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지만 밀도높은 일상

by 봄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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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은 대부분 단조롭다.

아침에 일어나 대충 눈곱을 떼고 아이들에게 먹일 것을 준비한다. 원래는 둘 다 초등학생이라 7시 반쯤 일어나면 충분했는데 한 아이가 중학생이 되고는 기상시간이 조금 빨라졌다. 아이들을 보내고 헬스장에 간다. 매일의 루틴은 아니지만 한 주에 3일은 가려고 노력한다. 운동을 하고 집에 와서 커피를 내린다. 집안의 커피 향이 가득 차면 다이어리를 펴고 일기를 쓴다. 아침에 일기란 무언가를 했다보단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TODO리스트를 쓴다. 리스트는 거의 몇 년째 변함이 없는 것 같다. 1번, 그림책 혹은 소설 쓰기 2번, 일기 쓰기 3번, 데일리드로잉 거기에 매일 달라지는 일정이나 아이들 관련 일정들이 추가된다. TODO 리스트만 보면 이렇게 삶이 간단할 수가 없다. 대개는 4개 정도이고 아무리 일정과 할 일이 많아도 7개를 넘는 일이 많지 않으니 말이다. 리스트로 보면 간단한 하루도 지내보면 빽빽하다. 그러고 보면 하루에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다. 4~5개의 일정도 모두 해내는 날이 많지 않으니 말이다. 간신히 체크리스트를 해치우다 보면 하루가 끝나고 밤이 되면 한 것도 없는데 에구구 신음이 절로 나온다. 신음과 함께 난 오늘도 열심히 살았다는 우쭐함도 좀 느껴지고.


하지만 3월의 첫째 주가 되면 밀도 높은 삶은 집어치우고 성글게 살고 싶다. 긴 방학이 끝났다는 기쁨, 그래서 뭔가 놀고 싶은 기분이 봄날 민들레 씨앗처럼 살랑살랑 날아가서 나를 바깥을 배회하게 만든다. 그러니 이런 기간엔 집순이인 나도 교외나 공원 하다못해 마트라도 가고 싶어진다.


한마디로 그냥 놀고 싶다는 말이지.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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