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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소민 Oct 11. 2016

젊은 피아니스트의 죽음

점심 때 잠시 미팅을 하고, 문상을 갈 일이 있다. 동생이 미국에서 함께 공부했던 친구가 한국에 오자마자 세상을 떠났다.

안타까운 죽음 앞에 말문이 막히는 건

그를 잘 알지 못했던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누구 못지 않은 열정으로 긴긴 시간 피아노를 붙들고 싸웠고, 결국 학업을 끝내고 고국으로 돌아와 독주회까지 준비했던 상황이었다 한다. 고음악 악기로 바로크 시대에 주로 쓰이던 하프시코드를 전공했다고 하는데 비용도 만만치 않은 그 악기 까지 손수 마련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려운 가정 환경으로 그 꿈의 완성을 바로 눈 앞에 두고 좌절해버렸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여린 심성은 통제할 수 없이 끝으로 치닫아버렸고, 모든 상황과 신변을 비관한 나머지... 자신의 꿈을 다 던지고 세상을 떠났다.


하프시코드... 그 음색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아마도 살아있었다면, 동생 대신 그의 귀국독주회에 갔을텐데.

미국에 있는 동생을 대신해 내가 오늘

문상을 가서 꽃을 놓아주기로 했다.


쇼팽처럼 병약해 보이던 마르고 하얀

얼굴이 기억이 날 듯도 하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더 이상 아프지 않은 곳에서

마음껏 연주하고,

이 세상 살며 겪은 슬픔은 다 잊고

가벼워지기를...


높이 날아 투명해졌다가 먼 훗날에

잊혀지지 않는 고운 선율이 되어서

사랑하는 이들 곁에 와서 내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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