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차림이 좀...... 좀 특이하시네요
아, 너무 졸려서요. 네. 잠깐 눈 좀 붙이려고요. 한 십 분만요. 그런데 여기가 어디죠? 조용하니 좋네요. 후훗. 아, 그냥요. 옷차림이 좀...... 좀 특이하시네요. 아뇨. 개성 있어요. 그럼 조금만 잘게요.
윤조는 차에서 내렸다. 팔다리를 비틀어 기지개를 한껏 켰다. 이제 좀 살 것 같았다. 몇 분이나 잔 걸까. 시계는 5시 25분을 가리켰지만 얼마나 잤는지 감이 안 잡혔다. 뭐 기껏해야 이 십분 정도겠지.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펴보았다. 으스스할 정도로 고요한 게 혹시 버려진 교회 부지일지도 모르겠다. 차 뒷좌석을 보니 수연과 유진이 각각 고개를 모로 틀어 자고 있다. 도로에서는 간간히 지나치는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 윤조는 운전석 문을 열었다. 순간 휙 하고 바람이 불어와 윤조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그녀는 몸을 휘청거리며 차 문을 꼭 잡았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갑자기 불어 닥친 바람이 괴상하기도 했지만 이 냄새, 분명 코를 자극했던 그 냄새는 뭐였을까. 윤조는 시선을 허공에 향한 채로 운전석에 들어가 차 문을 닫았다.
페리미터 하이웨이에서 쌩노버트 출구로 핸들을 돌렸다. 자동차가 우측으로 P턴 하자 뒷좌석의 수연과 유진의 머리가 흔들리며 숨소리와 입을 다시는 소리가 들렸다.
"잘 잤어들? 와, 정말 잘 자더라"
윤조의 선글라스가 룸미러를 향했다.
"으응. 벌써 다 왔네. 엄마는? 졸리지 않았어?"
수연이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물었다.
"웬걸. 하도 졸려 중간에 차 대놓고 잠깐 눈 붙였어."
속도 방지턱에서 자동차가 꿀렁이자 윤조는 다시 액셀을 밟았다.
오월 셋째 주 빅토리아 데이 연휴를 이용해 윤조네는 위니펙에서 북쪽으로 약 170km 떨어진 곳의 캐나다 오대호 중의 하나인 위니펙 레이크에 위치한 헤클라 섬으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물 많고 고기 많은 캐나다까지 와서 낚시는 해봐야 하지 않겠냐는 유진 의견에 윤조는 이왕이면 리조트에서 머물 겸 헤클라를 선택했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잡화점 '캐네디언 타이어'에서 낚싯대와 아이스박스를 사고 등록 사무소에 가서 낚시 면허도 20불 주고 구입했다. 낚시면허는 성인과 아동 또는 잡는 고기 사이즈에 따라 가격이 달랐지만 윤조네는 제일 저렴한 면허를 샀다. 한 마리도 못 잡을 수도 있는데 무슨 돈까지 받으면서 면허를 파나 싶었지만 수연과 유진이 선수 쳐서 구시렁대는 바람에 윤조는 오히려 '이게 다 물고기를 보호하려는 차원 아니겠어?' 하며 캐나다 정부를 두둔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유진은 뒷좌석에서 튕겨 나가 트리부터 확인했다. 떠나기 전 옆집에 사는 중학생에게 하루 두 번 들러서 트리에게 밥을 주고 리터를 치워달라고 했다. 물론 베이비 시터 요금으로 수고비를 미리 지불했다. 윤조와 수연도 트렁크에서 짐을 내리며 문 앞에 나와있는 트리를 살폈다. 다행히 여느 때와 같아 보였다. 하지만 앞발 하나를 들은 채 꿈쩍 않고 그들을 관찰하고 있는 게 좀 달라 보였다고 할까. 유진이 보고 싶었다며 코맹맹이 소리를 하며 트리를 들어 올려 제 어깨에 걸쳐 놨을 때도 트리는 윤조와 수연의 움직임 사이의 어딘가를 주시했다. 석양에 반사된 트리 눈에서 빛이 동그랗게 번져 나왔다. 익숙하면서도 기이한 냄새가 한 줄기 바람을 타고 와 윤조 코를 자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