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요리 경연 프로그램을 보았다. 일종의 밥친구. 어제는 두부참치찌개를 끓이기 위해 한참 씨름한 끝에 나온 어설픈 맛의 찌개와 전자레인지에서 삐삐삐 2분 돌린 즉석밥. 오늘은 마늘을 적당히 썰고 고추도 적당히 썰어 팔팔 삶은 스파게티 면과 함께 슥슥 비빈 것을 후라이팬 째 들고 와 책상에 앉았다. 오늘도 이 팍팍한 삶에 당을 채우는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자, 나의 이야기보따리 친구여.
어느덧 마지막으로 다가온 친구의 새로운 이야기. 결승 경연 주제가 자기 자신을 위한 요리였던 만큼, 경연장에 있던 결승진출자와 심사위원과 많은 요리인 청중 각자가 과연 나를 위한 요리란 무엇인가를 떠올리며 같은 시공간을 공유했을 테다.
한 음식이 빨간 뚜껑의 소주와 함께 나왔다. 그 음식은 맛있는 재료와 함께 많은 정성이 들어간 것이었으나 그렇게 화려해 보이는 음식은 아니었다. 심사위원의 입맛에 맞든 아니든 상관없이, 그냥 한 요리사가 노동주와 함께 먹고 싶었던 것이었다. 심사위원들은 대단한 이야기 없이 소주와 함께 그릇을 비웠다.
우승자로 그가 호명되었다. 우승자라면 응당 취해야 하는 기쁜 표정과 환호성, 현장에 울려 퍼지는 웅장한 음악과 폭죽과 함께 어지러이 떨어지는 화려한 빛깔의 색종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담담히 우승 소감을 말했다. 나는 특출한 요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고 전국에 숨어서 열심히 음식을 만드는 여느 요리사와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내 이야기 말고 음식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이 이야기를 마무리하면 좋겠다.
그간 경연 중간에 탈락한 사람들이 자신의 요리와 그들의 삶에 대해 말하는 인터뷰가 흘러나왔다. 경력이 많은 사람, 적은 사람, 한식을 하는 사람, 일식, 중식, 양식을 하는 사람, 이번 경연 참가자와 심사위원이 각자의 힘든 여건 속에서 각자의 분야에서 삶을 이어가기 위해 어떤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고 있었는지에 대한 장면이 이어졌다.
경연 우승자가 발표되면서 경연은 종료되었다. 후라이팬에 담긴 음식을 다 먹지도 못하고 턱을 괸 채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를 빛나게 하는 건 경연 우승자라는 명패보다 그간 묵묵히 실력을 쌓아 온 그의 태도와 많은 장면 속에서 보여준 겸손한 그의 자세였다. 우승을 하지 않아도 좋다, 그런 발자취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신뢰할 수 있다.
어느새 내 생각은 나를 비춘다. 나의 태도와 자세는 무엇을 향하고 있을까. 자신을 위한 위로의 음식으로 결국 모두에게 위안을 준 그처럼, 자만하지 않고 내가 품고 있는 이야기를 단정히 풀어내자, 그런 삶을 향해 가보자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