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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소민 Aug 15. 2016

땀띠

http://youtu.be/I56K-vcZGOo


아기도 아니고 여행을 다녀온 뒤로

땀띠가 나버렸다.


오래 앉아서 책을 보거나 키보드를 두들기다보니 땀띠는 계속 덧나서 의자와 맞닿은허벅지에 지속적인 가려움을 남겼다.


가려워도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더 하던 일에 몰두하다보니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신경쓰지도 못했는데,

어느 순간 주파수를 딱 맞춘 듯 내 귀에 이 노래가 들리기 시작했다.


Skip peck 의 Memories of summer


이 노래가 지금, 이 여름의 내 기분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 했다. 나는 지금 모처럼 어떤 예감에 휩싸여 있다. 그것은 무엇엔가 몰두 하고 있을 때 더욱 강렬해지는데, 실체를 정확히 보기 전까지는 조용히 다가갈 예정이다. 그리고 덥썩 베어물어야지. 그것은 달콤하고, 부드러우며 아름다운 속 빛깔을 가졌다. 과일에 비유하자면 아보카도 같은. 도대체 무슨 맛인가 음미해봐야 알 수 있지만 어떤 재료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최고의 궁합이 되는 것. 아보카도는 멕시코가 원산지라고 하는데, 음?


오늘은 이상하게 멕시코라는 단어를 자주 보게 된다. 멕시코에 뭐가 있지? 내가 보고 싶어 하던 것이 있나? 마야문명? 그래 내가 내 별명을 마야라고 지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마야문명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 때문이었다. 물론 인도에서 말하는 '환상, 환영'을 뜻하는 단어가 마야 라는 사실 때문에 더 이 이름을 좋아했었다. 이것은 우주적인 환영을 뜻하는데, 사람을 현혹시키는 에너지. 실체가 없는 것을 말한다.

"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마음의 작용으로 그 실체가 없음을 이르는 이 말은 곧 '마야'라는 말로 이해될 수 있다. 그래서 불교에 영향을 받은 한 학파의 사람들은 마야론을 철학으로 정립하기도 했다.


종교에 관해 많은 관심이 있던 학창시절에 아마도 나는 이런 것들에 마음을 빼앗겼던 것 같다.

보다 신비롭고, 실체가 없는 것을 찾고자 했던 노력. 그 속에 내가 찾는 이 삶의 진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내게 독이었는지 약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 시기를 ('마야의 시기' )지나왔기 때문에 지금 제 정신으로 '두 눈 부릅뜨고' 살아가는 오늘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제 집으로 가야겠다.

땀띠가 난 자리가 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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