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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창인 Dec 31. 2015

바닷마을 다이어리

그렇게 또 가족이 된다

  2011년 여름의 이야기가 질려 갈 때쯤 써보는 감성 아닌 감상 끄적임. 사실은 그냥 순전히 까먹고 있었던 거지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재미있게 보고 온 작품이니 짧게나마 기록을 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是枝裕和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이름만으로 이미 어느 정도는 기대를 해봄직 하다. 더구나 가족을 소재로 하고 있는 영화에 저 이름이 붙는다면, 이건 이미 "틀림없다."라는 느낌.


  <걸어도 걸어도>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의 작품을 거치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쪽(가족) 영화 거장의 반열에 올라섰다고도 할 수 있을 텐데, 이번 작품 역시 그의 특징과 장점이 짙게 깔려 있는 영화다.


  누구나의 가족이 그렇듯이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 그러나 그 평온함 속에서도 바람은 불고 파도는 치게 마련이니, 주인공들은 그 과정을 거치며 그렇게 서서히 가족이 되어 간다. 우리가 그렇게 가족이 되었듯이.



  어쩜 이렇게 담담하고 덤덤하게 가족 이야기를 영화로 그려낼 수 있을까 싶지만, 오히려 그래서인지  더욱더 가족 본연의 모습을 그려냈다는 느낌이 든다. 원래 가족이라는 게, 그런 것처럼.


  그렇지만 그 담담함과 덤덤함 속에서도 가족의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간다. 바람과 파도에 흙이 쌓이고 모래가 쌓이듯, 가족의 시간 역시 그렇게 켜켜이 쌓여간다. 우리는 단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이야기하는 가족과 호흡을 같이 하며, 그냥 그렇게 가족을 느끼게 된다.


  참으로 차분한 영화. 그래서인지 피곤한 상태라면 추천해주고 싶지 않은 영화. 피곤한 상태로 이 영화를 본다면 코를 골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렇지만 요즘 같은 추운 계절에 본다면, 가슴이 훈훈해지는 따뜻한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그래서인가. 원래 잠은 따뜻할 때 오는 법이니까.


  좋은 점이 무엇인지를 물어보면 콕 집어 무엇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또 그렇다고 해서 나쁜 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콕 집어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닌 영화다. 그럼 그냥 그런 영화인가? 음, 뭐 그렇다고도 아니라고도 할 수 있는, 그냥 무척이나 편하고 따뜻한 영화 정도로. 물론 두 번 보라고 하면 못 보겠다.



  이 영화는 <바닷마을 다이어리>라는 제목처럼 바닷마을의 모습을 굉장히 아름답게 영상으로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지루하고 따분한 영화, 그래서 별로인 영화"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 중 한 가지가 바로 이 점이다. 영상이 보여주는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하단 말이지. 이런 영화를 보면 컴퓨터로 만들어내는 그래픽은 자연이 만들어내는 풍광을 절대 따라가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참,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이 한 가지 더 있으니, "나도 이제 늙었구나."라는 생각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나오는 '綾瀬はるか(아야세 하루카)'라든가 'ながさわまさみ(나가사와 마사미)' 때문인데, 어릴 적부터 봐오던 이 두 배우가 아무런 어색함 없이 성숙한 어른 연기를 해내는 것을 보자니…… 뭔가, 뭔가 저들의 어색하지 않음이 "나도 이제 늙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두 배우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마땅히 칭찬해주어야 하지만, 그 어색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마음속에서는 조금 아리게 받아들였달까. 교복을 입고 연기하던 두 배우가 아직 눈 앞에 생생한데…….


  별 생각 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끄적였지만, 요즘 같은 때에 이런 영화 한  편쯤은 있어줬으면 싶다. 요즘은 참, 날씨만 찬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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