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안부

by 굴비


잠은 깼는데 아직 해가 뜨기 전인 것 같아요. 커튼이 반쯤 열려있는데도 방이 어두워요.


“야옹야옹”, 밥 달라고 우는 굴비의 새된 울음소리에 겨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어요. 더 이불 속에서 버텨봤자 굴비가 져주진 않을 거라서요. 이럴 땐 굴비가 포기하길 바라는 대신 얼른 밥을 주고 다시 눕는 게 서로에게 좋답니다. 그럼 귀도 안 아프고, 다시 고요해진 방 안에 굴비가 밥 먹는 소리만 들려요. “와그작와그작.” 제가 좋아하는 소리예요. ‘굴비’는 제 반려묘 이름이에요.


시계를 보니 5시 반이에요. 굴비 밥그릇에 밥을 덜어준 다음, 더 잘지 말지 잠깐 망설여요. 어차피 이십 분 뒤에 모닝콜이 울릴 텐데, 그냥 이 김에 일어난 걸로 할까.


이제 웬만하면 아침에 눈이 일찍 떠져요. 원래 아침잠이 많은 타입이라 전에는 늦게 일어나고 아침마다 몸이 천근만근이었는데, 운동을 시작한 뒤로는 일찍 일어나요. 평생 아침형 인간은 못 되려니 했는데 오늘처럼 밖이 깜깜할 때 일어나지기도 하고요. 이렇게 변한다는 게 좋아요. 나에 대해서조차 백 프로 확신할 수 없다는 거. 다 안다고 우쭐댈 수 없을 것 같고, 고정되지 않은 느낌이라서요. 어디로든 흘러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아, 그러고 보니 어제 잠들기 전까지 쿠팡 배송을 기다렸어요. 휴대폰을 보니 배송 완료 문자가 어젯밤 11시 36분에 와 있네요. 요 며칠 동안 휴대폰으로 또 이것 저걸 샀어요. 머그컵, 수저받침, 수저통, 주방용 세정제… 수납 바구니랑 세탁 바구니는 샀다가 곧바로 취소했고, 국자랑 감자칼은 장바구니에 담아만 놨어요. 아마 이것도 곧 사지 싶어요.


쿠팡에서 온 것들을 뜯어봐요. 주문한 것들이 다 잘 왔네요. 올여름엔 많이 버리고, 그만큼 사고 있어요. 그동안은 그냥 있는 대로 살았는데, 언제 이렇게 다 낡았을까요? 사실 낡은 거 알지만 그냥 쓴 거였어요. 누구 보여주긴 창피해도 나만 보고, 나만 쓰는 거니까 그냥 썼죠. 그런데 이제는 정말 바꿀 때가 됐다는 생각을 해요. 케케묵은 것들을 정리해야죠.


청소도 몇 시간씩 해요. 며칠 전에는 주방 벽면 타일과 후드에 쌓인 기름때를 열심히 벗겨냈답니다. 몇 년 동안 덕지덕지 쌓인 기름때를 지운다고 엄청 고생했어요. 그러다가 그만… 싱크대 문짝에 이마를 쾅 박았어요. 얼마나 세게 박았는지, 순간 얼떨떨하더라고요. 거울을 봤을 때 오른쪽 이마가 움푹 파여있어서 아찔했답니다. 피는 많이 안 났어요. 흉만 안 지면 좋겠어요.


이러는 동안 8월이 금방 지날 거예요. 아직은 엄청 더워서 괜찮아요, 여름은 사랑이니까. 그렇지만 얼마 안 가서 안 더워지겠죠. 어쩔 수 없이 약간 조바심이 나요.




2024.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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