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

거울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그 얼굴

by 윤코지

내 얼굴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을 고르라면 단언컨대 눈썹이겠다.

적당한 숱에 보기 좋게 자리 잡은 위치 그리고 살아있는 앞 눈썹털과 꼬리로 갈수록 정갈하게 넘어가 옆으로 누워있는 털 하나하나가 결이 잘 잡혀있다.


지금은 화장을 곧 잘하고 다니지만 막 대학교를 들어간 스무 살 초반, 파운데이션인지 비비크림인지 뭐든지 적당히 바를 줄 모르던 그때. 그때는 얼굴은 하얗게 입술은 빨갛게 눈매는 까맣게 그리는 게 미덕인 줄 알고 선크림, 틴트, 젤아이라이너(한창 유명했던 토*모리의 붓 달린 단지형 아이라이너. 붓까지 달려있는데 양도 많고 가성비라 참 좋아했다. 하지만 그리기 여간 까다롭고 잘 번지던 게 함정) 이 세 가지는 꼭 챙겨 다니며 덧그렸지만 사람들은 눈썹 그렸냐고 물어보면서 애먼 눈썹 칭찬만 하더라.


이제는 매일 하는 화장이 귀찮고 마스크가 의무인 시절을 보내게 되면서 화장은 멀리하게 되는 순간이 왔다. 카페 알바를 하던 때는 모자를 쓰고 이마를 내어놓고 일하고 있으면 어르신들이 눈썹 참 예쁘다고 종종 칭찬도 해주셨다.


이때부터였던가 내 눈썹이 보통 눈썹은 아니구나 싶었지.


내 눈썹에는 유구한 역사가 있는데 그건 바로 우리 엄마의 엄지 끝에서 나온 거랄까.

엄마가 말해주기를 내가 태어나서부터 우리 엄마는 틈이 날 때마다 엄지 끝에 침을 묻혀서 눈썹을 계속 쓸어줬다고 했다. 아빠는 추잡스럽게 자꾸 침 묻혀서 그러지 말라고 했다는데 엄마는 굴하지 않고 계속 쓸어줬다고 했다. 그게 언제까지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어렸을 때를 곰곰이 떠올려보면 눈썹을 계속 쓸어주던 엄마 손가락이 눈썹에 닿는 감각이 생각나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 엄마는 예쁘게 생겼다.(내가 제일 좋아하는 여배우는 송*교. 엄마랑 닮았다고 생각하기 때문.)

하지만 어려서 크게 홍역을 앓고 열병에 시달리고 난 후로 피부가 많이 망가졌다고 했던 것 같다. 언젠가 이모가 "너네 엄마가 진짜 예뻤는데 어려서 열병을 앓고 피부 때문에 못나졌어."라고 했었는데, 그때 나는 '내가 볼 땐 우리 엄마가 제일 예쁜데? 어려서는 더 예뻤나 보다.'라고 생각했었다. 엄마가 홍역을 앓던 그때의 의료기술은 미신도 겸해졌던 건지 부지깽이로 옆구리를 지지면 낫는다는 말에 애기 옆구리를 불씨가 막 꺼진 나무로 지졌다고 했다. 그 자국은 엄마의 하얗고 부드러운 옆구리에 계속 자리 잡아있었고 엄마랑 목욕할 때마다 계속 눈에 밟혔다.


내 기억 속에 엄마는 정말 특별한 날 아니면 화장을 거의 하지 않았다. 피부가 여리고 예민해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얼굴이 따가웠고 양 볼은 항상 울긋불긋했다. 더군다나 동생을 임신하고서부터 알레르기도 생겨서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알레르기에 얼굴은 물론 피부도 가려워져 지*텍(알레르기약. 약국에 갈 때마다 다섯 통씩 꼭꼭 사서 쟁여두었음.)을 달고 살았다. 그래서 바를 수 있는 건 오직 순-한 로션 아니면 수분크림뿐이었다. 그러니 피부화장은 물론 화장은 멀리 하고 지냈다. 그런데도 엄마얼굴을 생각하면 참 희고 깨끗하다. 화장을 안 해도 얼굴에서 빛이난 달까. 우리 엄마라서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지 아니면 항상 환하게 웃어주는 그 표정 때문인지 아니면 둘 다 일지도.


우리 엄마가 항상 신경 쓰던 부위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눈썹이었다. 내가 떠올리는 엄마의 모습은 항상 밝은 창가에 서서 거울을 보면서 눈썹정리를 하던 모습이다. 엄마는 눈썹에 굉장히 신경 쓰는 편이었다. 눈썹칼로 깎아서 정리하는 게 아니라 집게로 한 올 한 올 뽑아서 정리를 했다. 그래서 엄마의 가방 안에는 립스틱이나 립밤은 없을지언정 아귀가 잘 맞는 끝이 예민한 집게가 꼭 들어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눈썹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사람이 깨끗해 보였나 싶기도 하다.


어렸을 때 나는 엄마보다 아빠를 더 많이 닮았다. 외갓집식구들은 다 쌍꺼풀이 있고, 속눈썹도 길고 얼굴이 달걀형인데 나는 쌍꺼풀이 없고, 광대도 약간 나왔고, 속눈썹도 짧다. (아, 아빠도 쌍꺼풀이 있는데 결혼하고 살쪄서 자연스럽게 생긴 거라고 했다. 나랑 동생도 아빠처럼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생기겠지 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내가 점점 커갈수록 엄마랑 닮은 구석이 쏙쏙 보이기 시작했다. 톡 튀어나온 둥그런 이마도, 예쁜 눈썹 (이건 엄마의 후천적 노력으로 만들어졌을지도.) 코끝이랑 턱도. 언젠가 엄마가 "네가 멀리서 걸어오는데 이마랑 머리카락이 요렇게 난데가 엄마랑 똑같아서 깜짝 놀랐다." 하면서 깔깔 웃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나도 화장을 하고 눈썹도 그리고 하면서 눈썹 정리를 시작했는데, 눈썹칼로는 뭔가 성에차지 않아서 나도 엄마처럼 집게로 한 올 한 올 뽑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뽑을 때마다 눈물이 찔끔찔끔 났는데 이제 나도 자주 하다 보니 무던하게 쑥쑥 뽑게 되었다.


엄마가 이 모습을 보면 뭐라고 할까? 안 들어도 귀에 선하다. "애기니까 아직은 이렇게 하지 말아~." 하겠지. 내가 엄마보다 키도 10센티미터는 더 크고 덩치도 한창 더 큰데 엄마는 항상 나한테 저렇게 말했다.


지금은 듣고 싶어도 못 듣지만, 그냥 생각하면 귀에 들리는 것 같아.


요즘은 세수할 때, 사진 찍을 때, 문득 유리창에 비친 나를 볼 때마다 내 얼굴을 볼 때마다 자꾸 엄마 생각이 난다. 사실은 많은 순간에 엄마 생각을 한다. 기쁜 일, 좋은 일이 있을 때도. 선택을 해야 할 때도. 위기의 순간에도. 엄마는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 엄마라면 뭘 선택했을까? 하면서.


엄마는 내가 본 사람들 중에서 가장 긍정적이고 낙천적이고 밝은 사람이었다. 어느 땐 아이같이 천진난만하다가도 힘든 사람 옆에서는 슬픔과 고통을 오롯이 나누려 하며, 타인의 행복에 배로 더 기뻐하는. 하기 싫다면서도 그렇게 하기 힘들었을 순간에도 참고 다시 일어나고 또 일어나는 사람. 솔직한 것 같지만 자신의 고통에는 묵묵한 사람. 참 대단한 사람.


나도 그렇게 살고 싶은데 잘 안된다.


요즘 내가 나에게 바란다.

점점 얼굴이 엄마를 닮아가는 것처럼 마음도, 생각도 엄마를 닮아갔으면 좋겠다고. 나중에 엄마를 만나면 나 엄마처럼 살려고 노력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도록.


KakaoTalk_20250820_223221278.jpg 어딘가의 꽃 축제에서 제일 활짝 핀 우리엄마



Q. 이 글을 보고계신 여러분은 본인의 얼굴에서 어떤 부분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댓글로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