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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영돈 코치 Jan 28. 2020

배신의 상처를 쉽게 아물게 하는 비법 5가지

윤영돈의 정서코칭

(이 글은 정서카드를 개발하면서 느꼈던 감정에 대한 성찰을 정리한다. 이 기록은 나중에 정서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길라잡이가 되길 바란다)

 


좋은 벗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공통된 그 많은 추억, 함께 겪은 그 많은 괴로운 시간,

그 많은 어긋남, 화해, 마음의 격동..

우정은 이런 것들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생떽쥐베리


나는 원래 감정에 무딘 사람이었다. 사실 사회생활에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많은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그래서 인생의 절반쯤까지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오춘기(五春期)'에는 신체적 갱년기가 오면서 감정이 쉽게 누를 수 없게 된다. 여성은 남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되고 반대로 남성은 여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된다. 원래 갱년기는 폐경기 45세부터 55세 사이에 개인마다 미묘하게 다르게 나타난다. 별 일 아닌데도 화를 내기도 했고,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기도 했고, 갑자기 사소한 일에도 기뻐서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그런데, 문제는 배신의 상처가 마음속에서 쉽게 아물지 않는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의 믿음은 약해지고 사람들의 관계는 좁아진다.

영화 ‘넘버 3’에서는 송강호 배우가 이런 대사를 읊는다. “내 말에 토, 토, 토, 토다는 새끼는 배반형이야, 배신, 배반형.” 배신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다. 나를 배신했다면 그 사람 탓이다. '배신(背信)'이란  말 그대로 '믿음'(信)을 '등지는'(背) 행위이다. 이스라엘의 철학자 아비샤이 마갈릿은 “배신은 두터운 인간관계를 붙인 접착제를 떼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배신이 성립하려면 그 관계에 상처가 생겨야 한다. 단테는 ‘신곡(Commedia)’에서 지옥을 9층으로 구분해놓았고, 가장 최악의 단계 '반역 지옥'은 가족, 친척, 국가, 스승, 친구, 은인 등을 배신한 사람들을 가둬놓는다. 배신자들은 그곳에서 영원히 차가운 얼음 속에서 신음해야 한다. 지옥의 지배자 루시퍼(Lucifer)가 줄리어스 시저를 배신한 카시우스(Cassius)와 브루투스(Brutus), 예수를 배반한 유다(Judas) 세명을 물어뜯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이처럼 배신은 아주 가까운 가족, 친구와 같은 두터운 인간관계를 파괴하는 행위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어스 시저>에 나오는 “브루투스 너마저도?(Et tu, Brute?)”라는 유명한 대사는 “절대로 배신당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에게 배신당한 충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오직 강력한 신뢰에서만 심각한 배신이 생긴다. 사람의 배신은 두터운 인간관계를 무너뜨린다. 배신했던 사람을 소중하게 여겼던 책임은 바로 내 탓이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을 최측근 김재규가 궁정동의 시바스 리갈 위스키 병 앞에서 “혁명의 배신자로 처단한다”는 말과 함께 독일제 권총으로 쏜다. 1936년 12월 12일 중국 시안(西安)에서 국민당의 장제스(蔣介石)를 사령관 장쉐량(張學良)이 전격 체포해 연금하는 과정에서 장제스의 호위병들이 대부분 사살되는 등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배신 트라우마(Betrayal Trauma)는 기존의 트라우마와는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이 개념은 1994년 오리건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제니퍼 프리드(Jennifer Freyd)가 처음 소개한 것으로, 피해자가 생존을 위해 의지하는 가까운 관계의 대상에 의해 그 신뢰 또는 안녕이 위반될 때 일어나는 트라우마이다. 프리드 교수는 [나는 더 이상 너의 배신에 눈감지 않기로 했다]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의 삶 곳곳에 배신이 있다. 외도, 학대, 배반, 직장 내 착취, 차별과 부당함은 모두 배신의 예들이다. 배신은 관계를 무너뜨리고, 신뢰를 파괴한다. 그만큼 배신은 중요하지만 우리는 배신을 알아채지 못하거나, 알아챈다 하더라도 인정하지 않는다. 바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배신에 눈을 감는 것’이다. ‘배신에 눈감기(Blind to Betrayal)’라고 명명한 이러한 심리 현상이 치러야 하는 대가는 혹독하다. 배신 자체가 준 상처보다 배신을 모른 척 함으로써 우리가 우리에게 준 상처가 더 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면 "배신에 눈감기에서 벗어날 때 친밀함과 성장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뒤통수를 맞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일을 겪고 있으며 믿음을 저버리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앞을 보고 사는 사람들에게 뒤통수까지 볼 수 없다. 결국 우리가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은, 갑작스러운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다. 연인이건, 친구이건, 가족이건 신뢰를 저버리면 그것이 아물고 낫기까지 아주 오래 걸린다. 지금 겪는 배신의 상처를 스스로 너무 가볍게 여기지 말자. 무시, 따돌림, 거절, 배척, 비난 등 깊게 찔린 상처는 배신한 사람에 대한 신뢰가 컸던 만큼 더 아프고 시리다는 것이다. 이런 배신의 상처, 신뢰의 파괴로 인한 트라우마는 오래 지속된다. 당신이 지금까지 배신을 당했던 여러 상황 중에서 아직도 당신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제 할퀴고 까지고 긁히고 베이는 상처를 숨길 필요가 없다.


1. 냉정하게 상황을 주시하고 자극이 되는 것을 피하라.

냉정하게 현재 일어난 상황을 받아들여라. 믿을 만한 다른 사람에게 우선 현재의 상황을 냉정하게 들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빨간약을 상처가 아닌 상처 주변을 바르면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살균·소독을 할 수 있다. 마음에 난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우선 지나친 자극이 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당신의 에너지를 빼앗아가는 사람은 정리하는 것이 낫다. 가족이라도 상처를 주는 경우는 되도록 피하고, 연인 사이라도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소유물로 생각한다면 헤어지는 것이 좋다.


2. 스스로 상처를 후벼 파는 행위를 멈춰라.  

인간의 뇌는 선천적으로 부정적인 사고를 선호한다. 좋은 기억을 떠올리는 것보다 나쁜 경험을 떠올리는 것이 더 쉽다.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나쁜 기억을 떠올리지 마라. ‘내가 혹시 무슨 잘못을 하지 않았나?’ 남의 잘못을 무조건 자기 탓으로 돌리는 것도 멈춰라. 배신을 당한 사람이 피해자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일어난 일에 대해 자책하는 경우가 많다. 배신을 당한 사람은 스스로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에 대해 자신을 탓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행동까지 책임을 지지 마라. 지나치게 자신을 탓하는 것도 사실은 상처 받지 않으려고 보호막 속에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상대의 부적절한 요구에 거절을 하지 못하는 태도는 결국 자신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3.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고 싶어서 약을 너무 쓰지 마라.

대부분 사람들은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고 싶어서 무조건 후시딘·마데카솔을 잘 바른다. 약은 많이 쓰면 오히려 내성만 생길 수 있다. 상처가 아무는 데는 그만큼의 시간가 필요하다. 배신은 감정적인 소진으로 허탈함을 남긴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동하지 마라. 마음속에 미워하는 사람이 있으면 행복하기 힘들다. 용서는 너, 나, 우리를 받아들이고 흘려보내는 것이다. 초기의 충격을 이겨내고 상처가 아물어서 평소처럼 돌아가는 데는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다. 상처가 빨갛게 부어오르는 감염 증상이 있을 때 빨리 상처 부위에 항생제 연고를 발라야 한다. 침묵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글쎄 친구에게 배신을 당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라고 고백하면서 내가 느꼈던 감정과 대면하는 것도 좋다.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면서 부정적인 감정이 해소되기도 한다. 불편한 감정을 피하고 억누를수록 상처의 골은 더욱 깊게 된다.


4. 흉터가 남지 않도록 딱지가 떨어질 때 조심하라.

상처를 치료하고 흉터를 예방하는 것은 상처 부위에서 수분이 날아가지 않고 온도를 유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보습이 돼야 잘 아물고 새살이 잘 돋을 수 있다. 배신을 당해 본 사람들은 기만의 쓰디쓴 맛을 안다. 자신이 경시되고 조롱거리가 되었다는 기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딱지가 떨어진 후 꾸준히 발라주는 것이 좋다. 신체적 상처는 원상복구가 최선이지만 마음의 상처는 원상복구가 쉽지 않다. 상처의 딱지는 잘 극복하면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사람들로부터 위로를 많이 받을 수 있을 때 회복에 도움이 된다. 양파 추출물이나 실리콘 성분이 들어간 흉터 케어 연고가 좋다. 마음의 상처는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과 위로, 격려를 받을 때 조금씩 치유될 수 있다. 마음에 잘 맞는 사람과 함께 대화를 자주 하는 것이 좋다.


5. 앞뒤가 다른 사람은 절대로 손을 잡아주지 마라.

배신을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겉과 속이 다르다. 평소에는 차갑고 인색하지만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에게는 얼굴 낯이 바뀐다. 앞에서는 장미 같은 얼굴을 하고는 뒤에서는 가시 같은 행동을 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한쪽 손에는 이익을 제시하지만 다른 쪽에는 검은손이 있을 수 있다. 앞뒤가 다르다고 생각하면 냉큼 손을 잡지 마라. 믿음이 가는 사람만 만나기도 인생은 짧다. 사람의 관계는 존중과 신뢰, 사랑으로 이루어진다. 배신의 경험은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과정을 두려워하면서 주저하게 만든다. 사람을 만날 때 신뢰보다 의심의 눈으로 쳐다보게 된다. 정말로 뼈아픈 상처를 남기는 배신은 실수가 아니다. 이들은 자신의 잘못을 뚜렷이 알고 행동을 한다. 결국 거래적인 인간관계는 끝이 좋지 않다. 이익보다 호감이 가는 사람을 만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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