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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컨버터를 세척한다는 의미

<예술협동조합> 첫번째 프로젝트_5인의 조합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을 정리하는 정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사람에 따라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필자는 기록으로 남겨놓는 쪽에 속한다. 우선 떠오르는 단어 나열이나 간단한 문장은 전용 기록장에 일기를 적어나가듯이 쓰고 싶은 대로 마구 써 내려간다. 문장의 조합이 안 맞을 때도 있고, 중언부언할 때도 있지만 마치 홀로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것처럼 느낌표, 물음표, 말줄임표가 만연한 문장을 순식간에 페이지 가득 채워버린다. 그리고 그중에서 내 마음에 가장 끌리는 단어를 수렴해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글쓰기의 가장 든든한 동반자는 어두컴컴한 밤 시간_역시 필자는 올빼미형 인간이다_, 좋아하는 음악, 맥북, 전용 기록장, 그리고 만년필이다. EF닙 일명 노크 만년필에는 블루블랙 잉크를 채워놨고, F닙 선물 받은 만년필에는 블랙 잉크를 채워놨다. 그런데 이 만년필이란 물건이 참으로 편리하면서도 예민한 녀석이다. 잉크 한 병 사다 놓고 컨버터에 열심히 채우면 특별히 펜 값 들일 없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단 며칠이라도 그 만년필을 멀리하면 이 무생물이 기가 막히게 그 상황을 인식해버린다. 글씨를 써 내려가는데 성질날 정도로 끊김 현상이 있다면 만년필이 자기를 좀 봐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거다. 며칠 만에 사용하는 만년필이 예전 같지 않으면 컨버터에 있는 잉크를 비우고 새 잉크를 채우면 된다. 긴급조치를 취해도 뭔가 기묘하게 만년필의 기능에 이상신호가 있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컨버터와 만년필 닙을 세척해야 한다.

컨버터와 닙에 묵은 잉크를 깨끗이 씻어내고 조심스럽게 물기를 닦아내고, 잘 말려서 새 잉크를 충전하면 만년필은 다시금 새롭게 태어난다. 마치 수도관의 스케일을 제거하고 맑은 물을 공급하는 깨끗한 수도꼭지를 연상한다고나 할까?

그렇게 다시 태어난 만년필은 힘차게 나의 생각을 글로 옮겨주는 중간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까칠하고 예민해도 내가 꾸준히 신경만 써준다면 나에게 가장 충실한 친구가 되어준다.




어제 오랜만에 만년필 컨버터를 세척했다. 


그동안 자신을 돌보지 않았다고 한낱 필기구가 복수라도 하듯이 기능 제로의 모습을 보여줬다.

긴급조치인 새 잉크충전도 답이 아니었기에 오랜만에 만년필 컨버터를 세척했다. 

만년필 컨버터 세척은 내 마음의 일부분도 정화하는 의식과도 같다.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글쓰기와 여러 작업이 어떻게 나를 이끌어갈지 나 자신도 궁금해진다.



<예술협동조합>은 단어가 의미하는 그대로 혼자만의 작업이 아니다. 

많은 이들의 협동 정신이 발휘될 때 그 가치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각자의 일이 있고, 바쁜 일상을 사는 여러 사람들이 각기 다른 '예술'을 들고 절묘하게 그 접점을 찾아갈 것이다.

취미발레 윤여사, Yoon6, Kyung6, Andy Kwon, HJ Ko...

재밌는 작업의 스타트가 돼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각자의 예술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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