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두 번째 주, 올해의 마지막 연재를 마치며...
2024년 1월 7일. 올해 첫 번째 주 일요일이었다. 첫 연재 글을 쓰면서 올해의 마지막 주를 맞이할 때의 기분은 어떨지 상상했던 적이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난생처음 해보는 연재라는 것을, 독자와의 약속을 잘 지킬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고 만약 지키지 못한다면 큰 실망감이 스스로를 조여올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었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익숙한 크기와 깊이의 감정들이었다. 하지만 부정적인 마음을 계속 안고 갈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그런 마음으로 뭘 지속한다는 건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단 시작했으니 마음 한편에 있는 설렘과 1년 후에 만날 성취감을 꿈꾸며 한 주 한 주 글을 써왔다. 그렇게 꾸준히 나만의 페이지를 채워왔다. 12월 28일에 올린(원래는 22일에 발행해야 했던...) 글에도 적었지만 나는 막바지에 이르러 두 번을 멈췄다. 그중 한 번은 걷기를 선택했고, 다른 한 번은 6일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원래 세웠던 계획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지나온 1년의 노력이 모두 실패한 걸로 평가받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1년이란 시간 안에 나는 결국 52페이지의 글을 완성했다. 그게 중요했다. 나의 마지막이 어떻게 채워졌는지, 어떤 마음으로 지난 시간을 보냈던 건지가 처음 계획보다 소중했다. 계획에 집착하지 않고 한 발짝 떨어져서 본질에 집중해 바라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번 주 가장 의미 있었던 일을 손에 꼽자면 [2024 주간정산] 브런치북을 마감하는 것과 내년에 새로 시작할(뉴 브런치북은 1월 1일에 등록 예정이다) 브런치북을 기획한 걸 말하고 싶다. 새로운 것을 구상하며 고심했던 시간은 지나온 시간을 놓아줄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 주었다. 지난 시간의 즐거웠던 마음도, 서운하던 감정도, 속상한 기억들도 새롭게 생긴 여백이 있기에 놓을 수 있었다. 가득 찬 나의 그릇의 크기를 당장은 어찌할 수 없단 걸 알기에 비울 수 있어야만 채울 수 있었다. 샘물을 만나고 나서야 내가 갈구하던 것이 목마름이었단 걸 깨닫게 되었을 때 이 시간을 미리 갖지 못한 게 안타까웠다. 글을 쓰는 동안 그 무엇보다 필요한 시간이었음을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고 만 것이다. 결국 힘든 것이든 좋은 것이든 과거에만 깊이 잠겨 있으면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과거가 쌓여 오늘에 이른 '나'이기에 그것들로부터 온전한 자유를 찾을 순 없겠지만 내가 오늘을 살아야 하는 이유는 과거가 아닌 내일을 위함이기에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올해 내내 채워가는 것에만 몰두했을 뿐 비워내는 것엔 마음을 쓰지 못했다. 결국엔 내일의 나를 만드는 건 오늘의 나인데 그때는 그걸 인지하기 어려웠다. 조금이나마 과거를 비워내니 2025년에 채워갈 이야기들이 어떤 세상을 열어줄지 벌써 궁금하다. 잘하고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들지 않다면 거짓이겠지만 의문을 가진다 한들 답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선 '그냥' 해보는 것밖에 없단 걸 알기에 나는 오늘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내일로 나아가려고 한다.
[주간정산 2024]의 첫 글이었던, '아주 일상적인 행복'과 똑같이 1,995자로 마지막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