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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모음 Jan 14. 2022

[기적] 내게도 기적 같은 선생님이 있었다

아버님, 준경이는요 보통 아이가 아닙니다.

아버님, 준경이는요 보통 아이가 아닙니다.
이런 아이를 저렇게 방치해두는 건 우리 어른들이 우리 인류에 엄청난 죄를 짓는...
아니요, 이런 거 다 필요 없고요
이건 준경이가 아주 오랫동안 간직해온 꿈입니다
그런데도 자기는 꿈꿀 자격이 없다고 포기한다는데...
그냥 이대로만 보고 계실 겁니까


장래희망에 '작가' 두 글자를 처음으로 썼던 날을 기억한다. 방과 후 글쓰기를 시작한 지 반년쯤 지났을 때였다.


나는 평범하고 싶은 어린아이였다. 크게 말썽 부리지 않고, 잘난 것도 없는, 눈에 띄지 않는 그런 아이.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오랜 병원생활 끝에 세상을 떠난 아빠와 남은 자식을 모자람 없이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엄마, 그런 우리 집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지나친 관심을 던졌다.

'착하게 자라야 한다.', '돈 많이 벌어서 엄마한테 효도해야 한다.',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어른들은 좋은 의도로 관심을 주었지만, 이상하게 나는 그 말들이 답답하고 아프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점차 어른들과 대화하는 걸 피하게 되었다.


"000! 잠깐 끝나고 선생님하고 이야기 좀 하자. 교무실로 와"

학기초 종례시간에 담임 선생님이 툭 말을 했다. 혹시 잘못한 게 있나, 내 사정 때문에 그런가. 무슨 일인지도 모른 채 마음 한편이 불편했다. 쭈뼛쭈뼛 거리며 찾아간 선생님 자리에는 내 이름이 적힌 원고지가 보였다. 교내에서 열렸던 글짓기 대회에 냈던 글이었다.


선생님은 미소 짓고 있었다.

"글 쓰는 게 좋지? 선생님은 00이 글이 좋네. 00이만 괜찮으면 학교 끝나고 선생님이랑 같이 글을 써볼래? 매주 한 시간 정도씩만."


전에도 종종 글짓기 상을 받긴 했었지만, 그때까지 내 글에 대해 누군가가 그렇게까지 반응을 보인 적은 없었다. 나는 그 관심이 부담스러우면서도 좋았다. 좋아하는 걸 알아봐 줘서, 나를 '나 자체'로 응원해주는 것 같아서. 선생님과의 방과 후 글쓰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꽤 스파르타였다. 단순히 맞춤법을 봐주는 정도가 아니었다. 책을 몇 권씩 읽고 독후감을 써내야 할 때도 있었고,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에 대해 느낀 점을 써야 할 때도 있었다. 쓴 글을 가지고 가면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오랜 대화를 했다.


그해, 7개의 글짓기 상을 받았다.

글짓기 대회가 있을 때면, 제일 먼저 소식을 알려주고 꼭 참여하라고 안내해주신 선생님 덕분이었다. 좋아하는 것을 잘하게 될 수도 있단 걸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장래희망에 '작가'를 써냈던 어린아이는 서른 중반을 넘어가는 지금도 여전히 '작가'를 꿈꾸고 있다. 선생님의 잊지 못할 한마디를 마음에 품고.


"너는 분명 작가가 될 거야. 좋은 작가"



[ 인생은 오마쥬 ]

영화 속 한 장면이 뜻하지 않게 내 인생에서 리플레이될 때가 있다.

*'인생은 오마쥬'는 매주 금요일에 한 편씩 업로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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