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여름

걷다가 만난 벽화마을 _ 안동

by 윤창인

2011년 여름의 안동은 지금도 쉬이 잊히지 않는다. 그 날 들러 그 날 떠난, 조금은 매몰찬 일정 가운데서도 참 부지런히 돌아다녔더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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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은 예전부터 꼭 한 번 와 보고 싶던 곳이었다. 안동이라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바로 '선비'. 그만큼 안동은 예로부터 수많은 선비들을 키워낸 동네다. 대표적인 인물만 거론하자고 해도 입 아플 지경. 그런 이유를 대며 어물쩍 넘어가 본다.


새벽 기차를 타고 올라왔기 때문에 안동에 도착한 건 상당히 이른 시각이었다. 무얼 할까 하다가 일단 무작정 걸어보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무모하기 짝이 없다. 뭐, 그땐 아직 그럴 시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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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의도하지 않은 파노라마. 묘하게 잘 맞네.


도보는 어느새 부턴가가 등산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막다른 길에 다다라 보게 된 풍경이 바로 이 모습이다. 한 마디로 길을 잃었던 거다. 그래도 무성하게 자란 풀까지 헤치며 걷던 산길인데 막상 막다른 곳이 나오니 조금 허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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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다……'


고민도 잠시, 내려다 보이는 마을에 마음이 동해 다시 또 발걸음을 부지런히 놀렸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참 그럴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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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보면 이 날 길을 잃었던 건 아주 큰 행운이었던 듯하다. 때로는 아주 스마트하지 않아도 좋음을 종종 그리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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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내려다보던 그 마을의 입구에서 굉장히 인상적인 벽화를 만났다. 생판 모르는 사람의 얼굴을 남의 집 벽에 그렸을 리는 없을 테니, 아마 거주하고 계신 분의 모습일 테지. 손자와 손녀일까. 할머니의 귀갓길이 아마도 조금은 덜 외로우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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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의 담벼락은 아이들의 갤러리가 되었다. 한결같이 웃고 있는 아이들의 그림 속 표정들. 이 그림들을 보고 있자니 내 입가에도 슬며시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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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벽에서 진행되고 있는 작은 음악회에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조용하기만 하던 마을의 분위기가 조금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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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동 벽화마을은 제법 가파른 언덕길을 자랑하지만 예술 작품들을 보면서 올라가노라면 그 발걸음이 마냥 힘들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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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원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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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길에 만난 고양이들. 사랑놀이 중인 커플 고양이도 보이고, 그 아래 짝을 찾아 헤매는 고양이도 보인다. 나무 위 저 아저씨는 개뼈다귀로 낚시질 중이시다. 포즈에서 자신감이 넘쳐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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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습에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는 보는 이가 상상하기 마련. 파란 아이 표정 좀 보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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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벽화마을을 가 봤지만 이 곳은 정말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그곳에 있었던 것 같은, 아니 그곳에 있어야만 할 것 같은 작품들이 마을과 아주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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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오로지 눈에 띄는 목적에 급급한 간판들을 많이 보게 된다. 어찌나 그 목적에 충실한지 어디서든 참 잘 보인다. 주위의 모습에는 아랑곳 않고 낮이나 밤이나 오로지 자신만 빛나면 그만인 그런 간판들. 전혀 조화롭지도, 조화되지도 못한 그런 간판들을 보고 있자면 절로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지고 눈살이 찌푸려진다. 그에 비해 이 곳의 간판은 참으로 아름답고 조화로운 모습이었다. 휘황찬란한 네온과 원색의 뒤범벅이 아니어도 충분히 눈에 띌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름 또한 어찌나 옹골진지.


우리동네 수퍼


한눈에 반한 이름과 간판에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 사 먹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이 날은 문이 닫혀있어 우리동네 수퍼 안까지는 들어가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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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하며 나도 모르게 몸과 고개를 갸우뚱. 저기에 앉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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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은 그 자체로 캔버스다. 누군가의 담벼락은 그 자체로 훌륭한 개구리들의 놀이터가, 무대가 되고 있었다. 마을에 주차되어 있는 차 역시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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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정상에는 정자 하나가 서 있었다. 그 안에 아무렇게나 놓인 아이들의 물건들에서 어릴 적 추억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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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이 곳은 언제까지나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추억으로 남아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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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여름의 기억을 떠올리며, 2015년 추운 겨울 날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