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유령과 한 달 살이 10

그래, 그 유령, 이제 집으로 데려다 주자

by 윤도


윤조는 다급하게 수연과 유진을 불렀다. 그들은 상점 내에서 소리 내어 이름 불리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하지만 윤조는 지금 그런 것을 가릴 때가 아니었다. 일단 집으로 가서 확인해야 할 게 있었다. 흰색 빗자루에 올라탄 검은 모자를 쓴 마녀를 들고 있던 유진이 놀라 돌아보았다. 계산대 반대편에 진열된 수동식 카메라를 이리저리 뜯어보고 있던 수연이 주위 사람들을 의식하며 쭈볏쭈볏 윤조 곁으로 왔다.


"엄맛! 창피하게 왜 그래?"


"가자! 가면서 얘기해. 진짜 급햇!"


뭔가 더 말하려던 수연이 윤조의 하얗게 질린 표정을 보더니 입을 다무는 듯했다. 상점을 나와 윤조는 벌써부터 손에 들고 있던 자동차 키를 계속 눌러대며 운전석에 올라탔다. 수연과 유진이 각각 조수석과 뒷자리에 탔다. 초조한 기색이 역력한 윤조의 모습에 수연이 물었다.


"엄마, 그렇게 급해요?"


"응. 완전. 일단 집으로 가자."


"88 마트 화장실도 깔끔하니 괜찮은데, 집까지 가느니."


윤조는 조수석에서 진지하게 말하는 수연을 돌아보았다. 피식하고 나온 웃음이 윤조의 경직된 몸을 살짝 풀어주었다. 집까지 오는데 걸리는 몇 분을 참지 못하고 그녀는 낮에 꾸었던 꿈얘기와 지하실에서 들은 대답소리에 대해 말했다.


"그런 걸 바로 가위눌린다고 하는 거예요. 엄마는......"


"그렇게 나올 줄 알고 아까는 말 안 한 거야."


출입문 자물쇠에 꽂힌 열쇠를 돌려 빼고는 윤조가 수연을 돌아다보았다.


"하지만 중요한 게 기억났어."


열쇠 뭉치를 주방 카운터에 올려놓고 윤조가 선 채로 이어갔다.


"그 냄새가 바로 그 냄새였어. 아, 어째서 그때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을까. 유령은 바로 그때 우리 차에 같이 타고 온 거였어. 헤클라에서 돌아오던 날 말이야. 하도 졸려서 중간에 잠깐 잠들었다고 했잖아. 난 그게 꿈인 줄 알았는데, 세상에나, 꿈이 아니었어. 응? 어떻게 아냐고? 옷차림이 같았거든. 그때 거기서 본 거랑 오늘 낮에 꾼 꿈에서 랑. 그래, 잊을 수 없는 옷차림이었으니까. 글쎄, 촌스러운? 뭐 패션은 돌아서 다시 유행한다지만 그런 스타일은 절대, 절대 올 것 같지 않은? 암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니지, 중요하지. 냄새도 냄새지만 옷차림 때문에 기억이 맞춰진 거니까. 근데 이젠 집에 데려다 달라는 거야. 뭐 자신도 이렇게 멀리 오게 될 줄은 몰랐던 거지. 게다가 너희들이 무서웠을 거야. 글쎄, 그런 게 있어. 그리고 그 유령, 프랑스 사람이야. 아니 유령이야. 아까 꿈에서 실 부 쁠레 라고 했다고 했잖아. 그래. 근데 다커는 뭐니? 그것도 프렌치겠지?"


흥분이 가시지 않은 채로 두서없이 말하며 노트북 코드를 연결하고 전원을 켜는 그녀 모습을 수연과 유진이 얼빠진 듯 쳐다봤다.


"알겠다는 뜻이야."


"응?"


"다커, 프렌치로 오케이라고."


수연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 보였다.


"그래, 수연아. 그 프렌치 유령 아저씨. 이제 집으로 데려다 주자."




노트북에서 윙 소리가 잦아들며 부팅이 끝나자 윤조는 구글맵을 열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빠르게 헤클라를 검색한 후 길 찾기를 눌러 현 위치를 클릭했다.


"집까지 170킬로 미터네. 시속 90킬로미터 도로에서 크루즈 컨트롤을 97로 맞춰놓고 왔고 집까지 두 시간 걸린다 치자. 우리가 집에 도착한 게 몇 시쯤이었지? 해가 질 무렵이긴 했는데."


"6시 40분쯤이야."


유진이 이미 펫시터에게 문자 보낸 시간을 체크했다.


"그럼 헤클라에서 4시 좀 넘어 출발했으니까, 뭐 4시 10분에 출발했다 하자. 그러면 30분 정도 잤단 거네."


윤조가 손가락을 펴서 시간을 계산하는 동안 수연이 그녀 손에서 마우스를 채갔다. 그녀는 지도를 확대해 북쪽에서 남쪽으로 향하는 8번 국도를 훑고 있었다.


"오른쪽으로 들어간 거죠, 엄마?"


"그렇지. 졸려 죽겠는데 마치 빈터가 보이길래 휙 꺾었지."


"중간 지점에 묘지가 하나 있긴 하네요. 가톨릭 로만 세미터리인데. 이거 보세요. 혹시 여기가 맞아요?"


수연이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묘지 근처를 보여주었다.


"앗! 잠깐, 거기, 그래 거기 바위 같은 데서 더 들어가 봐."


"엄마, 여긴 길이 아니라 더 이상은 못 들어가요."


"그럼 다른 각도로 해봐. 그래. 맞아. 기억나. 바위처럼 생겨서 뭐 유적지인가 했지. 거기네, 바로."


윤조는 그 날일을 떠올렸다. 화창했던 날씨와는 반대로 오싹했던 느낌이 들었던 게 묘지여서 그랬던 걸까. 유령을 태우고 오다니. 윤조는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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