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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듣고, 짓다.

언제나 그랬듯 비슷한 하루



읽고, 쓰고, 듣고, 짓다.

언제나 그랬듯 비슷한 하루



“요즘엔 브런치에는 글 자주 안 올리세요?”

순간적으로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뜸하게 올려도 언젠가  구독자들은 읽을 것이라는 안일한 마음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얼마  책이 나올 텐데 브런치에  마음과 글을 몽땅 오픈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렇게 혼자서 마음을 저울질하는 중에 받은  질문은  방심한 사이 세게 들어온  방의 어퍼컷 같았다.  어퍼컷 덕분에 오늘 글을 쓰게 됐으니 다행이다.




“아이들 기나긴 겨울 방학이 시작됐다.”

업무와 개인사를 뭉뚱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건 핑계가 아닌 팩트다. 올해부터 초중고등학교는 방학이라고 표현하기 애매했던 봄방학을 없애는 대신 1월 초에 일제히 종업식을 한다. 즉, 겨울방학만 무려 50일이 넘는다. 나도 방학 같지도 않았던  봄방학을 매우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막상 긴긴 겨울방학이 ‘옜다! 받아라!’하고 내 앞에 뚝 떨어지니 당장 출근을 해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과 아이들 공부는 둘째 치고, 점심 식사 준비에 걱정이 앞섰다. 일주일 중에서 학습에 관련된 학원 스케줄을 이틀에 몽땅 몰아버리고, 주중 나머지 3일 동안은 내가 사무실에 출근하기로 했다. 물론 출근하는 날은 아침부터 세 아이가 먹을 점심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그렇게 나의 2020년은 특별히 2019년 12월과 구분 없이 방학 전후로 나뉜 채 시작됐다.

타인과 역할을 분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 스스로 역할을 분류해서 구분하는 능력이 더욱 절실하다. 아침에 깨서 잠자리에 들기까지 다양한 역할의 변검술을 해내고야 만다. 이제는 엄마와 비즈니스맨, 그 어떤 역할도 완벽하게 해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 부분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항상 그랬듯이 하루에 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모두 해내면 다행이고, 해내지 못해도 다행이라 여긴다. 그저 한순간 한순간 최선을 다했으면 만족한다.



2020년 1월, 현재 하고 있는 작업의 기록 (좌 : 교정쇄 1교, 가운데 : 김지현+김소현 포핸즈 스틸샷, 우: 김지현, 김소현 스튜디오 연습 / 사진 : 윤지영)


“쓰기 위해서 읽고, 짓기 위해서 듣는다.”

책을 짓고 있다. 동시에 또 다른 새로운 책을 기획하고 있다. 현재는 탈고한 원고로 교정 보면서 책을 짓는 과정에 있지만, 그러면서도 항상 뭔가를 쓴다. 그리고 쓰기 위해서 뭔가를 읽는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많이 읽어라.’ 누구나 아는 상식이지만 막상 책을 읽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많다. 어려운 책, 재미없는 책은 무시하고 그냥 좋아하는 책, 재미있는 책을 여러 권 들고 들입다 한꺼번에 읽으면 된다. (단, 소설은 한꺼번에 섞어 읽기를 권하지 않는다. 소설과 다른 장르, 예를 들어 에세이, 개발서, 시집 등을 섞어 읽는 것은 좋다) 내용을 너무 골똘히 생각하지도 말고, 기억하려고도 하지 말고, 현실과 다른 세계를 맛보는 시간이라 여기면 된다. 책을 읽으면 쓸 일이 생긴다. 이건 약간 마법 같은 경험이기도 하다.

책을 짓다가 음반 기획에도 참여하게 됐다. 회사 소속 아티스트로 있는 김지현 님, 김소현 님의 앨범이 2월 초 정도에 나올 예정이다. 세 사람이 꽁냥꽁냥 이거 한 번 해볼까 하다가 정말 실행을 하게 됐다. 좀 더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을 위해서 이전에 가보지 않은 길로 맹렬히 달려가는 중이다. 그리고 음반을 잘 짓기 위해서 계속 듣는다. 음악을 듣고,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2020년은 계속 일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좋은 일, 가치 있는 일을 선택해서 즐기며 그 길을 걸어갈 거다. 대부분 분주한 날이겠지만, 돌아보며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순간도 분명히 존재할 거다. 그런 순간은 쉬면 된다. 나도 글을 쓰지만, 도서출판 플로어웍스의 미래의 잠재적 저자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앞으로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 어떤 이가 이 출판사 미래의 저자들이 될지 매우 궁금한 밤이다.



*글, 사진 : 윤지영 작가




윤지영 작가, 에디터 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yoonballet_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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