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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의 가치

각자의 공정에서 최선을 다하는 최정예 전문가 집단. 메리 크리스마스!!



"협업의 가치"



한참 책짓기에 집중하고 있는 요즘.

나의 주된 커리어였던 건축과 책짓기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건축에는 공정이란 것이 존재한다.

우리 눈에 보는 건축은 단 한 사람의 힘으로 절대! 네버! 이루어질 수 없다.

무인도에 불시착해서 어쩔 수 없이 집 짓는 상황이나 은둔형 인간이 자기만의 땅에다 설계 직접 하고 벽돌 굽고, 나무 잘라서, 시멘트 공구리 부어가면서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실내 건축을 예로 든다면 설계, 철거, 기초 작업, 설비, 전기, 목공, 철물, 석조, 타일, 도장, 조명, 가구, 소품, 간판, 그 외 마감 등 이것만으로도 헤아릴 수 없는 각 공정의 협업이 힘을 내서 자기의 몫을 해낸다.

마치 커다란 퍼즐판에 조각을 제자리에 잘 맞춰서 완성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타임스케줄을 건축에서는 공정표라는 이름으로 달력에다 막대그래프로 한눈에 봐도 구분이 가게 만들어 놓는다.

성인이 돼서 쌓은 커리어라곤 설계실에서 열심히 스케치하고 오토캐드 돌리고 스케치 업 하다가 현장 스탠바이 들어가면 각 공정 소장님들과 현장밥 먹어가며 치열하게 씨름하며 하나씩 현장을 쳐갔던 내가 책을 만들게 됐다. 푸릇하게 젊은 시절보다 중년에 접어든 지금, 분명 예전보다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졌고, ‘집도 지어봤는데 책도 한번 지어보면 어떨까’라는 말도 안 되는 어깃장을 부려서 시작한 마음도 있다.


심지어 분야도 내가 전공한 분야가 아니다. 취미로 덕후로 지내다 이게 너무 좋아져서 ‘옳은 가치’라는 모토를 놓고 한 걸음, 한 걸음 씩씩하게 나가고 있다. 근사한 사무실에서 여럿 직원들에게 손가락 까딱으로 지시하는 직업이 아니다. 책상에서 골머리를 썩히며 한 문장씩 완성을 하고, 발레 메소드에 부딪히면 전문가 선생님들께 끊임없이 자문을 구한다. 책을 짓는 과정도 처음 가는 길이라서 출판계 선배분들의 도움을 청하며 나만의 집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게 정말 즐겁다.

심지어는 어떤 책이 나올지도 모르고, 책이 몇 권이나 팔릴지도 모르고, 내가 앞으로 잘 해낼지도 모른다.

미지의 숲을 헤치며 걸어 나가는데, 여기에도 건축의 공정과 아주 흡사한 부분이 있다.



‘머릿속에 존재한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자’라는 의견까지 모아졌을 때

난 미친 듯이 원고를 다시 써 내려갔고, 목차와 제목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는데,

발레 메소드를 설명하기 위한 ‘일러스트'라는 장애물에 부딪히고 말았다.

여러 전문 일러스트레이터를 서칭하고 급기야 나와 같이 취발인 하다가 출간을 한 시바리나 작가인 임이랑 님께 전화를 했다.

“이랑 작가님, 신체 해부학을 전문으로 하는 일러스트레이터를 구해요. 아는 사람 있으면 소개 좀..."

“아! 작가님, 제가 그런 분은 잘 알지를 못해요.”

.

.

.

한참 동안 여러 이야기가 오고 가다 내가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이랑 작가님, 그러지 말고 이번  책에 삽화 그리실래요? 부족한 부분은 서로 공부하면서 해봐요.”

“좋아요. 저도 공부도 하고 좋은 기회일 거 같아요.”

그렇게 몇 달을 원고와 맞는 삽화를 그려가며 이제 교정쇄를 코앞에 두고 있다.

윤식 작가님의 사진 칼 마감과 맞먹는 이랑 작가님의 삽화 칼 마감에 또 한 번 감동을 하고.

모르는 부분은 둘이 함께 해부학 책을 놓고 정말 수험생처럼 들이 파면서 수정, 또 수정을 거쳤다.

이 원고를 그림으로 어떻게 한방에 설명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쉽게 좀 더 깊이 있는 설명이 가능할 것인가?



물론 판단은 미래 독자의 몫이지만, 좋은 판단이 나오든 아니든 우린 계속 이 길을 걸어갈 것이다.

왜냐하면 부족한 부분은 분명 계속 노력하고 공부하다 보면 발전하고 채워질 것을 알기에.

현장의 꽃 목공 소장님 대신 발레 삽화의 보석 같은 이랑 작가님과 앞으로도 함께 하게 돼서 참으로 든든하다.

마지막 스퍼트! 힘내자고요.


플로어웍스 책을 위해 각자의 공정에서 최선을 다해 주시는 최정예 전문가들.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이브. 기분 내려고 빨간 스웨터, 이젠 완전 유명 유튜버 김경식 감독님의 넛 크랙커 한정판 텀블러에 괴테 반신욕 중. 여전히 수정의 연속


*글 : 윤지영 작가

*사진 : 윤지영 작가

*삽화 : 임이랑 작가



윤지영 작가, 에디터 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yoonballet_writer/

시바리나 작가 임이랑 님 인스타그램 (도서출판 플로어웍스 공식 일러스트레이터)

https://www.instagram.com/123rang/

도서출판 플로어웍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floorworx_publis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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