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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자들_그들을 알고 싶다 01

다른 취미, 다른 직업, 다른 세계... 취미라는 교집합 안에서 만나다



취미자들 특별 좌담회_01



요즘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덕후’라는 단어는 일본어인 오타쿠 オタク 에서 유래된 말이다. 1970년대 일본에 나타난 서브컬처의 팬들을 총칭하는 단어로 독특한 행동, 문화를 총칭한다. 한국에서는 ~폐인, ~광狂 등으로도 표현된다. 이번에는 취미에 있어서 덕후들 5인과 함께 ‘취미자들’이라는 제목으로 그들의 생각을 공유해본다.





하루 종일 바쁘게 세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마치고 늦은 밤 노트북을 열고 글을 쓰는 주부, 회사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곧바로 피아노 연습실로 향하는 젊은 회사원, 하루 종일 연습과 공연 리허설을 마치고 카메라를 들고 촬영에 나서는 발레리노들, 환자와 병원 업무와의 고된 일과를 마치고 첼로를 꺼내 드는 치과 의사.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뒤로 하고 이들에게 계속적인 취미 활동을 하게끔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분명히 분야는 다르지만 이들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본업 외에 취미활동에 꽤나 성의를 보이며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남들이 알아주건 말건 자신의 취미에 각별한 애정을 지니고 덕후를 자청하는 자들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취미활동의 스페셜리스트가 되어가고 있었다.



좌담회 참석자

취미발레 윤여사 윤지영 (이하 윤여사)

발레리노 영상감독 김경식 (이하 경식)

발레리노 사진작가 김윤식 (이하 윤식)

치과의사 첼리스트 고현정 (이하 현정)

회사원 피아니스트 권대현/앤디 권 (이하 대현)




우리에겐 이미 형제발레리노란 명칭으로 익숙한 발레리노 김경식, 김윤식…
하지만 오늘은 그들의 발레 인생 이야기가 아닌 각자의 취미인 영상 작업과 사진 작업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해본다.

영상작가 김경식, 그의 작품에는 감성의 정서가 녹아있다.
때론 외롭고 고독한 예술 작업의 쓸쓸함이 묻어 나오기도 하고,
무용수의 춤추는 뒷모습에서는 그들의 무언無言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때때로 배꼽 쥐게 유쾌한 모습을 연기하는 무용수를 담아내기도 한다.
(그의 작품에 이런 연기파 단골 무용수로는 이영도 발레리노와 선호현 발레리노가 종종 등장한다)
그는 이런 여러 가지 감성과 감정을 작품에 담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영상작가이다.

사진작가 김윤식, 무대에서 그의 춤은 치열하다.
어떤 역할을 맡던 그의 날 선 눈빛과 어울리는 동작을 보여준다.
사진 작품에서도 그만의 뚜렷한 아이덴티티가 있다.
아름다운 춤 동작을 담은 사진이지만 냉철하게 분석하고 이면에 존재하는
냉혹한 세계의 진면목을 드러내는 작품관이 드러난다.


윤여사 : 지금부터 <취미자들> 좌담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참석하신 분들의 자기소개와 본업 그리고 취미분야와 취미 경력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어요? 메인 취미생활 외에 또 다른 취미를 알려주셔도 좋고요. 앉은자리에 상관없이 제가 랜덤 하게 지목할게요. 경식씨 먼저 말씀해주시겠어요?

경식 : 저요? 앉은 순서대로일 줄 알았는데… 하하하. 제가 먼저 시작하겠습니다. 제 본업은 발레리노고요. 제 취미는 영상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취미로 시작했는데 제 생각에는 앞으로 이 범위가 좀 커지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1인 1직업 시대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여사 : 하하 다행이라… 그렇네요. 경식씨 언제부터 영상 작업을 하셨죠?

경식 : 정확한 기억은 없네요. 한 3-4년 정도 된 것 같아요. 그냥 재미로 프로젝트처럼 영상 작업을 하고 있었죠. 진정한 취미로 시작했는데 발레단에서 요청이 들어와서 그때부터 좀 더 세밀하게 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https://youtu.be/AuhXv8fldvU

Amazing Ballet Santa / Kyung6 film, 주연 이영도 / 유쾌한 산타 이야기를 만나보자


https://youtu.be/Y2J9Bh080So

Moment / Kyung6 film, 호흡, 절제, 힘, 흐름. 볼 수 없지만 느낄 수 있는 모든 것들



윤여사 : 윤식씨 이야기도 궁금해요.

윤식 : 저는 현재 발레리노로 활동하고 있고요. 국립발레단 단원이었다가 체코 국립발레단으로 입단을 하게 됐고요. 사진을 취미로 한지는 약 4-5년 된 것 같아요. 취미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취미가 아닌 직업적으로 방향성을 잡고 가는 단계가 된 것 같아요. 사진 작업이라는 것이 어느 순간 확 빠져 버려서 개인 작업, 촬영도 계속하고 일로써의 작업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윤여사 : 그전에는 사진 안 찍으셨나요?

윤식 : 찍긴 찍었는데 그 전에는 사진을 찍어도 찍는다는 생각을 별로 안 했던 것 같아요. 사진 찍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가 어느 순간 사진을 배워봐야겠다는 진지한 생각이 들고 나서는 사진을 대했던 생각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윤여사 : 형인 경식씨는 영상 작업에 중점을 두고, 동생인 윤식씨는 사진 작업에 중점을 두고요. 경식씨도 사진 작업도 계속하시잖아요.

경식 : 네, 저는 영상과 함께 사진 작업도 병행해서 하고 있습니다.

윤식 : 저는 사진에 중점을 두고요.

윤여사 : 두 분이 사용하는 카메라 기종도 다른가요?

윤식 : 달라요.

윤여사 : 그게 추구하는 사진의 방향에 따라 기종도 잡히는 건가요? 두 분의 성향이 나올까 좀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예요

윤식 : 달라진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아직까지 저는 그것을 완전히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어요.

경식 : 네 저도 수많은 기종을 다뤄보진 않아서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그렇네요.

윤여사 : 저는 두 분과 함께 책을 내 본 경험을 잠시 얘기하자면… 형제임에도 불구하고 두 분의 사진을 보면 어떤 사람이 찍은 것인지 알겠더라고요. 단순한 색감이 아닌 같은 피사체를 촬영했는데도 각자의 아이덴티티가 보이는 것 같았어요. 각자가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사진에도 보이는 걸까요?

윤식 : (말없이 으흐흐 웃음만…)

경식 : 그런데 춤도 그렇잖아요. 같은 춤이어도 어떤 사람이 추는가에 따라서 분명 다른 모습을 보이죠.

윤여사 : 그렇네요. 경식씨, 윤식씨는 어떤 기종 사용하세요?

경식 : 저는 소니

윤식 : 저는 캐논

윤여사 : 분명 닮은듯한 형제지만 뭔가 성향이 나뉘는 게 보여요. 기종도 다르고 작업하는 영역도 다르고요.

윤식 : ㅎㅎ 그렇죠. 달라야 하고요.


사진_김윤식, 모델_발레리나 한상이, 2017



인스타그램에서 ‘앤디 권’이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피아노 연습 동영상을 올리고
활동하는 피아니스트 권대현. 실물로 만나서 본 첫인상은 ‘차분함’이었다.
조용한 말투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피아니즘에 대해 확실한 생각을 가지고
고민하는 흔적이 엿보였다. 나이에 비해서 동안인 그의 외모와 상반된 어른스러운 낭만적 사고가 깃들어있다. 윤여사가 만나 본 피아니스트 권대현을 알아가 보자.



윤여사 : 자… 그러면 이쯤에서 대현씨 이야기 한번 들어볼까요? 대현씨를 제가 섭외하고 실제로 만나봽기는 처음인데 참 궁금했어요. 어떻게 하면 취미로 피아노를 그렇게 치나요?

대현 : 하하하… 제가 어촌에서 자랐어요. 10살 ,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 음악 시험을 처음 쳤어요. 그런데 100점 만점에 한 20점 받았던 걸로 기억해요. 부모님이 좀 충격을 받고 피아노를 한번 배워봐라 하셨거든요. 10살 때 처음 피아노를 쳐서 지금까지 치니까 한 21년 정도 친 것 같네요.

윤여사 : 쉬지 않고 계속 쳐왔던 건가요?

대현 : 네, 중간에 군대 간 시기가 있었지만, 군대도 군악대로 지원을 해서 피아노와 클라리넷으로 군 복무를 할 수 있었고요. 사실 직장을 다니면 피아노를 계속 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직장을 다니면서 개인적인 여유가 생기면서 반주도 하고, 공부도 하고, 개인적인 공연 준비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윤여사 : 중간에 피아노를 전공하여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나요?

대현 : 중학교 때 피아노 전공을 해볼까 했는데, 집안 사정상 전공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돌이켜 보면 제가 당시 집안 사정으로 전공을 안 했다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핑계였던 것 같고 저는 취미로 피아노를 치는 것이 좋아요. 취미로 하면 평생 할 수 있잖아요. 이게 직업이라면 중간에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 없고, 어떤 면으로는 부담이 될 텐데 어느 순간 보니 취미로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무 살부터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 것 같아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연습하고 하면서요. 저도 제가 이렇게까지 피아노를 치게 될 줄은 몰랐어요. 하하하 대학교 때 몇 번 학원 다니고 치고 그럴 줄 알았는데 하다 보니 연주회, 독주회 준비까지 하게 되었네요.

윤여사 : 그러면 고향이…

대현 : 포항이에요.

윤여사 : 아… 그러면 서울에서 혼자 직장 생활 시작하면서 집에는 피아노가 없지 않나요?

대현 : 네, 서울 집에는 피아노가 없어요. 계속 연습실 대여해서 퇴근하고 연습을 합니다. 보통 퇴근하면 8시 정도, 그리고 평균 두 시간 이상 피아노 연습하고 집에 들어가요.

(참석자들 모두 작은 탄성… 우와…)


앤디 권의 <Piazzolla-Grand Tango> 연주 실황 동영상, 2017

https://www.instagram.com/p/BSvgMRGg1u5/


https://m.youtube.com/watch?v=7Ly-R0JIFMs&feature=youtu.be

Shumann-Sonata for Violin and Piano No.1, 1movement, 2017


Franck. Sonata for violin and piano, 2movement, 2017




현정 : 반주를 하신다고 했는데 그러면 같이 연주를 하는 분들은 프로세요? 아니면 아마추어신지?

대현 : 같이 하시는 분들은 다 프로예요. 전공한 친구들… 대학교 4학년도 있고, 졸업연주회, 리사이틀 등등 반주를 하죠.

현정 : 그럼 어떤 특정한 악기를 따로 반주해주시나요?

대현 : 지금은 바이올린 쪽…

현정 : 그게 반주자들은 좀 특화가 되어 있거든요. 바이올린 전문 반주, 첼로 전문 반주 이런 식으로요.

윤여사 : 아… 그렇군요.

대현 : 처음 반주를 시작했을 땐 관악 쪽을 했었어요. 플륫이나 클라리넷 전공하는 친구들 반주를 많이 해줬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점점 현악 쪽이 좋아지더라고요.

윤여사 : 저는 인스타를 처음 시작할 때 우연히 대현씨를 알게 됐어요. 처음에는 당연히 전공자인 줄 알았는데 회사 이야기가 나오는 거예요. 뭐랄까? 피아노 전공자가 피아노를 잘 치는 건 당연하지만, 회사원이 이렇게까지 피아노를 치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예전에 피아노를 전공했던 적이 있던 사람이 아닐까 궁금증이 생겼는데 오늘 그 의문이 풀렸네요. 100퍼센트 취미로 피아노를 하시는 분이 맞는 거군요. 취미로 피아노 치는 분들의 등불 같은 존재네요.

경식 : 저도 동영상 봤는데 진짜 놀랐어요. 당연히 전공자라고 생각을 했어요.

대현 : 인스타그램이나 네이버 블로그를 하면서 오히려 예전보다 전공하는 분들을 더욱 많이 알게 됐어요. 그 전에는 혼자 연습하고, 혼자 영상 올리고 하는 작업에 그쳤다면 SNS를 통해서 많은 분들, 악기 하는 분들, 사진 하는 분들 더욱 많이 알게 되고 공유가 된 것 같아요. 회화하는 분들도 연락이 와서 좀 거창하게 들리지만 일명 콜라보 작업을 많이 하게 됐어요.

윤여사 : 저희도 지금 일종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하는 거죠.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모여서요.


현정 : 아… 피아노 반주자를 한 분 더 알게 됐네요. 제가 현재 퀄텟, 현악 사중주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중 한 분이 둘째를 임신하셔서 1년에서 길게는 2년 정도 연주자 자리가 공석이 되었어요. 한 멤버가 비었다고 안 할 수는 없어서 객원을 모셔서 연주를 하자 이렇게 됐는데 한 곡은 현악사중주를 하기로 했고, 한 곡은 피아노 사중주를 하기로 했어요.

대현 : 그러시구나. 다음에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같이 한번 해보도록 해요.

현정 : 그렇네요. 이 모임에서 연주자 한 명을 또 알게 된 셈이네요.

윤여사 : 이번 기회가 또 하나의 인연이 될 수 있어요. 이런 만남이 나중에 어떻게 확장이 될지는 알 수 없더라고요. 아시다시피 저도 사실 발레를 시작한 지는 딱 햇수로 6년 차밖에 안됐어요. 그리고 5년 차에 발레 관련 서적이 나올 수 있었고요. 제가 형제 발레리노를 만나서 이렇게 협업을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연배를 떠나서 작업의 마인드와 코드가 맞는다면 어떤 예술 형태로 발전을 할지는 모르는 일이죠. 오늘 이렇게 안면을 텄으니 서로 인스타 팔로우하면서 예술 작업에 시너지 효과가 있으면 좋겠어요.

현정 : 대현씨 지금 엮이신 거예요. 하하하



의사 가운 입은 프로필 사진만 봤을 때 첫인상은 영락없이 ‘똑똑하고 야무진 치과 선생님’인 첼리스트 고현정. 그러나 무대에서 협연할 땐 모범생다운
열공 모드로 첼로에 빠져있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그녀가 취미로 선택한 첼로 인생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운명처럼 우연처럼 첼로와 만났다는 그녀, 그녀가 음악에 대해 이야기할 때
반짝이던 눈빛도 인상적이었고, 넘치는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윤여사 : 제가 현정씨도 참 궁금해요. 개인적으로는 어느 정도 친분이 있고 협연한 거 본 적은 있지만, 오늘 이렇게 취미생활 자체를 가지고 대화를 해보기는 처음이죠?

현정 : 그렇네요. 저는 본업이 치과 의사이고, 현재 서울 아산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첼로는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시작하게 됐어요. 89년부터 시작한 거니까 횟수로는 거의 30년에 가까워지네요. 그렇다고 30년 동안 첼로만 아주 열심히 한 것은 아니었고요. 짐작을 하시겠지만 예과 때는 좀 열심히 해서 본과 때까지 그 실력으로 버티고, 인턴, 레지던트 시절에는 시간이 거의 없어서 또 열심히 못하고요. 그러다가 그 이후에 30대 중반 이후에 집중적으로 열심히 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때까지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여러 개에 걸쳐서 그냥 활동하고 그랬는데 30대 중반 이후에 하면서 협연도 4회 정도 하고, 현악사중주 결성해서 활동하게 됐고요. 아산병원 같은 경우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는 1년에 한 번 정도 하지만, 실내악은 그때그때 팀을 결성해서 자주 연주를 하곤 했어요. 제가 한때 연주를 가장 자주 할 때는 한 달에 한번 정도 연주를 하곤 했던 것 같아요.

윤여사 : 와… 아마추어가 한 달에 한번 정도 연주를 했다면 대단한 연습량이 필요했겠어요.

현정 : 네… 아주 열심히 했죠. 그런데 제 연주 인생에 걸림돌이 하나 생겼어요. 하하하 제 딸… 딸내미가 바이올린을 열심히 하게 되면서 저의 첼로 연주는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에는 일 년에 2-3회 정도, 딱 중요한 연주만을 남기면서 연주 활동을 하고 있어요.

윤여사 : 현정씨는 첼로라는 악기를 처음에 배워야겠다는 어떤 이유나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현정 :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쭈욱 쳐왔어요. 어릴 때 꿈은 피아니스트였어요.

윤여사 : 현정씨 피아노 잘 치잖아요. 제가 예전에 따님 바이올린 반주를 하는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란적이 있어요. 아니 이 분은 도대체 못하는 게 뭐야? 싶을 정도로 잘하시더라고요.

현정 : 하하하 어떻게 이러저러하다가 결국 음악 전공을 못했어요.

윤여사 : 공부를 너무 잘해서 음악 전공을 못하신 거 아닐까요? 하하

현정 : 아니오. 피아노를 너무 못 쳐서 전공하지 못했던 거죠. 하하하. 그런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음악을 전공하지 못한 것에 대한 어떤 회한 같은 것이 생기더라고요. 마침 치대에 입학하고 치과 대학 오케스트라가 있는 것을 알게 됐죠. 사실 저희 엄마도 치과 의사시고, 제 학교 선배세요. 제가 많이 아쉬워하니 엄마께서 제가 고3 때 만일 치대에 합격하면 꼭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라고 권유를 해주셨어요. 저는 학력고사 세대인데, 합격자 발표가 12월 말에 나고, 발표 나자마자 1월부터 악기를 하나 배워야겠다 생각했죠. 피아노는 칠 수 있지만 오케스트라 활동에 제한이 되니 오케스트라 활동에 가능한 악기를 하자는 생각이었어요. 처음에는 바이올린을 하고 싶었는데 바이올린은 이미 잘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더라고요. 그때 시작해서 오케스트라를 할 수 있는 악기가 뭐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마침 제가 사는 동네에 첼로를 전공하는 언니가 있었어요. 레슨 받기 편하고 친한 언니였고, 저는 그때까지 첼로를 실물로 본 적도 없었어요. TV에서만 봤지 실물로는 본 적도 없는 악기인데 그 언니가 있다는 이유로 덜커덕 첼로를 배우게 된 거죠.

윤여사 : 아… 동네 언니 때문에 첼로를… ㅎㅎ

경식 : 첼로라는 악기를 그전부터 생각한 게 아니었네요?

현정 : 네, 한 번도 없었어요.

윤여사 : 그런데 현정씨와 첼로가 참 잘 어울리세요.

현정 : 아마 오랫동안 해왔고, 계속 좋아해 왔기 때문에 잘 어울려진 것이 아닐까 싶어요. 네이버에 첼로 동호회 온라인 카페가 있는데 제가 그곳 활동을 열심히 해요. 그런데 첼로를 취미로 하는 분들의 꽤 대부분이 어릴 때부터 첼로라는 악기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시작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는 첼로에 대한 로망보다는 음악이 너무 좋았는데 우연히 첼로라는 악기와 만나게 된 거죠. 하다 보니 첼로가 좋아진 경우에 가깝다고 보시면 돼요.

윤여사 : 현정씨 페이스북을 본 적이 있는데 따님이 바이올린을 하는데 피아노 반주를 하시는데 정말 잘 치시더라고요. 이거… 재주가 너무 많은 거 아닌가요? 하하하 치과에서는 어떤 쪽 전공이세요?

현정 : 저는 보존 파트예요. 흔히 충치치료, 신경치료를 하는 곳이죠. ㅎㅎ 사실 현실 세계에서는 별로 안 만나고 싶은 사람이죠.

(일동 모두 웃음)


https://youtu.be/iobSAI7CPPo

David Popper-Hungarian Rhapsody, 아산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2011



취미에 몰두하다 보니 이게 취미 이상이 돼버린 사람들.
그렇다면 이들에게 서브 취미도 존재할까?
지금 집중하고 있는 취미 외에 다른 관심사에 대해서 질문해보았다.
역시 서브 취미에 대하여 이야기 하다보니 유쾌한 대화가 오고갔다.



윤여사 : 첼로 이외의 취미도 왠지 여러 개 될 것 같아요. 취미의 달인 느낌이 물씬 나서… 다른 취미는 어떤 게 있나요?

현정 : 그러고 보니 제가 취미가 좀 많네요 저 만화 보는 거 굉장히 좋아해요. 만화 동호회 활동도 열심히 해요. 가끔 주변 지인들이 저보고 직장 생활하는 거 맞냐고 묻기도 합니다.

윤여사 : 현정님은 어떤 취미를 해도 약간 끝장을 볼 거 같아요. 내가 취미의 끝판왕을 보여주마!!! 이런 거 아닌가요? ㅎㅎ

현정 : 네, 사실 뭘 하나 좋아하면 좀 끝까지 집요하게 파고드는 구석이 있긴 해요. 하하하

윤여사 : 첼로 취미로 한다고 누구든지 협연자가 되지는 않아요. 그래서 더욱 대단한거고요. 대현씨는요? 피아노 이외의 취미활동은 어떤 게 있나요?

대현 : 저는 그림을 잘 그리지는 못해도 그림을 보러 다니고, 그림에 대해 공부하는 것을 좋아해요. 미술 전시 보러 다니는 것, 미술 이외의 다른 예술에도 관심이 많고 접해보려고 해요. 사실 서울에 와서 문화에 대해서 접할 기회가 많아졌어요. 아무래도 지방은 문화 예술을 접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윤여사 : 포항에는 발레 공연이 안 열리나요?

대현 : 아마 발레 공연을 보여주기에 적합한 예술회관이 없어서, 가까운 곳에 온다면 대구 쪽으로 올 거예요.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오래전이라 어디 발레단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지젤> 작품을 본 적은 있어요. 그게 제가 처음 본 발레 공연이었어요. 그 이후에 호두까기 인형 봤고요.

윤여사 : 저는 개인적으로 <지젤> 작품을 가장 좋아해요. 지젤은 정말 멋진 작품이죠. 그렇다면 경식씨, 윤식씨는 영상, 사진 이외에 다른 취미 있나요?

윤식 : 하하하 낚시…

윤여사 : 아, 맞다. 윤식씨 낚시 좋아하죠?

경식 : 이번에 제주도에서 대어를 낚았답니다.

윤여사 : 하하하 윤식씨 거의 어부예요.

윤식 : 아니 그게… 이제 사진을 취미라고 하기에는 약간 직업적 느낌이 강해져서 취미를 낚시라고 해야 하나 약간 고민하고 있어요. ㅎㅎ

경식 : 윤식이 이제 낚시채널 패널로 나오고 그러는 거 아닌지… 하하하

윤여사 : 저는 낚시를 잘 몰라서 낚시채널 보면 참 한적~하잖아요. 그런데 낚시 마니아들은 낚시를 못 나가면 낚시채널을 보더라고요. 제가 바둑TV 시청은 이해를 하는데 낚시는 뭐랄까 참 망망대해에서 물고기 낚는 거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거 신기하면서도 좀 웃겨요. 뭔가 변화가 없는 그냥 물결치는 거 같은데…

윤식 : 유튜브로도 찾아보고 그래요. 그리고 그 살짝살짝 물에도 변화가 있고, 크… 그 세밀함이 있어요.

대현 : 그리고 그분들 정말 인터뷰 재미있게 잘해요. 뭔지 모르게 생생함이 있죠.

윤식 : 요즘엔 1인 1방송 시대라서 그런 동영상 올리는 분들 말씀도 되게 잘하고, 가만히 물고기 낚을 때까지 마냥 기다리지 않아요.

현정 : 아… 그렇군요. 그런데 막 떠들면 고기들이 안 오지 않아요? 조용해야 오지 않나? 하하하

윤여사 : 이번에 가서 뭐 낚았는지 궁금하네요.

윤식 : 긴꼬리뱅에돔

윤여사 : 어머… 이름도 생소해요.

윤식 : 제주도에만 서식하는 고기예요.

윤여사 : 경식씨 윤식씨 집이 제주도예요. 부모님이 청주 계시다가 그곳에 몇 년 전에 내려가셔서요. 낚시 때문에 윤식씨가 제일 신난 것 같아요.

윤식 : 하긴 그렇죠. 너무 재밌고 좋아요.

대현 : 윤여사님은 발레 이외 어떤 취미가 있나요?

윤여사 : 제 서브 취미는 여기 대현씨 계시지만 피아노예요. 잘 치기보다는 치는 자체를 좋아해요. 어차피 취미로 치는 피아노는 최대한 마음의 부담을 줄이려고 해요. 발레 관련 글 쓰고 이벤트 진행하고 하는 게 어쩌다 보니 약간 이젠 일처럼 다가와서 피아노 칠 때는 부담 없이 다가가려고 하죠.



비록 처음 만난 우리들이었지만 뭔지 모를 묘한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기분이었다. 이 날의 인연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먼 훗날 우리가 이렇게 모여서 함께 얘기했다는 것을 회상할 날은 올 것이다. 각자의 취미와 작업 활동에 좋은 영향이 있기를 바란다.




취미자들 특별 좌담회_02 에서 계속...



취미발레 윤여사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yoonballet_writer/


김경식 영상작가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kyung6


김윤식 사진작가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yoon6photo/


앤디권 취미 피아니스트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andy__kwon/



*기획 : 취미발레 윤여사

*글 : 취미발레 윤여사
*사진 및 영상 : 형제발레리노 (김경식/사진,영상, 김윤식/사진), 권대현, 고현정 제공

*첨부된 사진 및 영상의 저작권 및 사용권은 사진, 영상 제공자에게 있으므로 무단복제나 사용을 금지합니다


*브런치 구독 및 댓글로 많은 독자와 발레에 관한 즐거운 소통의 장소가 되었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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