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리부팅_rebooting

예술협동조합 시작을 앞두고




**리부팅_rebooting



1.

며칠 전부터 우리 집에서 함께 사는 고양이 메이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노르웨이 숲 메이, 러시안 블루 나나… 다른 두 종임에도 불구하고 둘은 무척 사이가 좋다.

그런데 메이가 베란다에서 무엇을 보고 놀랐는지 고양이 원목 화장실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하고, 좋아하는 간식을 내밀어도 경직된 상태로 나오지 않는다.

두 마리 모두 요즘 말로 개냥이고, 특히 메이는 내가 나가면 고양이로서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애교를 부리곤 했다. 사람이라면 자기감정을 표현할 텐데 무엇에 놀랐고, 자기가 무엇이 힘들어서 그런지 말한 텐데…

내가 나름 고양이 메이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이 녀석의 돌발 행동에 나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답답하지만 그저 옆에 가서 대화해주고, 녀석의 감정이 정리가 돼서 내 곁에 올 때까지 기다려주는 수밖에 없다.



2.

컴퓨터 작업을 하다 보면 갑자기 먹통이 되는 경험을 한 두 번쯤은 겪어봤을 거다. 제 아무리 좋은 기계라도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에는 속수무책이다. 작업자의 잘못일 수도 있고, 한참 작업 중인데 재수 없게 동네 전체가 정전이 되는 어이없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무엇을 해도 기계가 말을 듣지 않을 때 눈물을 머금고 리부팅 작업을 해야 한다.

정성스럽게 최고의 문장이라고 자부하며 써놓은 원고가 실수로 통째로 날아간 적도 있고, 예전엔 심혈을 기울인 건축 도면이나 3D 작업이 기본 센터 프레임만 남겨놓은 채 덩그러니 검정 화면으로 비친 허무한 경험도 있다.

다행스럽게 중요한 작업을 미리 저장해놨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 중요한 순간 직전까지만 저장되어 있다면…?

인내심을 가동하며 심호흡을 하고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 자신의 기억력에 의존해 복기(復棋) 작업에 몰두해야 한다.



3.

꽤 열심히 잘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보니 멈춰 있을 때가 있다. 수술하고 재활하는 과정에 있으니 그동안 내가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격이 시작됐다. 그렇지만 무엇인가 잘못되었을 때 아픈 다리로 무리해서 달릴 것이 아니라 차분히 그 자리에서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40대 중반, 지금까지 인생 전반적인 것에 대하여 리부팅을 할 시점이 온 것이다. 그리고 이 리부팅 과정은 나에게 새로운 관문을 열어줄 것이다.

어쩌면 예전에 맞다고 믿었던 상당 부분이 과감히 삭제될 수도 있고, 돌이켜보며 꼼꼼히 진행하는 인생의 복기 작업에서 전혀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라 생각한다. 군더더기처럼 덕지덕지 붙어있던 불필요한 파일은 이 기회에 깨끗이 정리하고, 다시금 새로운 작업으로 담아 볼 생각이다.



기계나 동물이나 사람… 모두에게 리부팅 작업은 한 번쯤 필요하다.

새롭고 또 다른 출발점을 기대한다.



(취미발레 윤여사 + 형제발레리노) x 리부팅 = 예술협동조합





사진/김윤식, 모델/발레리나 한상이, yoon6photoⓒ 2017



취미발레 윤여사 인스타그램

http://instagram.com/yoonballet_writer


형제발레리노 인스타그램

http://instagram.com/yoon6photo

http://instagram.com/kyung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