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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영돈 코치 Dec 12. 2017

인생은 사막이다. 누구랑 함께 갈 것인가?

시인 임수경의 [낙타연애]

인생은 사막이다. 그 사막 혼자 갈 것인가? 아니면 누구와 함께 갈 것인가? 오늘 소개하는 시집은 시인 임수경의 [낙타연애]이다.


제목부터 색다른 시집은 사랑하는 이의 부재,  고통과 시간의 기록이다. 한마디로 ‘낙타연애’는 가혹한 부재와의 사랑을 상징적으로 드러나 그것은 사랑이 시작된 “섬 한 귀퉁이에서 출발해 결국 다시 돌아”(‘야,행성’)올 수밖에 없는 무한회귀의 시간이며, 대답은 없고 질문만 있는 시간이다.

 그러나 부재의 현실은 가혹하지만 함께했던 기억은 매혹적이다. 화자는 기억을 매개로 이렇게 노래한다.


낙타연애

​   -임수경

낙타가 되어

당신의 사막을 헤엄치고 있는 중,


이곳은

모래에서 태양이 뜨고 모래로 잠들고

나른한 하루에 지친 여우가 배를 깔고 사막이 되는 곳


간혹 슥슥 가슴 위에 쌓인 먼지를 쓸어 모으다가

굳은살 터진 손가락 사이로 한숨이 새어 나올 때

훅, 멋진 석양으로 따뜻하게 덮어 주는 곳

목을 젖혀 등에 귀를 대면

입술을 축이며 오물거리던 기억들이 사각거려

온몸을 간지럽히지, 그래서 안간힘을 쓰며

태양은 다시 모래에서 뜨고 당신의 하루가 또 시작되지

멋지지 않아? 또 이곳은

사방에서 마르지 않은 잉크 냄새가 난다는 것

(잉크 냄새를 좋아했어, 종일 코를 대고 있을 만큼).과

모니터 커서를 따라 끊임없이 모래 파도가 몰아친다는 것

(좀처럼 친해질 수 없었던 사막 멀미도 반가워), 그리고

기억으로 버둥거리지 않으면 이내 가라앉는다는 것

(긴 팔과 다리가 아주 유용하게 쓰이는 곳이야), 정도

그리고 선물처럼 가끔 스르륵 축축해지는 오아시스를 만나기도 해

당신의 매력이지

당신의 사막, 가운데 있는 샘, 우리의 기억

그래서 고마워, 오늘도 이렇게

푹,​

김수복 시인은 추천사에서 “임수경의 시들은 부재와의 달콤한 연애에 빠져 황홀하다. 당신이라는, 신의 꿈속이라는 부재의 현실을 내면적으로 대응하는 몸짓이 처절하면서도, 기억의 비밀들이 환하게 환기되는 시의 품성이 매혹적이다”며 “그 아름다운 비밀들은 수런거리거나 은밀하며, 주문처럼 그 그림자가 겪는 침묵으로 각인된다”고 평한다. 우리는 어쩌면 사막 속에서 낙타를 찾고 있을 줄 모른다.

임수경의 시들은 부재와의 달콤한 연애에 빠져 황홀하다. 당신이라는, 신의 꿈속이라는 부재의 현실을 내면적으로 대응하는 몸짓이 처절하면서도, 기억의 비밀들이 환하게 환기되는 시의 품성이 매혹적이다. 그 아름다운 비밀들은 수런거리거나 은밀하며, 주문처럼 그 그림자가 겪는 침묵으로 각인된다. 이는 불치의 기억을 안고 사는 우리 모두에게 재생을 감득하게 하고 치유하는 시의 마취제와 같다.

_ 김수복 시인


임수경의 시에는 사탕을 입안에서 굴리다 날카로운 단면에 혀를 베었을 때 나는 설탕의 단맛과 찝찔한 피맛이 공존한다. 오지 않을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일이지만 또한, 가장 달콤한 일일 터. 임수경은 당신에게서 헤어 나올 수 있을까. 나는 그녀의 시가 지닌 이 이상한 아름다움에서 헤어 나올 수 있을까. 이 새벽, 나는 그녀가 성큼성큼 걸어 안내하는 고독의 빗장을 연다.

_ 김하율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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