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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Jazz

5화. Just in Time

by 또바기

나에게 있어서 그의 첫인상은 아주 좋았다. 예의 바르고 친절하며, 가끔씩 빵빵 터지는 농담을 어렵지 않게 던지는 게, 누가 봐도 친구가 많을 것 같은 타입이었다. 하지만 남 얘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오가는 대화 거의 다 자신의 취향과 나의 취향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는 내가 제 발로 들어간 재즈 펍에서 만난 사람이기에, 재즈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 그는 나에게 재즈를 좋아하냐고 물었다. 나는 고민도 하지 않고 흠뻑 빠져있다고 답했다. 나의 대답을 들은 그의 얼굴에는, 마치 색이 물들듯, 서서히 미소가 물들었다.


"저도예요."


그가 미소를 잃지 않은 채로 말했다.


"혹시 좋아하는 곡이 있나요?"


내가 물었다. 마치 새로 나온 한정판 장난감을 본 어린아이처럼 밝은 표정으로 본인도 재즈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그에게 꼭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오스카 패턴슨 트리오의 'Just in Time'이요."


나도 좋아하는 곡이었다. 알 수 없는 반가움에 격한 반응을 했다. 또다시 울려 퍼지는 그의 '하하!' 하는 웃음소리가 나를 다시 진정시켰다. 그렇게 우리는 꽤 많은 곡에 대해서 얘기했다. 모두가 그렇듯,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만나, 좋아하는 주제에 대해서 얘기를 하다 보면, 그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이 재밌어진다. 나 또한 그랬다. 아름다운 분위기, 좋은 음악에 젹셔진 그 재즈 펍은 우리 두 사람만을 재즈 속으로 빠뜨렸다.

그렇게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누고 나서야, 벌써 시간이 12시가 넘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제는 가야겠다 싶어 시계에 있던 나의 시선을 슬쩍 그의 눈으로 옮겼다.


"아, 혹시 시간이 너무 늦지는 않았나요?"


그는 눈치가 빨랐다. 그리고 나를 배려해 먼저 물어봐주는 센스도 있었다. 나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물었다. 이곳에 언제 또 오느냐고.


"매주 일요일, 밤 9시요."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때 봬요.' 하는 짧은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그제야 아차 싶었다. 그렇게 재밌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겨우 만나게 되었는데, 겨우 일주일에 한 번이라니.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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