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육개장 작은 컵.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라면은 육개장이었다. 육개장 작은 컵.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그 컵라면. 어딜 가나 꼭 있는 컵라면.
지금도 엄마한테 가는 날 필수템이 있다면 육개장 작은 컵, 캔맥주 한 캔, 천하장사소시지, 블랙커피, 크림빵, 김밥, 순대, 떡볶이, 쫄면 등등. 다른 건 못 챙겨도 육개장이랑 캔맥주는 꼭 챙긴다.
엄마가 있는 곳은 하늘을 지붕 삼아 넓게 펼쳐져있는 자연장지. 납골당은 너무 좁아 우리 엄마 답답할까 빵 트여있는 곳으로 정했다. 그래도 길목에 자리해 있어서 아빠랑 동생이랑 갈 때면 돗자리도 챙겨가서 천천히 음식도 먹고 앉아있다가도 온다.
텀블러에 담아 간 뜨거운 물을 육개장에 붓고, 캔맥주를 따서 옆에 두고 엄마 잘 지냈는지 물어보고 자리에 앉아서 바람을 맞으며 앉아있노라면 기분이 묘해진다. 이제는 의연하려고 애써보지만 아직은 어쩔 수가 없는 마음에 음식을 꾹꾹 넘긴다.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잔칫상처럼 차려둔 돗자리 위에 음식들을 보며 약간은 이상하게 볼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들은 이게 엄마랑 같이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라 주위 시선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처음에는 육개장만 봐도 눈물이 줄줄 나왔다.
더 맛있고 좋은 것도 많은데 하필이면 이 컵라면을 좋아해서 어딜 가나 눈에 보여서 볼 때마다 찔찔 울었다.
엄마한테 육개장은 작은 일탈 같은 것이었다. 아빠는 컵라면이 몸에 안 좋다고 자주 못 먹게 했는데 가끔 아빠가 출장 가는 날이면 엄마는 마트에 가서 육개장 6개짜리 한 박스를 사 왔다. 그리고는 퇴근하고 와서 육개장 두 개에 맥주를 마시면서 드라마를 보고 있다고 종종 전화가 왔다.
나는 육개장도 별로 안 좋아하고 소시지도 안 좋아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이상하게 마트에 가면 카운터 앞에 있는 천하장사 소시지는 한두 개씩 사게 되었다. 가방에 넣고 다니다가 하나씩 꺼내먹고, 또 마트에 가면 한두 개 사고.
이제는 육개장을 본다고 해서 눈물이 나거나 그렇지는 않지만 그래도 볼 때마다 엄마가 생각나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 더 좋은 걸로 기억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해서 후회스러운 마음만 꾹 담고 돌아선다.
이번주에는 아빠랑 족발을 먹어야겠다.
Q. 이 글을 보고계신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댓글로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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