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행복한 글쓰기의 연속

쉰 번째 주, 매일 그냥 쓸 수 있는 것에 대하여

by 윤기




개인적인 사정으로 매일 쓰던 일기를 거의 2주 정도 쉰 후 이번 주에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매일 글을 쓴다는 건 어찌 보면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생각을 조금 달리 하면 그렇게 대단한 일도 아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누구나 잠에 들고, 들었던 잠에서 깨고, 깨어난 김에 돈을 벌러 나가고, 번 돈으로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배를 채웠으니 일하고, 열심히 일했으니 퇴근하고, 퇴근했으니 무언가를 돌보거나 취미 생활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법이 다를 테니 저마다의 패턴도 다양하겠지만 아무리 그렇다 한들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이듯이 글을 쓰는 것도 일상에 존재하는 가벼운 행위 중 하나로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렇지만 흘러가는 삶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내 글로 남기는 건 상당한 집중을 요구하는 일이기도 한데, 매일 글 쓰는 게 어려웠을 때를 돌이켜 보면 다양한 이유로 헤맸던 것 같다. 그중에서 몇 가지 이유가 떠오른다. 아마 글을 써본 사람이라면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 내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게 너무 창피한데?

- 누가 이렇게 지루한 글을 읽기나 할까?

- 혹시 가까운 사람이 이 글을 보고 나인 줄 알면 어떡하지?


위에 나열한 생각은 내가 글을 오픈된 공간에 쓰기로 결정하면서부터 겪었던 모순이었다. 이 모순 때문에 계속해서 나를 숨긴 채 글을 쓰려했고, 결국엔 지속적인 글쓰기를 하지 못한 원인이 되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을까 싶기도 하지만 당시엔 모순덩어리인 '나'를 마주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았다. 용기를 내어 마음속을 조금만 들여다보니 머릿속을 지배했던 의문과 걱정의 콜라보가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글을 보여주는 것이 창피하다면서 왜 오픈된 공간에 글을 쓰고 싶어 하는 것일까?, 내 글이 지루하든 재밌든 그건 독자가 판단할 몫이지 왜 지레 겁부터 먹었던 걸까?, 혹시 완벽한 글쓰기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가까운 사람이 나를 알아보는 게 싫다면 알아보지 못할 이야기를 쓰면 될 일 아니야?


글을 쓰기도 전에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으니 단 한 줄을 쓰는 것이 한 시간 동안 달리는 것보다 어려웠다. 이런 상태에서 매일 글쓰기를 한다는 건 엄두조차 낼 수 없는 힘든 일이었다. 이 모든 질문에서 얻은 답은 간단했다. 언젠가 아주 좋은 글을 쓸 테지만 아직은 그럴 수 없는 상태. 그런 상태에서 쓰는 글이 신랄한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두려우면서도 타인에게 당장이라도 보여주고 싶어 안달 난 상태. 어찌 보면 자의식 과잉일 수도 있겠단 것을 인정해야 했다. 설령 아주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높은 잠재력이 나에게 있다 한들(지금은 그런 생각을 안 하지만 말이다.) 글을 쓰지 않으면 어떻게 실력을 갈고닦을 것이며 더 나아가 완벽한 글쓰기라는 것도 애초에 존재할 수도 없던 것이었다. 글쓰기를 넘어 이 세상 모든 것으로 확장해 봐도 '완벽하다'는 형용사가 '완벽'하게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존재했던가?라는 질문에도 역시 답을 할 수 없었다. 완벽에 가까운 건 떠올라도 단어의 뜻처럼 결함이 없는 완벽함이란 내가 사는 세계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완벽한 글쓰기를 할 수 있다고, 그러니 그것을 지향하고 연습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게 정말 황당했다. 더 웃긴 건 누구보다 나의 처지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공개된 곳에 글을 쓰고 싶었다는 거다. 비판받는 건 두렵고 창피하지만 이 모든 걸 욕망이 지배했다고 봐도 될까? 그렇다면 나의 욕망에 대해서 만큼은 칭찬을 해주어도 될 것 같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특히 나를 아는 사람에게 조롱 섞인 수다거리가 된다 한들 상상 속에서조차 받아들이기 힘든 부끄러움을 덮어버릴 만큼의 글쓰기 욕망이 내 안에 있었다는 뜻이니까. 그거야 말로 진짜 살아있는 거니까.


결국 나는 이 모든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시 말하면 현재의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고, 그런 글이라도 보여주고 싶어 미칠 것 같아 공개된 곳을 기웃거리는 사람이며, 평생을 걸쳐 쓰더라도 멋진 글을 쓰지 못할 수도 있겠단 것을 인정했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쓸 수 있었다. '그냥' 쓰는 글을 매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냥' 쓴다는 것이 아무 생각 없는 것을 뜻하진 않는다. 글쓰기 행위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단 것뿐이다. 다만, 남들과 대단히 다른 일상을 살고 있지 않음에도 어떻게든 그 안에서 행복을 찾고, 지금의 감정을 최대한 솔직하게 마주하고 끄집어내어 글감을 만드는 연습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모든 글은 습작이다. 매주 브런치에 쓰는 글도, 매일 블로그에 적는 일기도 습작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덧씌우는 사진도 습작의 일부가 첨부되는 것뿐이다. 이렇게 하나씩 모은 습작으로 곧 종이책 출간을 한다. 사실 곧 출간될 책도 아직은 습작의 영역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평생 습작만 써도 괜찮다. 글을 쓰는 그 자체가 좋으니까. 그러다 보면 어떤 글은 누군가에게 공감이 되기도 할 테고, 단 한 명의 독자만으로도 나의 글쓰기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나만 행복한 글을 쓰진 않을 거다. 나와 독자가 함께 행복한 글을 쓰려고 노력할 거다.


잠시 멈춘 2주 동안 글쓰기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글을 처음 게시하려던 순간에 했던 숱한 고민의 흔적을 다시 만나며 내가 글쓰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게 된 이유를 상기했다. 지금 느끼는 글쓰기의 재미와 소중함이 갑자기 생긴 것도 아님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 나의 행복한 글쓰기 시간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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