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유령과 한 달 살이 9

분명 그 냄새였다

by 윤도


"엄마! 엄마, 괜찮아요?"


윤조는 눈을 떴다. 조소와 비웃음으로 일그러진 수연과 유진의 얼굴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누가 더 놀란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 내기라도 하듯 셋의 눈과 입이 벌어져있었다.


"끼아옹!"


트리도 사이드 테이블에 앉아 윤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슨 잠꼬대를 그렇게 해, 엄마? 트리까지 놀랬잖아."


"이 냄새, 뭐니? 트리한테 나는 거니?"

윤조는 상체를 일으켜 트리 엉덩이에 코를 디밀어 킁킁댔다. 당황한 트리가 냅다 몸을 돌려 꼬리로 윤조 뺨을 갈겼다.


"무슨 냄새? 엄마 요즘 진짜 왜 그래애?"


유진이 울상을 지었다. 윤조는 아직 꿈인 듯 생시인 듯 멍하니 어? 내가? 라는말만 뇌까렸다. 꿈속에서 본 그 남자가 이 집에 살고 있는 유령이라면? 얼굴은 잘 모르겠지만 그 옷차림은 분명 어디선가 본모습이었다. 그래서 거부감이 들지 않았던 걸까. 그리고 그 냄새는 또 뭘까.


"괜찮아. 요즘 피곤했나 봐. 별별꿈을 다 꾸네."


"놀랬잖아요. 밸류 빌리지에는 못 가겠네요?"


"응? 아냐, 가자. 가."

윤조는 몸을 일으켰다. 비록 악몽에 시달렸어도 그것도 잠이라고 몸이 한결 가뿐해졌다. 무엇보다 수연과 유진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밸류 빌리지는 중고가게이다. 사람들이 기부한 물건을 팔아 수익금으로 당뇨환자들을 돕는다고 하는데 항간에 의하면 가게 사장이 엄청난 부자라고 한다. 뭐 어쨌든 하도 생소한 물건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오다가 88 마트를 들르는 것도 주목적의 하나이다.

주차를 하고 상점으로 들어갔다. 으레 그렇듯 윤조와 유진은 주방용품 코너부터 갔고 수연은 전자 제품 코너로 향했다. 크레페팬, 퐁듀팟, 치즈 컨테이너, 디저트 돔..... 모두 이곳에서 알게 된 용품들이다. 이번에는 뭐가 들어왔을까 하며 선반을 훑던 중 두툼한 손잡이가 달린 세라믹 볼이 눈에 띄었다.


"어머, 유진아. 이건 뭘까? 계란찜 해 먹으면 딱 좋게 생겼는데, 여기 사람들은 뭘 해 먹을까?"


어느새 유진이 폰으로 검색을 하고 있었다.


"어니언 수프볼인 것 같은데."


유진이 내민 폰에 비슷한 용기들이 나란했다. 오븐용으로 두텁게 만들어진 볼을 보며 계란찜을 오븐에 하면 어떤 재료와 어울릴까 상상해 보았다.

다 돌아봤는지 유진은 핼러윈 코너로 갔다. 윤조도 의류코너를 지나쳐 가구가 놓인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와아.'

윤조는 빨강머리 앤 주방에서나 있을 법 한 차이나 캐비닛을 발견했다. '진짜 오래된 것 같은데, 백 년? 백오십 년?' 그녀는 혼자 중얼거리다 흠칫 걸음을 멈췄다.

분명 그 냄새였다. 익숙하면서도 도저히 모르겠던 그 냄새. 윤조는 캐비닛 쪽으로 서서히 다가갔다. 윤조를 비켜가려던 한 여자가 멈칫하더니 그녀 뒤로 돌아갔다. 살짝 열린 캐비닛 문틈으로 스멀스멀 냄새가 번져 나왔다. 그녀는 멈춰 서서 캐비닛 유리문을 쳐다보았다. 30도 정도로 열린 문에 그녀의 몸이 사선으로 나타났다. 윤조는 동공을 조절해 자신의 얼굴에 초점을 맞췄다. 놀란 그녀의 두 눈이 유리에 비쳐 보이는 영상을 보고 있었다. 조각조각 흩어져 있던 기억들이, 단서들이 캐비닛 문틈으로 나와 완성되고 있었다.

'브링 미 홈, 실 부 쁠레' 낮에 꿈속에서 마주한 애원하는 얼굴이었다.

'다커'라고 씩씩하게 대답하는가 싶더니 짓궂게 트리를 부르고 있었다.

이어 영상은 소파에서 자고 있는 윤조 곁을 맴도는 유령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내 빨리 감기 하듯 초고속으로 돌아 어떤 장소로 안내했다.

바로..... 그곳. 모든 게 시작된 그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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