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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안드레아 Jul 28. 2023

생계형 직장인, 전문직을 꿈꾸다
-노무사 도전기 3

2023년 공인노무사 시험 응시까지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무엇을 할지 정해야 하는 단계로 이어졌다.


경제적 활동을 중단할 수 없는 처지로서 시험 종류를 선택해야 했는데, 대학원을 재학해야 하는 로스쿨만을 제외하면 다행히 모든 문과 전문직 시험은 시험 응시료만 지불하면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즉 직장 생활을 병행하며 수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아내와의 상의와 고민 끝에 나는 내가 치를 시험을 ‘공인 노무사’ 시험으로 결정하게 된다.


아내는 나의 도전을 응원하지만, 만약 전문직이 되어서도 내가 지금처럼 여전히 불행할까 그게 걱정이라고 했다. 지금의 직장인의 삶이 불행하다고 느끼기에 가보지 못한, 저 너머 신기루처럼 보이는 전문직이 행복의 척도로 보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그렇기에 진정으로 되면 나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그 일을 하면 덜 불행할 것 같은, 나의 성향에 맞는 일을 찾으라고 했다. 즉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내가 잘 ‘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은 직업을 선택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모든 것이 명확하게 딱 떨어지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법학이라는 것은 늘 매력적인 것이었다. 또한 숫자와 친하지 않은 성향인 나에게, 회계학이나 법 중에 세법은 맞는 옷이 아니었다. 

8년 간 근로자로서 일하며 습득했던 여러 경험들, 짧게 짧게 여러 회사를 이직하며 느꼈던 회사 간 차이점이나 장단점들, 좋기도 했고 나쁘기도 했던 이러한 모든 기억들이 노무사 시험과목들을 공부하는데 도움이 될 거란 생각도 하였다.

관심이 있던 법학을 공부하고, 습득한 지식으로 국가가 자격증으로 인정한 노동법 및 인사노무 <전문가>가 되어, 여러 가지 사건들을 내 <전문성>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그렇게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이 됨과 동시에 나의 자아실현도 할 수 있게 된다면,

참으로 좋겠고 다른 걸 떠나서 나에게 참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결국 시도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그냥 한번 시도해 보는 것이라는 마음으로 몇 년 간 수험 생활을 해도 결국 끝에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직장인'의 삶을 벗어날 수 없게 된다는 두려움도 있었다. 

그렇다면, 물론 모든 시험이 힘들겠지만 그래도 직장 병행 합격자들의 평균 수험 기간이 그나마 짧은 시험이 내게 필요했고 '노무사' 시험은 그런 점에서도 나에게 적합했다.


그렇게 고민이 끝나고 목표가 결정된 것은 2023년 3월 초였고, 그 해의 노무사 1차 시험은 약 3개월 뒤인 바로 5월 말로 잡혀 있었다. 



처음엔 당연히 내년인 2024년도 시험을 준비하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래도 1차 시험은 2차 시험보단 난이도가 많이 낮기 때문에 2-3개월을 준비하여 합격한 이들의 합격 수기들이 인터넷상에 몇몇 보였지만, 그들은 ‘일부’라는 생각이었고 오랜만에 하는 공부였기에 자신감도 떨어져 있었기에 당연하게 무리하지 않고 시간을 두고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공부를 결심한 그 시점에 메인 담당으로 맡고 있던 회사 내 프로젝트가 곧 런칭을 앞두고 있어 업무가 바빠질 예정이었기에 더욱더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공부를 시작하고 나니 생각 이상으로 더 버겁게 느껴졌다. 문제는 절대적으로 물리적 공부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또다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내가 선택한 길이니 차치하더라도, 하루를 내내 회사와 통근에 보내고 얼마 남지 않은 자투리 시간만 할애하여 공부해야 하니 진도가 도통 나가지가 않았다. 

전업 수험생이 하루면 다 들을 수 있는 인강 양을 소화하는데 한 주 내내가 걸리기도 했다. 그나마 주말 시간에 더 양을 쏟아부어 진도를 끌어올리려 했지만 솔직히 역부족이었다. 



프로젝트의 런칭이 가까워 오며 회사에서 보내는 나인투식스 중 1분도 허투루 보낼 수 없게 되었다. 사람의 에너지는 유한한데, 단 한순간도 머리가 쉬는 타이밍이 없이 하루를 보내고 나니, 퇴근 후 공부에 쏟아부을 수 있는 에너지가 소진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억지로 인강을 부여잡고 진도를 이어가도록 노력했지만 퇴근 후 밤 시간이나 주말에도 계속 관계사와 상사의 연락이 오는 형국이었다. 


노무사 1차 시험 과목은 노동법 1,2, 민법, 사회보험법, 경영학 총 5과목이었는데 3월 한 달이 가도록 민법 진도는 절반을 나아가지도 못했고 휘발성이 강해 시험 직전에 몰아보는 전략을 취하라는 사회보험법은 제쳐두더라도 경영학과 노동법 2는 시작도 하지 못했다. 그나마, 노동법 1만 교재 1 회독을 집중하여 끝낸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올해는 ‘안 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원래 계획대로 내년을 목표로 하고 내려놓으면 되었는데 그게 참 맘처럼 쉽지 않았다. 


근원을 알 수 없는 욕심에 무언가 자꾸 불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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