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비공개] 플로어웍스 필진 1기
오늘 이 글의 BGM은 무조건 초천재 차이콥스키 오라버니의 <로미오와 줄리엣 환상 서곡>이다.
그냥 이 곡의 흐름이 현재 내 의식의 흐름과 동일. 22분 동안 환상의 음악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호기롭게 사업자를 내고 시작한 출판사의 일이 자못 궁금한 주변 지인이나 친구들이 물어보는 단골 질문이다. 그 질문에 마치 인터뷰 질문지에 답하는 유명 연예인처럼 틀에 박힌 대답을 하게 된다.
“누구나 알고 싶었던 발레에 관한 책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 두루뭉술한 대답에 상대방은 감질났다는 듯이
“그래서… 제목이 뭐야?”
“글쎄… 아직까지는 미정.”
참고로 말하면 스포일러 그딴 거 없다. 위의 전형적인 질문에 두루뭉술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내가 출판사를 시작한 이유를 대놓고 말하면 당돌한 돌직구 던지는 또라이처럼 보일까 봐서다. 내가 출판사를 시작한 이유를 고상하게 말하면 ‘좋은 콘텐츠를 책으로 내고 절판시키지 말고 아카이브로 간직하자’이고 솔직히 말하면 ‘내가 읽고 싶은데 그런 책이 없어서 내가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발레를 좋아하는데 이놈의 발레 예술은 무대, 공연 예술이라 밤새 환상의 꿈속 여행을 다녀도 마치 아침에 눈을 뜨면 사르륵 날아가는 휘발성 액체 같은 존재다. 물론 그런 매력이 무대 예술의 힘이라 해도 뭔가 활자로 구체화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나의 서가 한 켠에 주르륵 꽂아놓고 싶었다.
플로어웍스를 시작하고 첫 번째 출간한 『바른 발레 생활』이 다행히 열심히 길을 내며 힘차게 달려주고 있다. 혼자서 원고 쓰고, 간달프 쌤에게 감수받고, 이랑 씨랑 삽화로 고민하고, 윤식 씨에게 사진을 넘겨받고, 외부 교정 에디터님과 계속 글을 고치고, 북 디자이너의 조언을 들으며 책을 만들었던 모든 과정이 과거의 장면으로 지나갔다.
새로운 페이지를 펴고 잘 깎아놓은 연필로 다시 무언가를 쓰고 시작할 단계가 온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서 참 좋다. 플로어웍스의 다음 책은 내가 필요로 했던 책을 한꺼번에 낼 계획이다. 분명 출판시장에서도 더군다나 발레 출판계로써는 첫 시도가 아닐까 싶다. 욕심도 많고 성질도 급한 편집자가 일을 맡으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하하하
새로운 필진들이 너무 멋지다. (필진 아님. 필진들!!! 으하하) 마치 발레계의 마블 영화를 찍게 되나 싶다. 연령대 직업군, 전공자와 비전공자들이 모인 각자의 색채가 모여서 어떤 조합을 만들어낼지… 그런데 이미 첫 편집 회의에서 그들의 케미 폭발 시너지 효과를 보면서 내내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는.
『바른 발레 생활』이 좋다고 칭찬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이 책은 플로어웍스의 서곡에 불과하다. 다음에 펼쳐질 대서사시를 기대할 만하다. 그 기대에는 팔짱 끼고 눈에 쌍심지 켜고 ‘너 얼마나 하나 보자!’ 이런 쪽 보다, 눈에 하트를 장착하고 두 손을 모아서 ‘음~ 기다리고 있을게요~’ 요런 태도가 훨씬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초여름 밤낮없이 원고 쓰기에 매진하고 있을 필진'들'을 응원한다. 삽화를 위해서 대기 중인 삽화가들도 응원한다. 어서 만들어서 내 서가에 가득 채워 넣고 싶다. 에디터 윤은 욕심쟁이. 우훗!
글 : 윤지영 작가
사진 : 여러 사람 제공
『바른 발레 생활』도 잘 팔려야 하므로 판매처를 올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