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유령과 한 달 살이 4
검은 유령 아이콘이 떠올랐다
"셜리, 우리도 자전거를 도둑맞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죠."
"어쨌든 그런 일이 생겨서 유감이에요. 하지만 9호에는 노부부만 살고 있어요. 게다가 거기 남편은 지팡이를 짚고 다니고요. 나는 그 노인들이 자전거를 가져갔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해요."
별 성과 없이 윤조는 오피스를 나왔다. 노인네들이 체인이 감긴 자전거를 들고 80여 미터를 끌고 가기엔 역부족이다. 윤조 예상대로 9호에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남자애가 살고 있어야 했는데. 매니저 셜리는 어쩌면 단지 외 사람 소행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타운하우스에 CCTV라도 설치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지만, 캐나다에서 바랄 걸 바라야지 하며 포기했다.
지난주에 윤조를 국제 범죄자로 몰았던 에디는 이번 주에는 윤조에게 대포를 쐈다. 예배가 끝난 후 윤조네를 사무실로 데리고 들어가더니 지난주에 좀 심한 표현을 썼나 싶어서 일 주 내내 마음이 쓰였다고 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아, 예, 뭐." 윤조는 달리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하며 두 손을 옆으로 벌려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데 제가 자매님 꿈을 꾸었지 뭐예요. 그것도 안 좋은 꿈을요. 저는 너무나 걱정이 됩니다."
"꿈이요?"
"자매님, 일단 제 꿈이 얼마나 잘 맞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어요."
에디의 말은 이러했다. 그의 모친이 몇 해 전 사고로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었는데 사고 전날 에디꿈에 모친이 넘어져 크게 다쳤다는 거다. 그는 모친에게 전화해 그날은 외출하지 마시라 당부했지만 모친은 아들말을 듣지 않았단다.
"맞아요. 어머님은 평소에 이 사람 꿈을 믿지 않으시다가 그런 일을 겪고 나선 믿게 되셨어요."
에이미가 거들었다.
"아, 예." 윤조는 영문을 몰라 일단 수긍했다.
에디는 바로 꿈얘기로 넘어갔다.
"자매님은 주무시고 계셨어요. 아마 거실인 것 같아요. 소파에 누워계셨으니까요. 그런데 자매님 옆에서 검은 사람의 형체가 연기를 피우며 자매님을 에워싸려 했어요."
에디가 진지하게 나올수록 묘하게도 윤조는 이 상황이 가볍게 여겨졌다. 심지어는 그가 검은 형체라고 했을 때 눈이 동그랗고 귀엽게 생긴 검은 유령 아이콘이 떠올랐다.
"혹시 뭔가 위험에 처한 그런 상황인가요?"
에디가 안경을 올리며 물었다.
"예? 저희요? 아뇨. 젼혀욧!"
"누구한테 쫓긴다던가 뭐 그런 건지...... 요?"
상체를 점점 윤조 쪽으로 기울인 에디의 얼굴이 볼록 렌즈에서처럼 도드라져 보였다.
"지난주엔 국제 범죄자라고 하시더니, 이번 주엔 아예 저를 수배자로 모는 거예요? 하하."
윤조는 애써 쓴웃음을 감추지 않았지만 에디의 표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주 처음 봤을 땐 옆에 누군가가 같이 보였어요. 백인 남자였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나 봐요."
그러고는 다음 주에 신방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제가 직접 방문해서 기도해 드리고 싶어요. 꿈에 나온 장소도 일치하는지 볼 겸요."
윤조는 일단 알겠다 하고 교회를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