!” 이렇게 인사까지 하고 나왔어요. 결과는 바로 알 수 없으니 추후에 이메일로 통보를 하겠다고 하면서요. 그런데 거기 비서가 여기까지 왔으니 발레단 구경시켜주겠다고 따라 오래요. 두 시간 정도 발레단 구경하고 둘이 커피 마시고 실컷 이야기하고 그랬어요. 발레단 내부가 정말 좋거든요. 약간 박물관 같이 곳곳에 사진 걸려있고, 구경할 것도 많고요. 마이요가 안무한 작품을 미니어처로 만들어서 전시도 해놓고요.
윤 : 그레이스 켈리가 후원한 발레단이죠?
안 : 네, 지금도 캐롤라인 여왕 후원으로 운영되는 왕립 발레단이에요. 그렇게 돌아다니며 발레단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니 두 시간이 훌쩍 넘었어요. 비서가 저를 보내면서 다음에도 너를 꼭 이곳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하고 저 역시 나도 이곳이 좋다. 기회가 된다면 여기 꼭 오고 싶다고 인사를 나누며 옷을 갈아입고 발레단을 나오려고 계단 내려가서 문을 여는데 뒤에서 비서가 갑자기 뛰어오면서 “Jay! Jay!!” 하고 부르더라고요. 제가 왜 그러냐고 그러니까 마이요 왔다고… 너 찾는다고 빨리 오라고 그래요. 알겠다고… 약간 긴장된 마음으로 들어갔어요. 사무실 문을 열고 딱 들어간 순간 마이요가 “My New Boy!!” 이러는 거예요.
윤 : 이야… 무슨 영화 한 장면 같은대요?
안 : 그러더니 앉으라고 하고 형식적인 계약서를 쭉쭉 읽어나가더니 “너 사인할 거지? 사인해야지!”라고 해요.
윤 : 사인해야지! 하하 역시 화끈한 장형 스타일이네요.
안 : 제가 “물론이지!” 하면서 바로 사인했어요.
윤 : 이건 뭐… 초스피드네요.
안 : 사실 모나코가 제 고향인 부산이랑 약간 비슷하잖아요. 바다에 항구 도시, 휴양지에 카지노도 있고, 은근히 비슷한 면이 많아요. 그래서 언제부터 올 수 있냐고 묻길래 졸업하고 지금 free하다 그러니 그럼 4월부터 출근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러고는 저를 데리고 나가서 발레단원들에게 전부 소개시켜 주면 계속 “My New Boy”라고 하면서요.
윤 : 하하하 부산의 안재용과 모나코의 장형이 만난 거네요. 한동안 My New Boy가 재용씨 별명처럼 붙었겠어요. 오디션은 언제 본거예요?
안 : 1월이요.
윤 : 일사천리로 진행된 거군요. 제가 재용씨 연습동에서 처음 본 게 모나코 가기 일주일 전쯤이었잖아요. 합격하고 나서 누구한테 가장 먼저 연락했나요?
안 : 맞아요. 제가 지영씨 처음 본 게 입단 일주일 전 윤식이 형(김윤식 발레리노)이랑 같이 봤었죠. 아! 그리고 오디션 합격하고 나서는 엄마한테 전화했죠. 너무 신나서 호텔까지 막 뛰어가서 국제전화인데 비용 신경도 안 쓰고 전화했어요. “엄마! 나 취직했어요!! 청년 실업인 이 시대에 내가 취직을 했어요!” 하면서 하하하
윤 : 그것도 해외 취업으로요. 하하 해외 취업이란 표현이 좀 그렇지만 해외에 나가 있는 많은 무용수가 입단 결정됐을 때 정말 기뻤을 것 같아요. 재용씨 당시의 기쁨이 저에게도 막 전해져요.
안 : 다른 분들도 그랬겠지만, 저는 정말 기쁘더라고요. 하하하
윤 : 재용씨가 합격한 그 상황, 이 일을 하는 동안 기억하기를 바래요. 아마 재용씨가 경험하는 첫 직장이잖아요. 일을 하다가 힘든 순간이 오더라도 내가 시작을 어떻게 했던가를 떠올리면 아마 재용씨에게 큰 힘이 될 거예요. 인생을 살면서 그런 결정적 순간은 중요한 역할을 하거든요.
<어쩌다 마주친 발레>에 든든한 협업을 해준 몬테카를로 발레단 안무가 겸 단장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Jean-Christophe Maillot)와 안재용 발레리노.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사진제공 / 안재용, 2016)
기회는 인연처럼 그에게 다가온다.
슈퍼루키라고 모든 것이 승승장구하지는 않았다.
좌절 뒤에 얻은 기회였기에 그 가치를 아는 겸손한 청년의 모습
윤 : 첫 번째로 본 오디션이었나요?
안 : 아니에요. 원래는 제가 처음부터 몬테카를로를 가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비행기 표를 끊고 보니 몬테카를로 가기가 복잡한 거예요. 니스에 내려서 버스를 타고… 그때만 해도 제가 그곳에 살고 있던 곳도 아니고, 익숙한 곳도 아니고…
윤 : 게다가 비행기도 직항이 아니네? 이러면서요?
안 : 제가 그전에 뮌헨에 있었거든요. 뮌헨에 있다가 몬테카를로를 건너뛸까 생각도 하고, 다른 곳은 공개 오디션인데, 그곳만 개인 오디션이었거든요. 그곳에 메일을 보냈는데 오디션 보러 오라는 컨펌 메일을 받고 살짝 갈등을 했죠. 원래 뮌헨에서 벨기에로 오디션을 보러 갈 예정이었는데, 뮌헨에서 벨기에는 가깝지만 모나코는 좀 가는 여정도 복잡하고 귀찮고 그래서 이걸 가? 말아? 그랬었죠. 당시 여러 오디션을 봤는데 최선을 다해서 보고 그러고 현장 분위기도 좋았는데 막상 contracts가 안 오는 거예요. 조금 초조한 마음도 있고, 그곳에는 아는 사람도 없으니 호텔도 따로 잡아야 하고… 혼자 갈등을 했죠. 그러다가 그래… 여기는 개인 오디션이고, 모나코에 여행한다는 마음으로 한번 가보자! 하고 갔어요. 니스에 내려서 버스 타고 들어가는데 모나코 도시를 보고 충격 한번 먹고, 또 발레단을 보는데… 발레단이 되게 뜬금없이 예상치 못한 곳에 있어요. 간판도 없고 바다 옆에 흰 건물에 커다란 흰색 문… 그렇게 아무런 기대 없이 들어가서 보게 된 거였어요. 모든 것을 내려놓은 상태에서 오디션을 본 거예요.
윤 : 그래서 됐나 보다…
안 : 네. 그랬던 거 같아요. 여기는 어떤 곳인가 마음을 비우고 굉장히 편안하게 봤던 것 같아요.
윤 : 재용씨 제가 왜 질문을 했냐면 사람은 예상치 않은 곳에서 뜻밖의 인생의 기회를 만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저도 인터넷에서 <웰컴 투 발레월드> 글부터 시작해서 공모전에서 상 받고 <어쩌다 마주친 발레> 출간으로 까지 이어진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 않았거든요. 사람들은 제가 책을 냈다고 해서 한 번에 출간 계약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 전, 즉 인터넷에 글을 게재하기 전에는 많은 출판사에서 출간 제의를 거절당했었어요. 글도 재미있고, 사진도 너무 좋지만, 과연 우리나라에서 취미발레로 책을 냈을때 누가 그 책을 사서 보겠냐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상황에 떠밀려서 어쩔 수 없이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한 글이 화제를 모으고 상을 받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출간까지 이어지기도 했고요. 재용씨가 이전에 몇 군데에서 오디션을 봤을지 모르지만, 아마 뮌헨에서 모나코로 오지 않았다면 이렇게 좋은 발레단에서 일할 기회조차 잡을 수 없었을 테고, 아님 반대로 몬테카를로에 첫 취업 오디션에 합격했다면 이것이 이렇게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누구에게나 기회는 있고, 그것에 안테나를 세우고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굉장히 식상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통용되는 중요한 모토라고 생각해요. 어려움을 겪고 그것을 성취해야 훨씬 더 가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안 : 맞아요. 지영씨 이야기처럼 아마 제가 첫 번째에 이 기회를 잡았다면 굉장히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거나 큰 기쁨을 맛보지 못했을지도 몰라요. 어쩌면 저도 모르게 자만심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을지도 모르고요. 현재는 정말 감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발레단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해외 발레단에서 활동을 하면서 국내 무용계가
아직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음에 살짝 아쉬운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안 : 2016년 기준으로 봤을 때 대략적으로 한예종에서 해외 발레단에 입단한 인원이 20명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발레 팬들을 제외한 대중은 이렇게 활동하고 있는 것에도 거의 모르고, 더 나아가서 저는 발레가 우리나라에서 아직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참으로 아쉬워요. 사실 다른 스포츠나 한류 문화가 해외에서 어떤 성과를 이뤘을 때 일간지에서 대서특필하고, 매체에서 이슈화 하는 것에 비해서 발레는 엄청난 성과를 이루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묻히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대단한 문화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너무나 마이너 문화 콘텐츠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홍보 마케팅을 하는 힘이 이렇게도 없나…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요. 또 이 분야에서 뭔가를 진행하려고 하면 확실한 체계나 장치가 없다는 것도 아쉽고요.
윤 : 책을 출간할 때 느꼈던 점이 유럽이나 다른 나라와 이런 협업을 하며 문화 콘텐츠를 활성화시킬 때 상당히 까다로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 단계가 상당히 심플했다는 거예요. 무엇인가를 진행하려고 할 때 그 의도가 명확하고 자기들의 목표와 상응한다고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태도에도 좀 놀랐고요. 단순히 우리 단체 너희 단체, 우리나라 다른 나라의 개념이 아닌 어떤 목적과 콘텐츠에 대한 뜻이 부합되면 추진력 있게 일을 밀고 나가는 힘이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 나라는 발레 예술의 발전과 더불어 좀 더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시도도 이루어지고요. 물론 그 안에는 대중을 끌어안는 영리한 행정력과 경영방침이 함께 하기도 하고요.
우리에겐 여전히 이국적인 나라 모나코에서의 생활이 궁금하다.
윤 : 몬테카를로에서 쓰이는 언어는?
안 : 불어가 메인이에요. 거기서 쓰이는 공문서나 공식적인 언어는 불어를 사용하고 부수적으로 영어를 사용해요.
윤 : 그럼 가서 불어 공부를 했나요?
안 : 나가기 전에 짧게 불어 공부를 하고 갔지만 어렵더라고요. 사실 영어는 어릴 때부터 듣고 학교에서 배우고 해서 크게 어려움을 못 느꼈는데 불어는 갑자기 배우게 된 것이니까요. 외울 것도 많고, 생각보다 유창하게 말하기가 어려워요. 지금도 열심히 공부해요. 하지만 그곳도 워낙 국적이 다양하다 보니까 일상 언어는 서로 영어를 사용하기도 해도 모든 문서 자체가 불어이니 기본으로 잘해야죠. 불어를 잘해야 생활하기도 편하고 현지 기자들 인터뷰를 할 때도 불어로 하면 좀… 멋있잖아요. 이왕 하는 건데… 그리고 불어… 언어 자체가 멋있잖아요.
윤 : 그렇죠. 언어 안에는 기본적으로 그 나라의 문화의 절반 이상을 이해하고 차지한다고 봐야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불어 멋있다’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ㅎㅎ
윤 : 안재용만의 체력관리 비법 있나요?
안 : 발레 한다고 하면 의례히 식단 관리, 체형 관리한다고 하는데… 저는 제 체질 자체가 가만히 있으면 살이 좀 빠져요. 저는 그래서 항상 많이 먹어요. 가끔 형들이 놀래요. 이 자식은 소처럼 먹는다고…
윤 : 하하하 소 등장인가요? 여물 먹듯이 계속 먹나 봐요?
안 : 하하하 저 좀 많이 먹을 땐 밥 5 공기 먹고, 채소든 고기든 많이 먹어요.
(사실 이 날 안재용군과 인터뷰 전에 식사를 함께 했는데 밥이며 반찬을 흡입 수준으로 잘 먹는다는 생각은 했다)
윤 : 운동도 많이 하고요?
안 : 그에 상응하게 운동도 많이 해요. 그런데 사실 먹는 양만큼 운동을 했더니 살이 오히려 빠지더라고요. 그래서 운동은 열심히 하지만 오히려 좀 더 먹는 편입니다.
윤 : 외국에서 활동할 때 몸이 좀 큰 게 유리하지 않나요? 어때요?
안 : 네. 맞아요. 우선 파트너를 하는 여성 무용수들 자체가 키도 크고 근육질인 편이에요. 또 하나 여성 무용수들도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요. 그래서 체격 자체가 큰데 그런 친구들이 무대에서 팔을 한 번만 뻗어도 그런 근육질 몸이 주는 매력이나 힘이 엄청나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처음 이곳에서 리허설 하며 파트너링을 하며 여자 파트너를 리프팅하는데… 정말 들다가 끄응~ 소리가 저절로 나오더라고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리프팅과는 사뭇 달랐어요. (표정과 표현을 상당히 적나라했다)
윤 : 깜짝 놀랐겠어요. 발레리나에게 이런 말은 좀 실례지만 체급이 다르다고 봐야 하나요?
안 : 네. 신장도 크지만, 골격도 크고 근육질이라서 체감 무게가 훨씬 더해요. 몸도 단단하고요. 그 이후로는 몸을 좀 크게 키우는 것도 중요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이곳 발레리노들은 동양계 발레리나랑 파트너를 하게 되면 좋아해요. 너무 깃털처럼 가볍다고요. 하하하
발레리노 안재용이 좋아하는 무용수.
개인적 생각이지만 안재용은 로베르토 볼레와 약간 비슷한 이미지다
윤 : 그러면 재용씨가 생각하는 롤모델은 누구일까요?
안 : 외국 무용수 중에서는 로베르토 볼레(Roberto Bolle). 이탈리아 무용수예요. 그 사람은… 진짜 완벽해요. 외모부터 체형, 춤추는 모습까지 정말 노블하고 무용수로서 갖춰야 할 것들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에요. 음… 말이 필요가 없어요. 아… 그냥 보세요.
윤 : 알았어요. 멋있는 사람인 건 압니다. 재용씨 말 듣고 다시 한번 찾아서 더욱 꼼꼼히 볼게요.
안 : 국내 무용수 중에는 존경하고 닮고 싶은 김용걸 교수님이요. 김용걸 교수님을 처음 알게 된 건 교수님으로서가 아닌 파리 오페라 발레 무용수로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부산에서 막 발레를 시작했을 당시 갈라 공연을 오셨는데 그때 보고선 무용수로서 존경하게 되었어요
윤 : 김용걸 교수님 애제자였잖아요.
안 : 하하하 그런가요.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제가 더 감사하죠.
젊은 청년이 생각하는 예술가의 모습.
삶에 대한 진지한 말투와 눈빛에 인터뷰어로서 크게 감동을 받았던 대목이다.
윤 : 재용씨가 생각하는 궁극적인 예술가의 모습은 어떤 걸까요? 물론 지금 재용씨는 예술가로서의 첫 발을 내딛고 있지만 그래도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예술가의 길이 궁금해요.
안 : 저는 옛날부터 생각했던 꿈이 있어요. 현재 제가 완전한 예술가의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발레를 전공해서 프로 발레단에 입단한 무용수로서의 길을 막 걷고 있는 거죠. 아직 배울게 많고, 더 많이 보고, 느끼고 해야 하는 젊은 무용수인데 궁극적인 목표는 예술가가 되는 거죠. 그런데 현재로서는 내가 생각하고 느끼고 배운 것을 춤이든 음악이든 악기든 미술이든 어떤 방식으로도 나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 특히 발레라는 방식으로 나를 나타낼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 참으로 감사해요. 앞으로도 발레를 하든 안 하든 내가 생각하는 것을 진심으로 표현하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 목표이기도 하고요. 또 제가 발레를 하면서 나를 표현하는 이 모습을 보며 나아가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을 공유하고 영향을 주고 싶기도 하고요. 조금 추상적 일지는 모르지만 제가 생각하는 궁극적인 예술가의 모습인 것 같아요.
윤 : 저도 예술의 분야를 단정 짓기보다 약간 진부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어떠한 방식으로든 예술가가 될 수 있거든요. 인생을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을 자신의 방법대로 담아나가는 거죠.
안 : 맞아요. 저에게 있어서는 저를 표현하는 언어가 발레인 셈이죠. 그래서 제가 발레를 통해 저를 표현하듯이 저의 춤을 보고 나서 다른 많은 분들이 자신 스스로의 생각이나 삶이나 철학, 느낀 점들을 표현함에 있어서 어려움이나 두려움을 가지지 않고 마음껏 표현하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윤 : 이야… 멋진 생각 가지고 있네요. 한국분들 그곳에 좀 더 입단했으면 좋겠다. 한두 명이라도…
안 : 맞아요. 그러면 좋을 것 같아요.
윤 : 선배라고 혼도 내고 밥도 사주고 그러고…? ㅎㅎㅎ
안 : 하하하 요즘엔 저보다 더 대단한 후배들이 많아서 제가 배워야죠. 항상…
몬테카를로의 슈퍼루키 안재용 발레리노에게 배워보는 원포인트 레슨 타임!!
정말 중요하지만 간과하기 쉬웠던 5번 포지션에 대한 그의 생각
윤: 마지막 질문… 제가 인터뷰에서 꼭 하는 질문입니다. 발레리노 안재용이 말하는 취미발레인을 위한 원포인트 레슨을 해주세요.
안 : 저는 발레에 있어서 스스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좋은 라인’을 만드는 거예요. 그런데 발레에서 나오는 많은 아름다운 라인이 5번 포지션에서 다 나와요.
윤 : 아… 그렇네요. 5번…
안 : 그렇죠. 크로스~ 어떻게 보면 엄청 짜증 나고,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쉬운 것 같은데 너무 많이 하고 있다 보니까 중요성을 놓치기가 쉽죠. 마치 매일 해 뜨고 해지는 것처럼요. 솔직히 해 뜨고 해지는 것 매일 보면서 소중한 거 잘 모르잖아요.
윤 : 그러고 보니 정말 발레의 많은 동작의 시작점이자 시초가 5번에서 비롯된 게 많네요.
안 : 네 숨 쉬는 것처럼 중요해요. 턴듀, 점프, 피루엣, 뚜르앙레르, 레베랑스 등등 모든 것의 시작점은 5번이에요. 5번에서의 라인이 중요하죠. 뭐… 1번에서 시작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라인을 보여주며 시작과 마무리는 5번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어요.
윤 : 발레 배우다 보면 에뽀르망 중 크로아제 5번으로 잘 서야 가장 날씬해 보이는 라인이라고 배우는데 막상 미묘하게 거울 앞에 서서 잘못 잡으면 날씬해 보이기는커녕 몸이 엄청난 덩어리로 보여서 “어!! 이게 뭐지??”하며 화들짝~ 놀랄 때가 있어요. 그게 쉬운 것 같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프로 무용수도 마찬가지인가요?
안 : 그럼요. 프로도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가장 멋있어 보이는 라인을 생각하고 인지하고 있어야 해요.
윤 : 각도가 조금만 잘못 틀어져서 상당히 흉해지더라고요. ㅎㅎㅎ
안 : 예전에 페르난도 부오네스(Fernando Bujones)라는 ABT의 전설적인 발레리노가 있어요.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와 라이벌이기도 했던… 어떤 평론가가 했던 말로 기억하는데 이 무용수는 어떤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도 완벽하게 나온다고 했어요. 사실 대부분의 무용수는 자신의 결점을 가리기 위해서 많은 연구를 해요. 정면에 객석이 있다고 하면 가장 나은 모습을 보여야 하니까요. 사람마다 미묘한 발목 안짱이 있을 수도 있고, 신체 부위 중 좀 두꺼워 보이는 부분도 있고요. 그런 것을 감추고 약간 길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더욱 신경을 쓰죠. 그러나 페르난도 부오네스는 위, 아래, 양옆 360도 어디에서 찍어도 아름답다고 해요.
윤 :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안 : 신체 비율이 좋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기본기가 잘되어 있는 거죠.
윤 : 와… 그렇다면 그 5번을 잘하려면 우리 같은 취미발레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 : 발레 전공자들에 비해서 취미발레인은 그 기간이 짧죠. 그리고 사람마다 다르긴 해도 우리가 평상시 턴아웃, 그러니까 5번 포지션을 하고 살 일이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굳은 인대, 골반, 고관절을 열어야죠. 그것의 기본은 역시 스트레칭… 너무 중요해요.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다 보면 5번 포지션이 확실히 좋아져요. 유연하면 힘을 기를 수 있어요. 근력은 기를 수 있지만 유연성은 특히 성인의 경우에는 근육이 다 굳어져 있기 때문에 쉽지 않아요. 그래서 유연성을 길러야 해요. 그래야 5번 포지션이 되고, 5번의 기본은 크로스… 발레에 있어서 크로스는 정말 중요해요. 잘하면 세련돼 보이지만 조금만 흐트러져도 어정쩡하고 우스워 보이기도 해요.
윤 : 취미발레를 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아주 완벽한 5번 포지션을 하는 사람은 드물어요. 타고난 체형이 아니면 5번은 어렵죠. 그렇지만 이왕 취미발레를 하니까 멋진 5번을 위해서 노력을 해야겠네요.
윤 : 오늘 긴 시간 많은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안 : 아… 오히려 저에게 이런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 통해서 발레에 좀 더 많은 관심 생겼으면 좋겠어요.
윤 : 더불어 발레리노 안재용도 더 알려지고, 재용씨가 몸담고 있는 몬테카를로 발레단도 더욱 알려졌으면 좋겠네요. 아까 약속한 대로 몇 년 뒤 한국 투어 때 멋진 모습으로 무대에서 만날 것을 기대할게요. 더불어서 그곳에서도 좋은 활동 계속 이어가주세요. 건강하고 내년에 한국 올 때 또 만나요.
안 : 네. 지영씨도 이런 활동으로 많은 발레인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독자 중 한 명이 안재용 발레리노를 가리켜 ‘슈퍼루키’라는 호칭을 붙였다. 필자의 저서 <어쩌다 마주친 발레>의 감사의 글에서 이미 루키라고 명했지만, 현재 그의 활동을 보면 ‘슈퍼루키’가 맞다. 그와 인터뷰를 할 때 느낀 점은 착한 인성과 영리한 두뇌를 지녔다는 것이다. 약삭빠르게 영리한 것이 아닌 태생이 영민한 사람이다. 그런데 착하고 순수하다. 이런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지만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자의 자신감과 여유마저 느껴졌다. 그에게는 현재가 무용수로서는 많은 것을 시도하고 도전하는 시기이다.
그의 모습은 두뇌가 영리한 돌고래가 넓은 바다를 탐색하며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것을 상상하게 했다. 다른 무리와 유쾌하게 교감할 줄도 알고, 위트가 넘치지만 자신의 목표가 생기면 빠른 속도로 바다를 가르며 정확히 돌진해 갈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잠재력이 뛰어난 돌고래…
원대한 꿈과 예술에 대해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순수한 마음을 동시에 지닌 매력을 넘어서 마성의 힘을 지닌 젊은 무용수가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지 인생의 선배로서 가만히 지켜볼 참이다. 그리고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마이요 단장의 “My New Boy”에서 “My Precious”로의 변모하길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취미발레 윤여사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yoonballet_writer/
발레리노 안재용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dragon186/
*글 : 취미발레 윤여사
*사진 및 영상 : 형제발레리노 (김경식/사진,영상, 김윤식/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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