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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영돈 코치 Dec 17. 2017

블라인드 채용의 핵심은 껍데기보다 알맹이다

한국채용면접관인증원 조지용 원장

피터 드러커는 협력을 이렇게 말했다. "협력이란 곧 당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 행동하면서 배우는 것, 그리고 당신이 아는 것을 혁신하는 것과 같다." 결국 프로페셔널은 당신이 아는 것을 혁신하는 것이다.


사람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대통령을 내세웠다. 이후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서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블라인드 채용의 기대와 졸속의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채용 면접 전문가 한국채용면접관인증원 조지용 원장을 만났다.

 그는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MBA를 졸업하고, GE 인사팀 과장, 코카콜라 인재개발 과장, 딜로이트 컨설팅(Deloitte Consulting) 전략 매니저, 주한 다국적기업 HR Network Meeting 회장, 네모파트너스 인사조직컨설팅 부사장, 한국컨설팅산업협회 경영컨설턴트양성과정 교수 등 ‘국내 최고의 채용 면접 전문가’로 불리며 맹활약하고 있다. 그가 처음으로 꺼낸 이야기가 ‘프로페셔널’이었다. 조지용 원장의 인생 3막을 따라가 보자.


1막 워킹(Working) : 당신은 직장인인가? 학습자인가?

 조지용 원장에게는 회사 생활이 1막이다. 사람 좋기로 소문이 난 조원장은 일에서만큼은 프로페셔널로 자신이 설정한 절대적 수준에서 물러서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학창시절 조지용은 ‘무엇이 되든 타인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가수가 되든 선생님이 되든 청중과 교감하는 거잖아요. 적어도 역할모델이 될 수 있도록 다른 사람의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마음먹었어요.”

운이 좋게 배울 기회가 찾아왔을 때 잡았다.

처음 다국적기업에 들어갔는데, 교육 업무를 맡게 되었던 것이 ‘인생의 결정적 순간’이라고 한다. 그는 배우고 익혀서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게 좋았다. “보통 입사를 하면 희망 직무를 쓰잖아요. 저는 인사팀 교육담당을 지원 했어요. 운이 좋게 원하는 직무를 할 수 있었고, 배울 기회가 많았죠. 상사가 ‘먼저 글로벌 본사에 가서 배워 와서 가르쳐!’ 이런 식으로 저에게 엄청난 기회였던 거죠.” 돈을 내더라도 배우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그렇게 GE와 코카콜라 등에서 직장생활하면서 학습한 것을 나누면서 더 성장할 수 있었다.


2막 프로페셔널(Professional) : 상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절대적인 기준을 가져라!

 조지용 원장은 HR 담당자에서 컨설턴트로 바꾸며 프로페셔널의 길로 가게 된다. 현업 담당자로만 있었더라면 지금처럼 다양한 컨설팅 경험을 많이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컨설팅료를 이 정도 받았으니 이 정도만 하자” 동료들 끼리 이렇게 이야기하기 쉽다. 하지만 프로페셔널은 동료끼리도 적당히 타협하지 않아야 오래 동안 인정 받을 수 있다. 조지용 원장이 말하는 '프로페셔널'이란 “같이 일하는 동료가 훗날 고객이 되었을 때 나를 부를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프로페셔널은 공동체의식과 철학을 중요시한다.

전문가 집단에 들어갔다고 모두 프로페셔널이 되는 것은 아니다. ‘프로페셔널’이라함은 시장에서의 절대적인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실제 친한 직장동료라도 조직을 나와서 그를 추천하라면 추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적어도 전문가의 수준은 친분을 떠나서 이 정도는 해줘야 하는데 그 ‘절대적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로페셔널 조직에서는 친한 동료 선후배끼리도 일을 수행함에 있어서 적당히 타협하는 것을 경계해야한다. 동료와 함께 일을 수행함에 있어서 ‘팀웍’과 ‘적당한 타협’을 구분해야 한다. 이것이 조원장이 강조하는 전문가 집단의 올바른 공동체 의식이자 철학이다.  


프로페셔널은 재미있게 일하니까 성과가 좋다.

“프로페셔널은 재미있게 일하니까 성과가 좋은 거죠, 결코 프로모션을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푸시(push)는 결국 부작용을 낳는다. 반대로 “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동료나 친구들에게 추천할 의향이 얼마나 되시나요?”라고 물어본다. 이는 순수추천고객지수(NPS, Net Promoter Score)로 고객 충성도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자기가 살아온 것들이 축적됐을 때 미래를 위해서 항상 과거를 정리해줘야 한다. 결국 프로페셔널은 때와 장소에 불문하고 절대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  


다음(Next)을 생각해서 준비(Ready)를 만들어라!

그동안 조지용 원장이 만났던 프로페셔널 중에 두 명을 기억해냈다. 한 명은 딜로이트 후배이고 다른 한 명은 GE 선배이다. 딜로이트 후배는 당시 전략 컨설팅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할 때 수개월간 항상 5시 반에 출근했다. 그날 수행해야 할 업무에 대해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사소한 미팅이라도 반드시 먼저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들어왔다. 늘 반 발짝 씩 앞서 준비(ready)가 되어 있던 친구로 결국 컨설팅 대표에까지 올랐다. 다음(Next)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무엇을 준비(Ready)해야 하는지 안다.  


발품을 팔면 명품이 된다.

다른 한 명은 GE 선배로 뭘 하든지 열정적으로 손품, 발품을 팔며 최선을 다했다. “사실 일을 열정적으로 하다보면 자칫 과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죠. 그 선배가 일에 열정이 넘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을 때도 있었죠. 그런데 남들의 평가를 떠나서 정말 일을 열정적으로 하는 것이 리더의 덕목에서 가장 기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게 ‘일의 에너지’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일단 기본적으로 있어야 다른 사람을 고취시킬 수 있죠. 그 점을 제일 본받고 싶었고 그래서 지금도 자주 보려고 해요. 저는 가급적 에너지를 빼앗는 사람보다는 함께 할 때 에너지가 올라가는 사람을 만나려고 합니다.” 헛품을 팔면 날만 샐 뿐이다. 에너지를 빼앗는 사람에게 기회를 찾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젊을 때는 헛품도 팔아야 한다. 그러나 손품, 발품도 제대로 하는 것을 배워야지 대충하는 것에 길들어지면 날만 샌다. 나이 들어서 바꾸긴 더 힘들다. 어떤 일이든 처음 배울 때 헛품에서 벗어나 진품이 되어서 명품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3막 커미트먼트(commitment) : 일보다 사람이 먼저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면접 전문가라 하더라도 편견에 사로잡힐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합니다. 제한된 시간에 지원자의 역량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예를 들면 첫 질문에 지원자가 핵심을 답변하지 않고 장황하게 이야기를 늘어놓게 되면 의사소통역량을 낮게 평가하게 되는데 이때 다른 영역의 역량의 평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끝까지 인내심을 갖고 다른 역량의 보유 여부를 세심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면접 경험이 많은 면접관일수록 ‘내가 보는 게 맞다’고 확신하게 되는데 이게 제일 위험한 것입니다. 그래서 채용면접관들은 면접 후 서로 평가 근거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를 해야 하며, 하나의 면접 도구가 아닌 여러 도구를 병행해야 오류를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무서운 것이 바로 확증편향이다.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란 쉬운 말로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뜻으로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성이다. 전문가일수록 경계해야 한다.


직무적합성보다 조직적합성도 중요하다!

“블라인드 채용이라고 해서 갑자기 채용의 원리가 바뀌지 않아요. 다만 제가 보기에 블라인드 채용의 이면(裏面)을 잘 보면 ‘이 사람이 조직에 적합한 사람(Right People)이냐’, 다른 조건보다는 그 사람 자체를 보려고 하는 쪽으로 가는 게 맞고 그렇게 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면 사람 자체, 자기만의 어떤 그 색깔이 있어야 되고 자기 가치관이 있어야 면접관에게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어요. 가치관에 따라서 조직의 적합도가 다 드러나지 않겠느냐고 봅니다.”라며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했다. 개인적 역량도 중요하지만 조직에 맞게 준비해야 한다. 왜냐하면 ‘개인-직무 적합성(Person-Job Fit)’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개인-조직 적합성(Person-Organization Fit)’이기 때문이다. 직무역량도 중요하지만 조직이 추구하는 인재상과 맞지 않으면 불합격된다. 채용 면접은 단지 기술로 되는 것이 아니라 태도가 중요하다.


평가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하라!

피터 드러커 선생님은 말했다. “당신이 채용에 5분밖에 시간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잘못 채용된 사람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를 수습하는 데에 5,000시간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조지용 원장도 채용에 요구되는 시간과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지원자 1인당 약 10여 분 정도를 할애하는 수준이다. 기존에는 학력 등의 스펙에 의존해 왔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면접이 가능했을지 몰라도 블라인드 면접에서는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면 블라인드로 진행되는 서울시 9급 공무원 면접의 경우 지원자 1인에 면접관 3인으로 구성된 면접을 기본으로 하며 총 40분(주제검토 15분, 주제발표 5분, 개별면접 20분)이 소요된다. 블라인드 면접이 제대로 되려면 지원자의 역량 검증을 위해 현행보다 최소 두 배 이상의 시간 확보가 요구된다.

만남의 횟수보다 관계의 깊이를 추구하라!

 이제 3막에서 조지용 원장은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다. “예전에 비해서는 따님이 아빠 목에 매달리는 횟수는 줄어들었지만 가족 간의 관계가 좋아지고 있어서 행복해요.”고 말한다. 행복한 삶은 자신의 결정에 신념을 더하는 것이다. 조지용 원장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한때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었는데 피하지 않고 감당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인생의 가치가 돈은 아니었어요. 가치를 돈에 얽매어 사는 것은 행복하지 않아요. 본인이 결정하고 행동한 것에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남을 탓해서는 안 되죠.” 항상 자신의 행동에는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좋고 그래야 더 성장할 수 있다. 조지용 원장에게 스스로 절제를 못하는 것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저는 일보다 사람을 중요시 하다 보니 다른 사람의 부탁에 대해서 바로 끊지를 못해서 고민이 많아요. 그렇다고 일을 우선시 할 생각은 없습니다. 제 가치관은 일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중요한지 겪어보니까 보이더라구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가족과 함께 더불어 사는 방법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주변에서 사업을 키우자는 사람도 많지만 저는 인재를 키워 전문가로 육성하는 것이 더 먼저입니다. 내년도에는 채용면접관인증원을 통해 더 많은 면접전문가들이 배출되도록 노력할 것이고 더 나아가 컨설팅산업협회 차원에서 추진 중인 ‘바른채용 기업인증’에 열정을 바치려고 합니다. 공정하고 적합한 채용을 하는 우수기업을 발굴하여 그 모범 사례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공정한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제도개선도 필요하지만 민간 주도로 바른 채용을 장려하고 불합리한 부분을 스스로 바로잡는 노력도 매우 중요합니다.” 채용비리와 불공정한 면접을 바로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조지용 원장을 만났다.

인생 3막은 나를 버리고 우리를 위해서 가방을 다시 싸는 시간이다. ‘채용면접 전문가’ 조지용 원장의 인생 3막을 응원한다. 나를 버려야 삶이 가벼워지고 우리를 생각해야 열정이 생긴다. 인생의 가방에는 지금 버릴 것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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