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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은 Mar 13. 2024

네가 잠든 사이 엄마는 진짜 책을 볼 테야!

마음만 다잡는 데 벌써 한 달째.


백일 아기 엄마의 반강제적 임용고사 공부 결심 계획


휴직 1년. 길다면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지만 육아휴직의 시간은 절대 길지가 않다.


하루가 이렇게

일주일이 이렇게

한 달이 이렇게

일 년이 이렇게…….

한 건 많지만, 한 게 하나도 없는 느낌이,

아기를 보면 행복하지만 나를 보면 허한 느낌이 간헐적으로 찾아온다. 그리고 그 간격은 점점 좁혀져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이 나를 덮는다.


이렇게 빠르게 맥없이, 나의 육아휴직이 끝날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정신없이 아기를 낳고 키우다 보니 하루는 길고 일주일, 한 달은 짧게 지나가는 것 같다. 아직 백일도 채 되지 않은 엄마의 삶을 경험 중이지만, 생각보다 죽을 정도로 힘들거나 우울하지는 않다. 심지어 내 몸에 착 붙어 있는 살짝 뜨거운 이 포동포동한 아기를 안고 있으면 이게 진짜 행복이구나, 이런 게 진짜 사랑이구나 하는 마음이 가슴속을 꽉 채운다. 이렇게 차오른 사랑에도 나는 육아휴직이 종료되는 시점을 생각하며 하… 이 핏덩이를 누가 봐주지? 걱정에 휩싸인다.


고백하자면 나는 35년 정도는 이상주의자 혹은 현실 감각 없이 꿈을 꾸며 사는 소시민(?)으로 살아왔다. 한마디로 세상물정 모르고 내 마음 가는 대로 저지르며 살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다 최근 약 3-4년 동안 나는 돈에 눈이 돌아갔다. 부동산과 주식에 발목정도 물을 담가본 경험을 한 후로 매일 부동산 시세와 주식창을 들여다보았다. 이토록 돈에 집착했던 이유는 꿈이고 나발이고 이 복잡한 세상 그냥 좀 편히 살고 싶은 욕심에서였다. 그래서 좀 벌었냐고?


돈이란 게 참 그렇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잣대로 평가된다. 같은 크기의 돈을 보고도 누구는 크게 누구는 작게 평가할 것이다. 물론 나는 좀 벌었다. 싱글이던 나의 재정상태와 비교하자면 말이다. 그러나 부동산과 주식으로만 벌었다고 할 수는 없겠다. 부동산 소유로 인한 대출과 주식 실패로 인한 마이너스 투자금이 부동산 상승분과 거의 또이또이하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부동산은 지금 내가 산 그 가격으로 회귀 중이다. 그러니까 아직 손에 쥘 수 없는 자산과 그나마 매달 숫자로 확인되는 월급이 내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카드값과 대출 이자는 감당할 정도로 운영하고 있으니 좀 벌았다고 할 수 있겠다.


뜬금없이 웬 돈 이야기냐고?

그  힘들다는 육아에만 전념하지 않고 책을 펼치고 공부를 하려는 원동력을 찾아 나를 설득하기 위함이랄까?

성인이 되어 독립한 후 나는 혼자 살았고, 결혼하여 둘이 살다가 마침내 아이를 낳고 셋이 되었다.

이렇게 셋이 되어보니 내가 살 인생 2회차(?)를 어떻게 살고 싶은지 생각해 보게 된다. 왜 나는 매일같이 통장 잔고를 확인하고 부동산과 주식을 보며 한숨을 쉬고 있는지.

아마도

막연해서 일 것이다. 앞으로 이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모호해서일 것이다. 그러니까 일단 돈이 많으면 행복할 확률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돈에 대한 관심을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다만 돈을 벌어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도 생각을 해봐야 한다. 내가 원하는 그 부자 동네에 입성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그런데, 그래서 나는 어찌 살고 싶은 거지? 찬찬히 생각해 봤다. 나는 그저 먹고 싶은 거 먹고 시간 날 때마다 여행 다니면서 재밌게 살고 싶다. 이 생각이 너무 모호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속에 답이 있었다. 그러니까 먹고 싶은 거 사 먹을 정도의 돈과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시간적 여유. 바로 그게 내가 원하는 거였다. 물론 그 크기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원하는 크기는 지금의 삶에서 시간적 여유가 조금만 더 있으면 될 정도였다. 이를 위해 내가 갖고 있는 무기로 도전해 볼 가능성 있는 직업은 교사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먹고 싶은 것 사 먹고 여행 다닐 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이 바쁜 육아휴직의 시간에 임용고사 준비를 해볼 생각이다.

이제 당분간 오르지 않는(아니 자꾸만 내려가는…) 주식창은 꺼 두고, 부동산은 대출이나 잘 갚아나가면서 아기 키우며 추억을 쌓는 진짜 우리집으로 거듭나길!


물론 육아가 일 순위이고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해서 책을 듬성듬성이라도 펼쳐보려고 한다.

내 전공은 국어교육이다. 우선 1차 시험은 크게 교육학논술과 전공 국어(국어교육론, 문학, 문법) 시험으로 나뉜다. 적절히 시간을 분배해서 공부해야 한다.


아무튼 진짜 공부를 하려면 공부할 시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문제는 아기가 자는 시간이 규칙적이지 않다는 것이고, 더 큰 문제는 아기가 잘 때 나도 자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렇다 할지라도 정말 시간을 도저히 못 내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지금처럼 나는 자투리 시간에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지 않은가?

그래, 어쩌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책을 펼치질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원하는 삶을 꾸려 나가기 위함인데, 먼저 천장을 치고 실패를 방어하려는 꿍꿍이만 가득한 것은 아닐까?


그래서 하루하루 공부한 기록을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연재해 보려 한다. (나는 적당한 스트레스를 주는 강제성이 필요한 인간이기에.)

과목별 공부한 핵심 내용을 정리하고 내 생각을 얹는 구성으로 글을 남겨보려 한다.


매주 토요일.(그나마 남편이 있는 주말에 반강제 글쓰기를 시도할 예정)

일단 10주 그러니까 10편을 목표로 나도 연재란 걸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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