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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guevara Jan 28. 2021

목화의 성

누군가에게는 나도

 누군가 터키 여행을 이미 했거나 생각 중이라면 '했던' 터키 여행과 '할' 터키 여행들의 계획 안에는 이스탄불, 카파도키아 그리고 파묵칼레는 포함되어 있었거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터키를 상징하는 세 곳의 명소는 눈에 보이는 모습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달라서 터키의 다양한 모습을 경험하기에 좋다. 5년 전 두 달간의 첫 동유럽 배낭여행에서 마지막 10일 동안 터키를 여행했지만 일정상 카파도키아는 불가능했고 여행의 마지막을 파묵칼레에서 보냈었다. 그리고 5년 만에 파묵칼레를 다시 만나는 길에 올랐다. 


 파묵칼레는 수천 년이 넘도록 흐른 온천수가 만든 하얀 산이다. 석회성분이 포함된 온천수의 화학적 퇴적 작용으로 만들어졌다. 자연이 만든 아름다운 작품들이 많지만 파묵칼레 같은 작품은 생각보다 지구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파묵칼레는 더 가치 있는 자연의 작품이다. 파묵칼레의 뜻은 목화의 성이다. 터키어로 파묵은 목화, 칼레는 성을 뜻한다. 파묵칼레의 온천수는 류머티즘과 피부병에 효과가 있다고 하여 그리스와 로마 사람들이 휴식을 즐기는 곳이었고 특히 로마 시대 때에는 이름의 뜻처럼 하얗게 덮인 아름다운 파묵칼레의 풍경을 감상하며 온천욕을 즐기기 위해 여러 황제와 고관들이 찾았다.


 나는 처음에도 그랬듯 이번에도 하얗게 빛나는 목화의 성이 해 질 녘 노을에 물드는 모습을 보기 위해 늦은 오후에 성에 올랐다. 5년 전 처음과 이번에 다시 찾은 파묵칼레는 같은 모습이었겠지만 반가움이라는 감정이 더해진 나에게는 예전보다 더 빛나 보였다. 계단처럼 만들어진 웅덩이에서 많은 사람들이 온천욕을 즐기고 분주하게 사진을 담아가는 모습은 없었지만 조용하고 한산한 분위기는 목화의 성에 더 깊게 녹아들게 했다. 


  오후 5시를 넘어 오후 6시에 가까워질 때쯤 목화의 성은 변신하기 시작한다. 목화의 성 가장 높은 곳부터 가장 낮은 곳까지 해가 넘어갈수록 덧칠하듯 점점 진한 주황색이 번진다.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빛나는 주황색으로 수천 년에 걸쳐 만들어진 캔버스를 칠하고 있는 것처럼. 어쩌면 갔던 곳을 다시 가는 것, 봤던 것을 다시 보는 것은 식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왜 나는 왔던 파묵칼레에 다시 오고 싶었을까?'

눈에 초점을 흐리고 생각했고 흐려진 초점을 목화의 성에 맞췄을 때 답을 찾았다.

'다시 보고 싶던 거였어. 반가웠으니까.'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나와의 만남이 혹은 나라는 사람 자체가 식상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식상하다고 생각하는 누군가를 미워하지도 가식적으로 포장해 그 마음을 바꾸려 하지 않으려 한다. 미워할 심적 여유도 절대 뜯기지 않게 포장할 뻔뻔함도 없는 나는 순백의 하얀 모습 그대로 노을의 주황색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파묵칼레 같은 사람이고 싶다. 그리고 되고 싶다.


'누군가에게는 다시 봐도 반가운 사람이' 


 떠난 친구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긴 가사와 도입부의 부드러운 피아노 멜로디, Charlie Puth의 후렴이 매력적인 노래 Wiz Khalifa의 See You Again을 주황색으로 덧칠해져 가는 목화의 성을 보며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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