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발전을 위해서 웃고, 고민하고, 사유_思惟하는 청년 발레리노
더 나은 발전을 위해서 웃고, 고민하고, 사유_思惟하는 청년 발레리노
마린스키에서 진화하고 있는 발레리노 김기민.
그의 언어를 통해 들어보는 마린스키 발레단의 이야기.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역사와 스승에 관한 이야기.
김 : 발레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더 해볼까요?
윤 : 아무거나 좋습니다. 궁금하네요.
김 : 그렇다면 마린스키 발레단의 장점을 얘기해볼게요. 전문적으로 얘기하자면 춤을 구분 지을 줄 알아요. 백조의 호수면 백조의 호수, 돈키호테면 돈키호테… 얼마 전에도 이곳에서 공연을 봤는데… 무슨 공연이라고 말하지는 않을게요. 발레는 각 작품마다 고유의 색깔이 있거든요. 얘는 분명 진한 빨강, 얘는 빨강인데 약간 다른 다홍색, 얘는 확연히 다른 파란색… 이런 것처럼 작품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깔이 있는데 최근에 본 공연에는 아쉽게도 뚜렷하게 안보였습니다. 많이 아쉬웠습니다.
윤 : 무엇을 말하는지 알 것 같아요.
김 : 작품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깔을 잘 표현하는 발레단이 마린스키예요. 쉽게 말해서 작품 스타일을 잘 표현한다고 할 수 있어요. 사실 백조의 호수 왕자와 잠자는 숲 속의 왕자는 다른 왕자인데 많은 사람들은 왕자니까 다 같은 왕자라고 생각해요.
윤 : 맞아요. 다른 왕자일 수밖에 없죠.
김 : 무용수가 왕자 역을 맡았으니 이 왕자, 저 왕자 다 출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마린스키에서는 왕자라는 타이틀을 달지만 각 작품에서 정말 다르게 왕자를 표현해야 해요. 솔직히 우리나라 발레에서 왕자 하려면 잘 태어나서 잘 생기고 훤칠하면 왕자가 되기에 상당히 유리 해지죠.
윤 : 하하하… 우리나라… 어쩔 수 없이 기승전 신체조건인가요?
김 : 하하 뭐… 사실 거의 그렇다고 봐야죠. 러시아에서는 키가 아무리 작더라도 그 안에 왕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무대에서 왕자가 돼요. 그것을 알아보는 힘이 있어요.
윤 : 아… 구분 짓는 힘이라…
김 : 그것이 있기 때문에 발레가 발전할 수 있다고 봐요. 아마 국내처럼 다리 예쁘고, 발등도 예뻐야 왕자 되는 것이었다면 저는 마린스키에서 왕자가 될 수 없었겠죠. 하하하 조금 모순되긴 하지만 저는 마린스키 발레단의 이 부분을 가장 자랑하고 싶었어요.
윤 : 저는 이런 이야기 좋아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지만 들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그냥 바깥에서 보도자료로 접하는 ‘마린스키란 이런 발레단이다!’라는 관점보다 그 안에 소속되어 있는 단원 입장에서 체감하는 발레단의 강점이랄까… 그것이 대중에게 전달되는 큰 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사실 마린스키를 생각하면 ‘역사와 전통이 있는 좋은 발레단이다…’라는 정도였어요. 그러나 아까 말한 파랑 이야기, 캐릭터를 표현하고 구분하는 힘의 관점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되네요.
김 : 팔을 하나 주는 방법도 작품마다 다 달라요. 지금 부분만 설명하면 잘 몰라도 이런 관점으로 두 시간 넘게 처음부터 끝까지 작품을 보면 그 1초의 순간 동작 하나만으로도 “헉!!”하고 다르게 다가오죠.
윤 : 제가 객석에서 느낀 이야기를 하나 할게요. 사실 아직까지 우리나라 관객은 테크니션에 좀 더 열광하는 부분이 있어요. 얼마나 더 정확하게 피루엣을 도느냐, 얼마나 더 시원시원한 마네주 동작을 보여줄 것인가…
김 : 네, 한국의 발레 배경에는 남자 무용수의 경우 아쉽게도 병역혜택을 위해 콩쿠르를 많이 나가야 하는 상황이고 꼭 이런 이유가 아니어도 왠지 콩쿠르에 많이 포커스가 맞춰져 있고 또 콩쿠르를 위한 교육이 진행되다 보니까 아무래도 테크닉을 많이 욕심내게 된 것 같습니다. 여기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지만, 만약 단점이 장점보다 커진다면 빨리 개선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네요. 그리고 좋아질 거라고 믿습니다.
윤 : 발레에 있어서 테크닉은 기량을 좌우하는 거라서 물론 중요합니다. 그런데 발레를 보다 보니까 저 역할에 얼마나 깊이 있게 들어갔는지 어떻게 저 내면을 표현하는지 그런 게 보이기 시작해요. 단순히 깊이감이라고 표현하기에 좀 부족함이 있을 듯하네요. 테크닉+알파라고 말해야 옳을까요? 어떻게 저 캐릭터를 내 안에서 녹여서 나타낼 것인가… 캐릭터를 내 몸안에서 통과해 나가는 느낌? 요만큼 통과할 것인가, 이만~~~큼 통과해낼 것인가… 그건 무용수로서 풀어내야 할 숙명과도 같고, 관객도 그런 것을 좀 봤으면 좋겠어요.
김 : 마린스키의 특징을 비교하는 게 단순히 한국 발레와의 비교를 떠나 유럽의 발레단이나 해외 유수의 발레단과 비교해도 마린스키만의 색을 나타내는 뭔가가 있어요. 타 발레단을 우습게 보는 게 절대 아니고요. 하나의 예를 들어서 어떤 무용수를 보고 “아.. 쟤 ABT, POB에서 주역한대… 그런데 우리 발레단 오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우리 발레단에서는 안되지!”라고 해요. 단순히 실력을 따지는 게 아닌 우리만의 색을 얘기하는 거예요. 마린스키의 특징이죠. 지금 엄청 잘난 척하는 거예요!! 그리고 그 잘난 척은 제 자랑이 아닌 저를 가르쳐준 제 선생님들에 대한 자랑이고요. 하하하
윤 : 음… 오늘 기민씨를 만나고 느낀 점은 국내에서는 김기완, 김기민 발레리노가 형제이자, 사석에서 기완씨는 기민씨가 동생이지만 정말 자랑도 많이 하고, 같은 무용수로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저도 물론 발레 팬이자 취미발레로 시작해서 프리랜스 칼럼니스트로 막 시작을 한 상황이고요. 제가 정확히는 판단하기 어려워도 대화 중 느낀 것은 기민씨는 정말 러시아로 가길 잘한 것 같아요. 이건 단순히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 경지에 도달하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어요.
김 : 제가 오늘 제 자랑을 하는 것은 제 선생님을 자랑하는 거예요. 이런 것을 알 수 있게 해 준 모든 영향력은 선생님으로부터 나온 거고요.
(인터뷰 중간중간 발레리노 김기민이 언급한 스승님은 김선희, 블라드미르 킴, 마가리타 리따 꿀릭, 이원국이었다.)
윤 : 후후후 알아요. 잘난 척, 자랑 많이 하세요. 괜찮습니다. 마린스키 발레단 단원이 몇 명이죠?
김 : 300명이요
윤 : 캬… 300명… 그 자체만으로도 자랑할만하네.
김 : 그리고 외국이 딱 두 명이고요.
윤 : 기민씨랑 누구예요?
김 : 영국 친구 한 명 더 있어요.
윤 : 오… 대박입니다. 기민씨 인기 많지 않아요?
김 : 아하하하 (부정하지 않은 웃음이었음)
윤 : 남녀 비율은요?
김 : 여자가 약간 많지만 거의 50 : 50 이예요. 주역은 남자 7명, 여자 7명 있고요.
윤 : 그 7명 안에 기민씨가 딱 있는 거네요!
김 : 주역 중에 20대는 딱 2명이고요, 나머지는 30대예요.
윤 : (진심으로 박수 치며) 브라~보!!!
발레리노 김기민이 느끼는 마린스키의 자부심.
자신이 속한 발레단을 마음속 깊이 애정하고 생각하는 그의 태도가
진심으로 멋있어 보였다.
윤 : 마린스키 이야기 더 해줘도 돼요.
김 : 우리 발레단은 표현하는 폭이 넓어요. 예를 들어 백조의 호수의 지그프리트 왕자의 성인식이에요. 내가 등장하고 연기해야 하는 장면에서 꼭 똑같이 하지 않고, 굉장히 표현 방식이 다양해요.
윤 : 음…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김 : 사람에 따를 수도 있고, 상황에 따를 수도 있고, 기분에 따를 수도 있어요. ‘내가 오늘 기분이 이래서 이렇게 표현하겠어’라고 해도 그것을 제지하고 막지 않아요. 예를 들어 저는 개인적으로 ‘나는 왕자!’라는 식의 캐릭터 구현은 별로예요. 왕자는 누구나 왕자라는 존재를 알아요. 그런데 굳이 왕자~!!라는 것을 표현하는 것보다 좀 더 자연스럽고, 그 자체가 왕자가 되는 게 맞다고 봐요.
윤 : 전형적인 캐릭터의 해석이 싫은 거군요?
김 : 왕자인 내가 그냥 등장해서 지나가도 어릴 때부터 왕자였던 사람은 그냥 몸에 배어있어요. 왕자인 척하지 않죠. 누구에게 티 내지 않아도 그 자체가 왕자가 되는 거예요.
윤 : 그런데 그거 되게 어려운 거 알죠? 그 자체가 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김 : 제가 연습하는 것을 설명하자면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할 때 왕자가 스틱을 들고 나오는 장면이 있어요. 그러면 저는 그냥 하루 종일 스틱을 들고 다녀요. 드는 순간 역할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고, 난 어릴 적부터 왕자였기 때문에 이 스틱이 그냥 나와 하나가 돼야 하는 거죠. 우리가 핸드폰을 들고 있을 때 뭔가 드는 척하거나 연기하지 않잖아요. 마찬가지로 스틱을 들고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이 인식한다는 것은 왕자인 ‘척’을 하는 거죠. 마린스키도 중요하게 여기지만, 저희 선생님이 저에게 가장 강조했던 티칭이었어요.
윤 : 크… 그게 바로 배우들이 말하는 메소드 연기이잖아요. 역할 속 그 사람 그 자체가 나오는 것…
김 : 그래서 제가 잘하는 것이 백조의 호수 왕자의 생일에 웃고 있지만, 마음속 뭔지 모르는 외로움과 쓸쓸함을 가지고 웃는 그런 것을 표현하는 것. 그런 게 진짜죠. 그런데 그거 아세요? 이런 미세한 디테일이 안 보일 것 같은데 무대에서 하는 그런 부분이 객석에서 보인다는 거예요. 제가 생각하는 백조의 호수의 음악은 진행될수록 점점 가라앉고 다운된다는 느낌이 있어요. 그런 속에서 왕자이지만 뭔지 모르는 쓸쓸함, 그런데 본인도 그걸 모르는 그 느낌. 제가 백조의 호수를 해석한 관점이에요.
윤 : 그 대단한 작품 해석과 하나 되는 음악… 차이콥스키 정말 대단하지 않아요? 저는 차이콥스키 음악을 듣다 보면 “아… 진짜 이 양반, 제정신이 아닌가 봐… 어쩜 곡을 이렇게 써!!!”라고 하면서 들어요. 하긴 그런 음악가가 있는 나라이니 예술이 발달할 수밖에 없죠.
김 : 맞아요. 위대한 작곡가의 음악이고, 그 음악에 맞는 안무를 만든 안무가의 능력도 감탄하게 되고, 좋은 안무, 음악인 것만큼 무용수로서 더 섬세한 감정을… 관객들이 좋은 음악과 안무를 잘 느낄 수 있게끔 해야죠. 발레에서 작곡가와 안무가들의 철학을 관객한테 전달하기 위해서 좋은 무용수가 좋은 춤을 추는 거니까요.
윤 : 그런 철학을 가진 기민씨의 춤을 실제 무대로 보고 싶습니다. 진심으로요. 국내에 오실 계획이 없으면 제가 러시아로 가야 하나요?
김 : 지영씨 오신다면 좋은 자리 준비해드릴게요.
윤 : 우와! 진짜요?
김 : 그럼요. 정말이에요.
윤 : 말만 들어도 마음만으로도 설레네요. 기회 되면 꼭 한번 가겠습니다.
발레리노 김기민의 미래의 모습이 자못 궁금해졌다.
그가 생각하는 예술가의 정점은 어떤 걸까?
윤 : 무용수로서 지금의 단계가 종착점이 아닌 하나의 통과 지점이 될 텐데… 궁극적으로 본인이 꿈꾸는 예술가의 모습은? 이 질문… 좀 어렵지만 꼭 해보고 싶은 질문이에요. 그리고 이 질문은 나이가 들면 답변이 바뀔 수도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기민씨는 20대잖아요.
김 : 음… 저는 나이가 들어도 이 답은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윤 : 아… 그래요?
김 : 어렸을 때부터 있었던 꿈이 있었어요. 공연이라는 것은 관객과의 소통이자 메시지가 담겨 있어야 해요. 제가 발레를 제대로 시작한 계기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이원국 선생님의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보고 나서 그 날 잠이 안 오는 거예요. 뭐라고 설명할 수가 없는데 잠이 안 오더라고요. 그때 딱 느꼈어요. 나도 저렇게 감동을 주는 무용수가 되자. 사실 그렇게 어린아이에게 그런 마음을 줄 수 있었다는 것이니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겠어요? 저는요. 꿈이 무엇이냐면요… 어떤 춤을 추고 싶으세요? 라고 물으면 다른 말 필요 없고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제 공연을 보고 한 여섯 달 잠이 안 온다고 했으면 좋겠어요.
윤 : (들은 말을 살짝 못 알아듣고) 네네… 뭐라고요?
김 : 한 여섯 달 못 잤으면 좋겠다고요.
윤 : 불면증 만들기 프로젝트? 물론 농담입니다. 아하하
김 : 하하하. 왜 그렇게 생각하냐면 전 그게 예술인 것 같아요. 제가 예술을 하는 무용수라면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아요. 예술은 사람을 치유하는 힘도 있고, 같이 울고, 웃을 수 있는 그런 거잖아요.
윤 : 아… 그럼요!
김 : 제 춤을 본 사람이 나 때문에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 그렇게 만들 수 있는 무용수가 되고 싶어요. 치유나 위로가 될 수 있는 그런 힘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마린스키 극장을 나오면 팬들을 많이 만나요. 한 번은 어떤 할머니가 저보고 이리 오라고 해요. 그러더니 고맙다고 하면서 1년 전에 네가 한 라 바야데르 공연을 봤는데 아직도 자기 전에 그 음악이 들린다고 해요. 그러면서 네가 보인다고 해요. 그렇게 생각하게 하고 그렇게 만들어줘서 진심으로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어요. 그러면서 그런 거 아냐고… 너를 가르친 마가리타 리따 꿀릭은 25년 전에 로미오와 줄리엣을 했는데 아직까지도 내 꿈에 나타난다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이런 것이 무용가이자 예술가로서 자기 할 일을 다한 게 아닌가 싶어요. 저는 한 관객이라도 좋으니까 제가 한 작품, 춤을 보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게 최종 꿈이에요. 무용수로서도 좋고, 안무를 할 수도 있고, 아님 내가 가르친 제자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도 있고…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관객들에게 행복을 주고 싶어요.
윤 : 저는 오늘 기민씨랑 이야기하면서 느낀 것이 발레가 깊이 있는 예술이라는 것을 막연히 알고 있었지만,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깊이 있는 예술이구나. 동시에 와… 내가 참 잘 써야겠구나. 건조한 언어로 이것을 나열하면 ‘음~ 이 사람은 감동을 주는 무용수가 되고 싶구나!’에 그치지만, 대화를 하다 보면 느끼는 것이 있잖아요. 분위기나 눈빛에서 느껴지는 것들. 이 사람이 얼마나 깊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죠. 사유_思惟하는 젊은이거든요.
김 : 학교 다닐 때는 다른 것엔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발레만 보면서 연습하다가 지금 외국에 나오니 발레 말고도 많이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들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윤 : 국내에 있을 땐 고지식하게 발레만 바라봤던 걸까요?
김 : 맞아요. 발레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요즘 더욱 많이 생각하고 많이 보려고 하고 그런 이유가 그런 부분을 극복하려는 것도 있어요. 예술가는 그래야 하고요.
윤 :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는 아주 황당하게 험한 일만 아니라면, 겪어내는 모든 경험은 인생의 커다란 자양분이 된다고 생각해요. 고통의 터널을 통과했는지 아닌지의 차이는 크죠. 어려움이 있을 때 아… 왜 이런 일이 생기지? 란 생각이 들면서도 그것을 지나고 나면 또 다른 시야가 펼쳐지고 그것을 해내고 있는 자신의 모습도 드러나고요. 분야는 달라도 다양한 모든 예술분야는 서로 긴밀한 공통점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예술가를 떠나 인생 선배로서 기민씨가 겪는 많은 경험, 아픔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고 봐요.
김 : 맞아요. 저도 조금 더 아픔이 있고, 그것을 이겨내야 분명히 한 단계 성장하는 예술인이 된다고 여겨요. 그래서 예를 들어 지금 있는 소소한 부상이나 또 다른 아픔 같은 것도 저에게는 참 중요한 순간에 서있다고 생각합니다.
취미발레인들이여… 러시아 발레의 레전드 기민스키가 들려주는
특급 레슨에 안테나를 바짝 세워보자!
윤 : 취미발레인들에게 티칭 하는 입장에서 꼭 알려주고픈 또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원 포인트 레슨 하면 어떤 게 있을까요?
김 : 아… 취미발레요… 음… 유튜브로 제 이름 검색해서 동영상 보면 모든 것을 알 수 있어요. 하하하!!
윤 : 하하하. 그거 꼭 넣을게요. 1번. 유튜브로 김기민을 검색한다. 그런데 취미발레인이 그 춤을 어떻게 따라 해.
김 : 1번으로 꼭 넣어주세요. 그게 공부예요. ㅋㅋ
윤 : 우와… 이거 너무 잘난척한다. 어째요…
김 : 아… 그리고 다음에 관련 동영상에 기완이 형 검색해서 조회수 좀 올려주시고요.
윤 : 하하하. 네네… 이거 인터뷰에 넣어요.
김 : 하하하. 당연히 꼭 넣어주셔야 합니다. 음… 발레를 생각한다면 음악을 잘 타야 해요. 물론 이것보다 중요한 게 참 많지만 음악을 잘 타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윤 : 음악 잘 타는 거 생각보다 어려워요. 표현을 하는데 음악 꽉꽉 채우는 것 되게 어려워요.
김 : 네, 물론 음악을 선천적으로 잘 타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음악을 잘 타도록 항상 노력해야 해요. 음악은 발레 없이 공연이 가능하지만, 발레는 음악 없이 공연이 불가능하죠. 그렇기 때문에 음악가가 정말 중요해요. 그 사람들이 발레 음악을 작곡하면서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답으로 우리가 무용할 때는 음악을 잘 들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음악을 잘 타야 해요. 집중해서 음악을 들으면 발레의 절반 이상이 다 들어있어요.
윤 : 아! 맞아요. 저는 발레 동작은 잘 몰라도 음악은 좋아해서 전막 발레를 보러 가면 음악이 귀에 박히도록 듣고 가요.
김 : 그렇게 해야 해요. 그래야 공연이 재미있어요.
윤 : 어… 음악을 알고 가면 발레 공연이 달라 보이더라고요.
김 : 아! 발레 공연을 보러 가기 전에 발레 자체의 해석이 어렵다면 음악 해석이라도 하고 가면 돼요. 그렇게 보면 발레 공연 정말 재미있어요. 솔직히 공연 보러 가는 날에는 아무것도 안 해야 해요. 그냥 공연 자체를 즐겨야죠.
윤 : 제 책에 그런 이야기 다 썼어요. 크… 뭔가가 통하네요. 공연 보는 날은 이벤트잖아요. 그냥 마음을 비우고 준비해야죠.
김 : 맞아요. 공연 직전까지 일하고 정신없이 어~~어~~~ 하고 공연장 가고 그러면 집중이 안돼요. 미리 좀 쉬고, 기대하고 그런 마음으로 공연장 와야 시간을 투자하는 의미가 있죠.
윤 : 전 그러고 있습니다. 공연 전에 음악 귀에 못이 박히게 듣고 가면 동작이 달라 보이고 눈에 들어와요. 만약 음악을 잘 모르는 발레 공연을 보면 음악 들으며 뭐랄까… 춤이 그냥 눈앞에 펼쳐지는 배경처럼 보이기도 해요. 음악을 듣느라 춤이 한눈에 안 들어올 때가 있죠.
항상 세트처럼 붙어 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형제.
그 존재 자체의 든든함이 느껴진다.
윤 : 오늘 인터뷰 즐거우셨나요?
김 : 정말 좋았습니다.
윤 : 국내 인터뷰 이렇게 길게, 하고 싶은 얘기 다하면서 해본 적이…?
김 : 한 번도 없어요.
김/윤 : (둘이 함께 축하 박수)
윤 : 정말 감사하고 수고하셨어요.
김 : 끝났어요? 너무 짧은 대요?
윤 : 하시고 싶은 이야기 더 하세요. (사실 원래 예정했던 시간을 훌쩍 넘었던 상태였다)
김 : 뭐가 있을까…?
윤 : 롤모델 있어요?
김 : 만약 예를 들어 파리오페라 발레단과 ABT(아메리칸 발레씨어터)에서 동시에 캐스팅이 왔어요. 저는 어딜 가느냐가 중요하기보다 어디를 가서 어떻게 하느냐가 더 의미 있다고 봐요. 저는 굳이 롤모델을 정하지 않아요. 저는 닮고 싶은 사람을 따라가기보다 저만의 새로운 김기민을 만들고 되고 싶어요.
윤 : 크… 멋지네요. 오늘 멋지려고 작정하고 나왔네요.
김 : 네… 이게 좀 준비한 멘트인데 티가 나는데요…? 하하하! 롤모델보다 좋아하는 무용수는 있어요. 옛날 무용수를 좋아하죠. 마리우스 리에파, 블라드미르 바실리에프 이렇게 두 명.
윤 : 김기완은? (김기완 = 김기민의 형이자 現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김 : 음… 김기완은 좋아하는 무용수보다 저에게 도움을 많이 주는 무용수죠. 제 인생에 정말 도움을 많이 주는 사람…
윤 : 뭐랄까? 형제나 자매들은 뭔가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의리가 있잖아요.
김 : 그렇죠. 저희 형제처럼 친한 형제 드물걸요? 제가 마린스키에 가서 외로움을 달래고 그럴 때 제 옆에는 항상 형이 있었어요.
윤 : 저는 평소에 기완씨랑 대화해보면 느끼는 것이 있었어요. 동생에 대해서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얼마나 마음 깊이 애정이 있는지 느껴져요.
김 : 저도 기완이 형을 참 좋아하지만 형이 저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가끔 피드백이 없으면 삐쳐요.
윤 : 저도 자매이고 언니가 있어요. 둘도 없는 친구인데, 저희 언니도 그래요. 이건 동생들의 숙명인가요?
김 : 그런 것 같아요. 반응 없으면 삐쳐도 그러려니 해야죠. ㅎㅎ 저 정말 형 좋아하고, 제 춤 인생의 반 이상을 차지한 큰 존재가 기완이 형이었어요.
윤 : 두 형제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발레 팬 입장에서는 참 뿌듯하고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멋진 활약 기대하며 늘 응원하겠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발레의 깊은 이야기를 들어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 달콤하고 재밌는 이야기라기보다 듣기 독하고 쓰디쓴 약 같은 신랄한 평가의 언어였지만, 분명히 한국 발레에 성장을 위해서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더군다나 현재 최고의 자리를 누리고 있는 젊은 그가 그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의 발레계를 위해서 직언을 해준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발레는 무대 위의 한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예술이 아니지만, 영향력 있는 한 무용수에 의해서 무대 전체의 에너지를 상승시킬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게 좋은 기운으로 최상의 공연을 보여준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한국인인 그가 역사와 전통의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무용수를 해서 국위선양을 한다는 단순한 애국심 자극의 멘트를 할 생각은 없다. 한 개인이 자신의 길을 성실하고 최선을 다해서 걸어 나가고 있다는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자체만으로도 그는 존경받을만하다. 그리고 그 훌륭한 에너지가 우리나라의 발레계에도 흘러들어서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길 바랄 뿐이다. 더 나은 발전을 위해서 웃을 줄 알고, 고민할 줄 알고, 쓴소리 할 줄 아는 멋진 청년 발레리노 김기민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기민씨, 독자분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취미발레 윤여사 인스타그램 http://instagram.com/yoonballet_writer
발레리노 김기민 인스타그램 http://instagram.com/kimin_kim1028
*글 : 취미발레 윤여사*
*사진 및 영상 : 형제발레리노 (김경식/사진,영상, 김윤식/사진), BAKI(박귀섭/사진)
*첨부된 사진 및 영상의 저작권 및 사용권은 형제발레리노에게 있으므로 무단복제나 사용을 금지합니다
*브런치 구독 및 댓글로 많은 독자와 발레에 관한 즐거운 소통의 장소가 되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