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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와 매거진<B>는 왜 '에디터'에 주목하는가

‘진짜’ 전업작가가 되고 싶은 간절한 소망




"북토크 참가 후기"


20190918 @29CM STORE 강남역
브런치와 매거진<B>는 왜 '에디터'에 주목하는가
손현 매거진<B>에디터
김진호 카카오 브런치 매니저
김혜민 카카오 브런치 마케터



몇 개월 전 동네 친구이자 나의 소중한 책 멘토인 M 언니와 밤마실 회동을 가졌다. 둘 다 기껏 주량은 맥주 두어 잔이지만 예술, 책, 음악,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밤새도록 나눌 수 있는 내 글쓰기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M 언니는 피아니스트 윤홍천의 아주 오랜 고급스러운 팬이다. 여기서 ‘고급스러운’이란 표현을 쓴 건 어디서 연주를 하든 관람을 하고 응원을 하지만 존재조차 드러내지 않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알아도 오로지 그의 피아노 연주에만 집중을 한다. 사생활에는 관심조차 없다. 온전히 피아니스트로서 그를 좋아하는 아주 바람직한 팬이다. 그런 M 언니가 윤홍천 인터뷰 중 가장 좋았던 것을 이야기해줬다.

“윤홍천이 존경하던 나이 많은 일본 피아니스트와 만나게 됐대. 홍천이가 당신의 음악이 좋다. 만나서 영광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그 일본 할머니 피아니스트가 홍천에게 물었대. 너… 이제 연주 공연과 음반 판매량으로 너의 생계가 가능하니? 홍천이 대답하길… 이젠 그렇게 할 수 있게 됐어요. 그러자 그 할머니가 손을 잡으며 그러면 됐다고… 격려했다는 말에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지영아… 예술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그 기쁨과 재능으로 밥 먹고 생계가 가능해야 해. 나는 피아니즘이 어떻고 하는 인터뷰보다 나의 마음에 가장 와 닿았던 좋은 인터뷰라고 생각해.”

이미 약간의 술기운이 돌았지만 M 언니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진짜' 전업작가가 되고 싶은 간절한 소망

브런치는 나의 인생에 가장 큰 전환점을 선물해 준 산타클로스 같은 존재다. 2015년 브런치 론칭 시절부터 함께 했고, 나야말로 발레가 좋아서 글을 쓰고, 취미 하나로 꾸준한 덕질 끝에 브런치북 프로젝트 수상을 업고 작가로 데뷔하고 출간의 행운도 얻었다. 심지어 현재는 출판사에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공연 기획까지 겸한 스타트업을 하게 된 간이 배 밖으로 탈출한 전형적인 케이스다. 그것도 내 전공 분야랑 정말이지 1도 관계가 없던 분야에 40대 중반에 뛰어들었으니 뭐 더 이상 설명할 수도 없다.

여기까지만 보면 엄청 멋진 커리어우먼에 완전 성공신화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처음 출간을 할 땐 내 눈 앞에는 화려한 진달래꽃이 뿌려진 꽃길을 꽃신 신고 걸을 거라 생각했다. 인세만 받고 전업 작가가 힘들다고는 해도 설마… 나에게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행운이 따를 거야… 라는 은근한 기대도 했고, 뭔가 하다 보면 100쇄까지는 힘들어도 한 10쇄는 찍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상상도 했다.

정말이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내가 한국 출판 시장을 너무 우습게 본 것이다. 출간을 앞둔 많은 작가들은 책만 냈다 하면 모두 무라카미 하루키나 김영하, 공지영(나와 이름만 같은), 이기주 정도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하루에 한 시간 수영이나 달리기하고 우아하게 글 쓰면 통장에 따박따박 돈이 입금될 것이라는 꿈을 꾼다. 출판시장이 힘들어도 혹시 행운의 여신이 내 머리에 네 잎 클로버를 얹어주지 않을까라는 착각을 한다.

음… 이 바닥에 뛰어들고 이건 건축 설계 경기 당선, 광고 경쟁 PT, 또는 로또 당첨만큼 힘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2016년 내 책도 취미발레 분야에서는 엄청 핫했지만 발레 시장의 규모가 너무 작았고, 내 꿈을 채우기엔 아직 그 터전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나라가 이웃나라 일본처럼 1쇄에 5천 부나 1만 부를 찍는 시장도 아니고, 2천 부 정도를 찍는데 그 2천 부 파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지도 몰랐다. 2천 부 인세로 받은 것으로 생계를 꾸리라고 하면 차라리 기초생활수급자가 나을 수도 있다. 하는 수 없이 원고 의뢰가 들어오면 미친 듯이 글을 써댔다. 장당 얼마라고 하면 빡빡 채워서 글을 쓰고, 강연 제의가 들어오면 부지런히 나가고, 작가라는 타이틀로 스스로 발레 클래스 기획, 공연, 강연 기획을 해서 수입을 얻기도 했다. 이것도 전업으로 하기에는 턱도 없는 수준이다. 정말 작가는 가난하다는 말이 왜 나오는지 실감이 될 정도였다.

사실 취미 삼아서 쓴 글이 어느 순간 전업으로 전환이 되는데 숨이 턱 막힌다. 글은 얼마든지 쓰겠는데 수입이 없다. 이건 뭐지? 글 쓰는 것도 분명 엄청난 육체적, 정신적 노동인데… 예전 건축사무소에서 하는 일도 박봉에 힘들다고는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월급은 받잖아. 그렇다면 다른 작가들은 도대체 어떻게 생계를 꾸릴까?



다행히도 브런치에서는 꾸준히 내 글에 주목을 해줬다. 여느 에세이와는 달리 분야 자체가 좀 특별한 발레라서 그랬을 것이라 여긴다. 그래서 이래저래 많은 활동을 했다. 브런치 위클리 매거진을 낼 때마다 출판사 에디터들의 출간 제의도 계속 들어왔지만, 역시 계산기를 두드려 본 출판사 오너 입장에서는 발레 시장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최종 계약 직전에 몇 번이나 엎어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다가 결국 내가  발레 출판사를 열어야겠다는 결정에 이르게 됐다. 아마 이렇게 겁대가리 없이 스타트업을 할 수 있었던 건 브런치에서 꾸준히 글을 쓰고, 성장하며 내공을 키웠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막상 출판사 일과 함께 매니지먼트 영역을 구축하고, 소속 아티스트를 영입하면서 나는 또 다른 고민에 빠지게 됐다. 어떻게 이들이 이 작업을 ‘전업’으로 생각하게 할 것인가? 막말로 돈 쌓아놓고 우아하게 취미로 할 것이 아니라면, 무조건 이 시장의 확장이 중요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브런치와 매거진  <B>는 왜 '에디터에 주목하는가



2019.9.18 @29CM STORE 강남역
브런치와 매거진 <B>는 왜 ‘에디터’에 주목하는가


어쩌면 에디터십에 대한 갈증으로 브런치 토크에 신청을 했을지도 모른다. ‘카카오 브런치에서 날 키워줬으니 금수저 부모님 어떻게 저 좀 도와주세요~’라는 마음이었을지도… (쓰고 보니 중년 자식 책임지라는 어마무시한 멘트로 들리네… ㅋㅋㅋ)

토크는 전반적으로 좋았다. 김진호, 손현, 두 에디터 님(그중 한 분은 어디서 이름이 익숙하다 싶었는데 브런치북 프로젝트 #2에서 나와 같이 금상을 수상했던 손현 aka.작가님, 현재는 매거진 B 에디터)의 이야기도 좋았고, 모더레이터 맡은 키미 마케터 님, 게다가 질문하는 젊은 참가자 친구들도 어찌나 똘똘하던지. 대한민국의 출판 미래는 밝겠다 싶었다.

그렇지만 아마 대놓고 말 안 해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다. 떼 돈은 아니지만, 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 글쓰기가 그냥 공감과 댓글의 기쁨보다 실질적인 전업으로 됐으면 하는 바람. 그리고 그 부분을 카카오 브런치가 좀 더 고급지게 풀어줬으면 하는 바람. 너무 돈 냄새 풍기는 그런 것 말고…

2만 7천 명이나 되는 작가 인프라를 가진 카카오 브런치, 또한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통해서 출간한 96명의 작가가 전업 작가라는 타이틀로 활동을 할 수 있는 그 기대를 가진다면 아직 이를까?

현재 브런치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을 알겠다. 조금 더 힘을 내서 출판 시장의 확장을 위해 영향력을 발휘했으면 한다.



그래도 나는 알고 있다.

원고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눈알이 빠질 것 같고, 어깨에 곰 세 마리가  올라가도 그러려니...

브런치의 슬로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 Lewis”

이건 내가 지금까지 믿어 왔고, 앞으로도 믿어 올 내가 글 쓸 방향인 것을.



우리 회사 소속 아티스트들이 “폼나게 예술하면서 생계가 여유롭게 가능해요!”

이것이 미래의 내가 가장 듣고 싶은 이야기다.

피아니스트 윤홍천이 대견하고 부러운 밤이다.



글 : 윤지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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