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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창인 Nov 20. 2015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감성적인 영화를 싫어하진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오히려 약간 좋아하는 쪽이랄까. 이런 뜬금없는 취향 발표는 모두 이번에 재개봉한 영화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이터널 선샤인>을 봤다. 정확히는 다시 봤다. 뭐, 굳이 작품에 대한 설명은 생략해도. 여러모로  유명한 데다가 이쪽 계통을 상징하는 작품이니까. 적어도 젊은 영화 세대에게는 말이다. 게다가 커서야 알게 된 그 이름. 미셸 공드리.


  첫 감상은 2006~2008년 사이였던 걸로 기억한다. 범위가 굉장하지만,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그리 상징성을 가질만한 영화는 아니었다는 느낌이다. 나에게 이 영화는 짐 캐리의 멋진 모습으로 기억되어 있는 영화다. 코믹 배우로만 느껴졌던 이 형이 이렇게 잘 생기고 멋진 형이었어? 라는 느낌. 짐 캐리가 비니 쓴 모습이 멋있어서 이 시절에 비니를 엄청나게 쓰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나에게 비니 모자의 선구자는 베컴이 아닌 짐 캐리였다. 여담으로 행태나 보는 이의 심정이야 어떻든 개인적으로 참 따뜻하긴 했다.



  어쨌든 이 영화는 딱 그 정도로만 기억되어 있는 영화다. 물론 좋은 영화라고 다른 이들에게 추천해준 적도 몇 번 있다. 심지어 딱 그 정도인데도 왓챠 평점은 5점이다. 얼마나 주관적인 기준으로 영화를 평가하는지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좋아하는 배우가 주연인 작품은 참 꾸준히도 점수가 높다. 전형적인 팔은 안으로 굽는 타입.


  사실 잘 모르겠다. 다시 한 번 봤는데도 딱 그 정도인걸. 얼마 전 미셸 공드리의 <무드 인디고 Mood Indigo>라는 작품을 보면서도 느꼈던 거지만, 다른 사람이 아무리 좋다 해도 역시 나랑 안 맞는 건 안 맞는 거다. 왜 그런 사람, 굉장히 예술적인 작품을 보고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사람과 완벽하게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 후자가 나다. 난 아직도 피카소의 작품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쪽이다.


  그래도 그나마, 미셸 공드리의 작품 중 이만한 작품이 없다. 예술적인 부분이야 완벽하게 모르겠으니 더 말할 수가 없고, 적어도 재미적인 부분에서는 그렇다.



  요 또라이 같은 (혹은 귀여운) 사고뭉치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제법 나쁜 놈도 나온다.


  다시 보는 <이터널 선샤인>은 이 배우들의 그 시절 어린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한 것 같으니, "이 작품은 시간이 지나고 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라는 뭇사람들의 말이 영 공감되지 않는 건 아니다. 물론 다른 의미겠지만.



  분명 손뼉을 짝 치게 되는 장면도 있다. 연인과의 식사가 단순히 '음식물을 섭취하는 행위'가 되어버렸음을 말하며 절망하던 장면. 지금 우리는 보통 눈 앞에 닥친 배고픔과 허기짐, 그리고 눈 앞에 놓인 맛있는 음식의 자태에 눈이 돌아가는 쪽이지만, 분명 그런 순간이 온다면 절망 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은 들었다.



  그리고 이 장면은 뭐…… 으음, 굿 쟙. 엄지 척! 단연 가슴 시원 해지는 명장면이다. 이후 마무리까지 완벽하셨고. 실제로는 정말 슬픈 상황이고 장면일 테지만, 왠지 멋져 보였다고 하면 조금 이상한 걸까.


  조금 실례되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인생은 실전이라 생각한다. 사랑도 로맨스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매체에서 다루고 있는, 가장 사랑받는 소재지만 작품으로 그려낼 수 있는 건 반드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려내는 이가 한 명인 이상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다. 그 이가 얼마나 많은 경험을 했든지, 그 경험은 그 이의 경험이지 내 경험이 아니다. 그래서 난 소탈하게 그 한계를 숨기려 하지 않는 영화가 좋다. 딱 그 정도의 영화. 그래서 난 무거운 영화보다는 가벼운 영화를 선호한다.


  사랑의 공감은 억지다. 비슷할 순 있겠지, 때로는 우연처럼 착 들어맞는 작품을 보는 경우도 종종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타인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는 건 조금 위험한 생각일 수 있다. 이 영화에서도 나오지 않는가. 수 많은 연인들이 싸우고 헤어지는 이유는 그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이해하지 않아서다.


  가만, 이 영화는 생각해보면 사랑보다는 기억에 대한 영화인가. 사랑은 기억이 만들어 낸다는 걸 말하는 영화일지도. 근데 또 마지막에 가서 말하는 건, 결국 사랑은 감정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역시 어렵다. 비니나 푹 눌러 쓰고 싶다. 이제는 날이 제법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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