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모르는 척 살아간다

by 윤이

지구는 인간의 쓰레기 투기에 몸서리치지만 나는 쓰레기를 버려야 하고,

인간 이외의 동물은 인간에 의해 사육되고 도살당하지만 나는 고기를 먹어야 하고,

인간 역시 인간에 의해 고통받지만 나는 모른 척 나의 삶을 살아야 한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알아도 모르는 척 많은 것을 밟고 올라서야 지금의 나를 지탱할 수 있다.

내가 심시티 게임에서처럼 전능한 신이 된들 끊임없이 일어나는 모순과 안타까움을 모두 해결할 수는 없으니.

앎은 길을 비추는 빛인 동시에 어둠을 드러내는 고통의 근원일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수많은 모르는 척과 포기 속에서 인간은 각자가 생각한 빛나는 무언가를 찾아간다.

그 지향은 쓰레기분해법이 되기도, 콩고기가 되기도, 법률과 국가가 되기도 한다.

비록 인간의 삶은 죄로 뒤덮여있으나, 인간 사이의 연대와 의지는 아주 느리지만 더 나은 무언가를 지치지 않고 찾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그래, 그러니 지치지는 말자.

내가 내딛는 걸음에 그간의 셀 수 없는 고통과 좌절이 켜켜이 녹아있음을 알고,

내가 지금 쥐고 있는 빛을 나 다음의 누군가에게 전하자.

내가 다른 것들을 감히 밟고 올라선 끝에 얻어낸 빛은 부스러기에 불과하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부디 고통을 덜어내는 힘이 되기를.


아니, 여전히 궁색하고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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