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며 쓰는 글
지난 여행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긴 길을 두발에 의지해 걷기 시작한 여행길 처음에는 나 스스로의 목표를 위해 걸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약해지는 마음은 맥주 한잔을 바랐고 하루 정도는 쉬길 바랐다. 그때마다 나를 채찍질하는 것이 있었다. 가장 소중했던 사람이 내 여행에 품었던 기대 그리고 응원.
표현에 서툴고 낭만 없는 나로선 멋들어지게 마음을 전할 만한 방법이 없었다. 그저 속에 두었다.
나는 하루에 15km 길게는 30km 넘게 걸었다. 발톱은 멍들고 뒤꿈치에는 물집이 굳은살로 박혔다. 거의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 그리스 신화가 시작된 올림푸스 산을 내려오다 굴렀다. 그리곤 진통제를 먹어가며 큰 도시로 이동했다. 호기롭게 그 길을 완주하겠다던 나는 어떤 이유에서든 실패했다.
귀국날 마중 나온 그 사람을 마주 보기가 창피했다. 까맣게 탄 날 보며 보인 내가 사랑했던 웃음이, 매번 가늘다고 한 손에 잡아 보이던 손목이, 노란색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던 차림새가 너무 아까웠다. 그 사람의 기대를 잔뜩 안고 떠나선 이내 실패를 들고 온 내가 누리기에는 과분했다.
이제 여러 이유로 그 사람과의 접점은 사라졌다. 이미 늦었지만 이 말은 전하고 싶다. 그 힘들었던 500km 긴 길을 견디게 해 줘서 고맙다고. 매일 아침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첫걸음을 내딛었다고.
[리키아 욜루를 걷고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