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이 궁금합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많은 소비자를 만나지만, 꼭 직접 만나보고 싶은 분들이 있다. 바로 후기가 하나도 없는 제품을 "가장 먼저 구매하는 사람들"이다. 꼭 가장 먼저 사는 것은 아니더라도 후기가 없는 제품을 용감하게(?) 구매해주신 소비자분들이 기억 속에 남는다.
모든 것에는 처음이 있듯이, 상품에도 오픈이라는 첫 단계가 있다. 쇼공 역시 처음이 있었고 첫 제품이 있었고 첫 소비자가 있었다. 우리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모두 제조공장의 자체 제품이고 그렇다 보니 다른 곳에서 판매됐던 경우가 굉장히 적다. 즉, 다른 소비자의 후기, 피드백이 현저하게 부족하다.
상품후기는 온라인 커머스를 진행하는데 가장 중요하며 큰 영향력을 갖는다. 나 역시도 비슷한 제품이라면 후기가 없는 제품보다 후기가 많은 제품에 눈길이 가고 좀 더 꼼꼼하게 보게 된다.
제품 판매 준비를 위해서는 정말 많은 분들의 노력과 이해관계가 포함된다. 어떤 내용을 보여줄지 고민하고 이걸 어떻게 보여주고 설득할지 고민하는 긴 과정을 거쳐 제품 관련 정보가 완성되면 드디어 소비자에게 노출되기 시작한다.
이렇게 마케팅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처음 구매하는 소비자가 있다. 후기도 하나도 없고 검색해도 별다른 정보가 나오지 않고.. 도대체 어떤 부분이 이들의 마음을 열게 했을까? 물론 데이터를 통해 어떤 채널로 들어왔고 어떤 광고를 통해 구매했으며 구매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렸는지는 알 수 있지만 좀 더 정성적인 부분이 궁금했다.
플랫폼에 대해 경험이 있는 재구매 고객이 아닌 신규 고객일 경우, 팀원들끼리 농담 반 진담 반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제조공장 사장님의 지인일까?"
"제품에 대한 정보가 너무 잘 전달했나? :)"
"플랫폼에서 추구하는 진정성에 대해서 공감해주셨나?"
"후기 같은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시지 않는 성향이실까?"
"광고 소재를 기가 막히게 만들었나?"
"혜택을 잘 구성했나?"
플랫폼을 오픈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배송 관련 문의 응대를 위해 전화를 드렸다가 전화를 내려놓기 전에 너무 궁금해서 직접 여쭤본 적이 있다.
"제품은 내일 출고되고 이틀 정도 후에 배송 완료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혹시 제품 후기가 하나도 없는데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어 구매하셨나요?"
이 정도는 여쭤봐도 좋지 않을까 해서 전화 끊기 전에 빠르게 여쭤봤다.
"그냥 마음에 들어서요."
생각보다 너무 단순하고 짧은 대답이었다. (전화가 귀찮으셨을 수도 있겠다..)
"감사합니다!"
더 여쭤보면 귀찮아하실 것 같기도 하고 예의도 아닌 것 같아 짧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당연한걸 왜 물어봤지?'라는 생각에 민망하기도 했지만 많은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는 어떤 제품을 구매할 때 명확한 이유를 갖고 구매할까?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고려한 부분들이 있지 않았을까?'
판매를 한다는 것,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결국 누군가를 설득한다는 것이다. 이 설득은 어떤 한 가지의 얄팍한 수법 같은 것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여러 요소, 장치, 분위기가 합쳐지고 이 요소들이 조화로울 때 누군가를 설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초기 구매자분들은 판매자 입장에서 큰 힘이 되고 많은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팔아본 사람들은 그 처음이 얼마나 기억에 남고 감사한지 알 것이다. 아직도 정확하게 그 이유는 알지 못하지만 그분들이 용감하게 선택해주신 상품에 대한 후기를 작성해주시고 이런 후기는 생산자, 판매자 입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단점,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으며 후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 같은 일반 소비자에게 더 좋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충분히 그 소비자분들에게 감사하다.
각자 역할에 집중하다 보면 우리 팀원분들 중에서도 업무 분야가 달라 그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지 못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이 분들은 마치 우리 팀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