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유령과 한 달 살이 2

동네를 다 수색해서 찾고 말 거야

by 윤도

일요일 아침이었다. 오늘부터 윤조네는 교회에 다니기로 했다. 종교 활동보다는 친목활동과 일요일을 좀 더 의미 있게 보내자는 취지에서 결정한 일이다. 따라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이민자들을 환영하는 교회를 선택했다. 예배는 10시에 시작이지만 뭐든 '첫' 경험은 설레어서일까, 윤조는 6시부터 눈이 떠졌다. 거실로 내려오자 트리가 아침 산책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표시로 베란다 문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문을 열자 녀석은 다람쥐를 향해 쪼르르 달려갔다. 여름이 되며 늘어질 대로 늘어진 커다란 버드나무 가지 중심으로 새들이 분주히 날아다녔다. 익숙한 풍경을 보며 기지개를 켜다가 윤조는 뭔가 다른 점을 발견했다. 뭐지? 그녀는 눈을 감았다. 분명 뭔가 달랐다. 아니 뭔가 허전했다. 앗! 윤조는 눈을 떴다. 자전거! 바로 자전거였다.


자전거 수리하는 동네 할아버지한테서 산 수연이 자전거 옆에 나란히 있어야 할 유진이 새 자전거가 안보였다. 바로 한 달 전 코스트코에서 산 하늘색 화사한 자전거였다. 윤조는 신발도 신지 않고 패티오로 나갔다. 에어컨 실외기가 자리한 벽 옆면에 체인을 채워 세워둔 수연이 자전거는 그대로 있었다. 주변에 끊어진 체인이 없는 걸로 봐서는 체인채 누군가 훔쳐갔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런 동네에 그런 좀도둑이 있는 것도 놀라웠지만 무엇보다 중고 자전거 말고 새것을 훔쳐갔다는 것에 분개했다. 윤조는 이층으로 올라가 수연과 유진을 깨웠다.


"얘들아! 일어나 봐. 글쎄 자전거가 없어졌지 뭐야."


"뭐? 정말요? 둘 다요?" 수연이 벌떡 일어나며 물었다.


"아니. 유진이 것만. 그래서 더 열받아."


수연과 유진은 패티오로 나와 범행현장을 살펴보았다. 윤조는 어느새 모자를 쓰고 운동화로 갈아 신었다.


"엄마? 어디 가려고?"


"잘 들어, 얘들아. 이대로 포기할 순 없어. 지금부터 단지를 샅샅이 뒤져서라도 찾아야 해. 단지 내에 없으면 이 동네를 다 수색해서 찾고 말 거야."


작년인가. 도서관에서 컴퓨터 검색하다가 헤드셋을 그대로 놓고 잠깐 도서 검색을 한 적이 있었다. 와보니 한국에서 가져온 헤드셋이 온데간데없길래 혹시 사서가 그새 챙겨놓았을까 싶어서 데스크로 가 물었더니 가져가도 누가 벌써 가져갔지 않겠냐며 물건 두고 자리를 비운 윤조 탓을 했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노트북까지 놔두고 화장실에 다녀와도 언제나 제 자리에 있던 한국의 도서관 풍경을 떠올리니 씁쓸했다. 이국땅에서 내 물건을 잃어버리는, 아니 도둑맞는 건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것 중 하나이다.


"나는 왼쪽으로 돌게. 수연이 넌 오른쪽, 유진이는 뒤쪽을 맡아."


수색팀은 각각 흩어졌다.

이른 일요일 아침 타운 하우스 주위는 고요했다. 간혹 거실에 불이 켜진 집이 보이기도 했고 멀리서 자동차 시동 켜는 소리도 났지만 이 시각에 절박해 보이는 건 윤조네와 먹이를 쟁탈하려는 새들뿐인 것 같다. 왼쪽 끝까지 가봤지만 하늘색 자전거는 보이지 않았다. 타운하우스 후문에 중학교 담장이 시작되는 점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면서 윤조는 아무래도 자동차로 동네를 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빠른 걸음으로 집에 다다랐을 때 멀리서 수연이 하늘색 자전거를 힘겹게 끌고 오는 모습이 보였다. 윤조는 수연에게 뛰어갔다.


"어디서 찾은 거야? 가져간 놈도 혹시 봤어?"


"아뇨. 9호 패티오에 있었어요. 엄마, 이것 보세요. 체인을 끊으려 했나 봐요."


앞바퀴에 채워진 체인을 감싼 PVC 줄에 선명하게 상처 자국이 나있었다. 수연은 자전거 앞바퀴를 든 채 끌고 온 것이다.


"9호라 했지?" 윤조는 월요일에 오피스에 리포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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