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이곳 위니펙까지 오시게 된 거죠?
자전거를 찾느라 몸과 마음이 지쳤지만 윤조네는 예정대로 교회에 갔다. 역시 커뮤니티 교회답게 여러 민족들이 섞여있었다. 여전히 백인들이 많지만 아시아인, 특히 중국인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예배 후 리셉션 룸에 커피와 다과가 준비되어 있으니 차를 마시며 친목을 쌓으라는 안내를 받았다.
리셉션룸으로 들어가니 왼쪽으로 오픈 주방이 보였다. 수연과 유진 또래로 보이는 학생들이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발룬티어 바리스타 모집 중'이란 게시글이 붙어 있는 벽을 따라가니 직사각의 긴 테이블에 차와 쿠키가 준비되어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담화를 나누는 사람들 사이에서 누군가 윤조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한국인인가요?"
교회 입구에서 주보를 나누어 주던 남자였다.
"저희 교회에도 한국인 가족이 있어요. 소개해 드릴게요. 참, 저는 샘이라고 합니다."
윤조도 자신을 소개했다. '조'라고 부르라는 뒷말도 빼놓지 않았다.
"아, 마침 저기 오네요. 헤이! 에디, 에이미."
윤조는 반사적으로 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키 큰 남자와 키 작은 여자가 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 손을 잡고 들어오고 있었다. 나이는 삼십 대 중반 정도 되었을까.
"한국인이 오시다니, 정말 반가워요!"
자신을 에이미라 소개한 아내가 활짝 웃었다.
"네, 저도요. 여기 교회에 한국인이 계실 줄은 몰랐는데, 정말 반갑네요."
윤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에이미의 시선은 이리저리 덤벙대는 아들에게 가있었다. 남자애들이란!
"에이든! 엄마가 씻지도 않은 손으로 쿠키를 집으면 어떻게 된다고 했지? 응? 세균이 네 입속으로 들어가잖아! 앗, 죄송해요. 저희 밴쿠버에서 이사 왔어요. 얼마 전에요. 남편이 여기 위니펙에서 목회자 과정을 밟느라요."
에이미는 손으로는 덤벙이를 붙잡고 남편을 보며 그렇지? 여보?라는 눈빛을 보냈지만 남편 에디는 윤조를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그러고는 이렇게 물었다.
"어쩌다가 이곳 위니펙까지 오시게 된 거죠?"
네?"
"혹시 국제 범죄에 연루되어 여기에 숨어 사시는 건가요?"
윤조의 난처한 표정을 보더니 에이미는 바로 분위기를 바꾸려고 노력했다.
"어머, 여기 위니펙이 워낙 시골 같잖아요. 한국인도 별로 없고요. 그런데 이렇게 가족을 보니 남편이 좀 의외라고 생각했나 봐요."
그에 호응해 남편 에디도 바로 "예. 맞아요."라고 응급조치를 했지만 윤조네는 이미 포단 두발은 맞은 듯했다.
"엄마, 그 말이 그렇게 신경 쓰이세요?"
수연이 메뉴판을 덮으며 물었다. 윤조네는 교회에서 나와 점심을 먹으러 홍콩 스타일 중국 식당 '선포츈'으로 갔다. 펨비나 하이웨이에 자리한 꽤 바쁜 식당이다. 아직 11시 30분인데도 테이블 반 이상이 차 있는 걸 보고 서둘러 오길 잘했다 싶었다. 머시룸 콘지와 마파두부, 그리고 타오 치킨을 주문해서 셰어 하기로 했다.
"당연하지"
윤조는 가방에서 콤팩트를 꺼내 자신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얘들아, 내가 그렇게 험하게 생겼니?"
거울에 시선을 고정한 채 윤조가 물었다.
"물론 생글생글 웃는 인상은 아니지만."
눈을 가늘게 떠봤다가 입술을 말아 올리고 눈썹을 치켜 떠보는 윤조를 보고 수연과 유진이 키득댔다.
"웃지 마. 난 심각하단 말이야. 솔직히 말해봐."
"솔직히 엄마가 뭐 평범한 인상은 아니죠."
제 엄마를 놀려 먹는 재미가 쏠쏠한지 수연이 한마디 했다.
"어쨌든 범죄자라고 한건 너무했어. 그것도 국제 범죄라니."
유진이 버럭 했다.
"내 말이. 진짜 나 너무 황당해서 표정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니까. 초면에 범죄자가 뭐니? 범죄자가. 응? 게다가 뭐? 어쩌다? 보통 그런 걸 물어볼 땐 어떻게 오시게 되었나요? 라든가 왜 밴쿠버나 토론토가 아닌 위니펙을 선택하신 거죠?라고 하지, 어쩌다? 라니!"
봇물 터지듯 윤조는 참았던 말을 쏟아냈다.
"밴쿠버에 살다 와서 위니펙은 정말 뭐 시골인 줄 알았다잖아요. 한국인도 안 사는 줄 알고. 그런데 우리를 딱 봤으니. 아, 물론 범죄자 얘기는 심했죠. 아마 대화법을 잘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치이, 말도 안 돼. 위니펙에 한국인이 얼마나 많은데. 근데 진짜 우리도 엄마랑 있으면 평범해 보이지 않을 수도. 앗! 엄마. 헤헤. 농담."
"그러니까 결국은 이 엄마가 그렇게 생겼다는 거지?"
"앗, 우리 거 나온다, 엄마."
서버가 양손에 접시를 가져와 내려놓았다. 마파두부와 콘지가 먼저 나왔다. 생머리를 뒤로 질끈 묶은 여자 서버는 광둥어로 윤조에게 뭐라 물었다. 무슨 소리냐며 눈알을 굴리니 "엄마, 밥을 시키겠냐고 물어보는 것 같아요.'라고 수연이 알려줬다. "하나만 시켜봐." 하니 수연은 바로 영어로 주문하고 나선 "위 아 낫 차이니스. 위 아 코리안."이라 했다. 서버는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아-." 하더니 윤조를 힐끔대고는 가버렸다.
"평범한 한국인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거네 결국은."
윤조는 콤팩트를 내려놓고 젓가락을 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